“그 자리에 터를 잡고 맥을 이어간다는 뜻에서 ''자리인맥(脈)''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자리인脈’의 뜻을 묻자 최 혁 대표(40)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최 대표는 원주의 문화 지킴이 역할에서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원주에서 나고 자라서 대학을 다녔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원주에 터를 잡고 문화 활동을 해온 그이기에 원주를 지키며 문화의 맥을 이어가겠노라는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다.
원주 최초의 문화기획사, 자리인脈
자리인脈은 지난해 11월 3일 문을 열었다. 원주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문화기획사다.
“원주는 경기도 문화권과 영동 문화권, 충청 문화권이 만나는 문화의 삼각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텃세가 없고 문화에 대한 포용력도 큽니다. 그만큼 다이내믹한 힘을 표출하는 것도 원주 문화의 특징입니다. 자생력을 갖춘 단체가 많고 자발적인 시민들도 많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생명사상이나 박경리 선생님의 걸출한 뜻을 품을 수 있는 생명력 넘치는 공간입니다.”최 대표가 말하는 원주 문화의 힘이다.
생명력 넘치는 원주에서 최 혁 대표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문화의 가치를 창조하고 소통하는 문화기획 공간이 전무하다는 사실이었다. 자리인脈은 문화 컨설팅, 축제·공연 매니지먼트, 문화 마케팅 등을 통해 원주 문화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외부에서 처리되던 각종 문화 컨설팅을 원주에서 해내고픈 소망이 있다. 원주 문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제대로 컨설팅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지대 문화컨텐츠학과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 함께 협력하면 희망사항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매지농악보존회, 회촌 달맞이 축제, 조선취고수악대 등 다방면에서 성과 쌓아
조선취고수악대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조선 취고수악대의 원형을 복원한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취고수악대는 일제시대 때 조선 군영이 해체된 이후 100여년이 지나도록 명맥이 끊어진 채 잊혀졌던 조선전통군악대다. 이를 다시 복원하고자 국립국악원과 원주매지농악보존회 등과 힘을 모았고 마침내 2007년 10월 전국 최초로 복원작업에 성공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한 ‘회촌 달맞이 축제’도 1회부터 최 혁 대표가 참여한 축제다. 최 대표는 현재 회촌 달맞이 축제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회촌은 2005년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역사마을로 지정했으며 회촌달맞이 축제는 마니아층이 생길 만큼 원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94년 최 대표가 여러 회원들과 함께 창설한‘원주매지농악보존회’도 원주문화의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회원들이 배를 곯아 가며 농악에 대한 애정 하나로 버텨온 매지농악회가 이제는 매지농악전수관을 건립하고 각종 문화공연에 초청받는 문화단체로 든든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6년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었으며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KBS 국악대경연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자리인脈을 통해 최 대표는 그동안 조선취고수악대, 강원 감영제, 원주 따뚜 등의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쌓은 성공의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축제·공연매니지먼트를 보다 내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복원이 꿈
문화는 인류의 태동부터, 아니 인류라고 이름 붙이기 그 이전,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문화는 집단을 결속시키는 힘이었고 일탈의 시간을 통해 어렵고 팍팍한 일상을 견디게 하는 원천이었다.
최 대표의 꿈도 다양한 계층을 묶고 생활에 활력과 일탈을 부여하는 문화 본래의 모습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조상들의 ‘두레 정신’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리인脈을 연 것은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조선 취고수악대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김홍도의 ‘안릉신영도’와
우리나라 최초로 복원한 취고수악대 모습. 조선시대 전통 군악대였던
최고수악대는 이후 농악과 불교음악, 궁중음악 등으로 전승되었다.
문의 761-8450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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