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까지 나누는 ''착한사채''도 있다

십시일반 모아 저신용자에 대출 ''인터넷 원클릭'' 인기

지역내일 2009-02-12 (수정 2009-02-12 오전 9:14:20)
정까지 나누는 ‘착한사채’도 있다
‘인터넷 원클릭’ 인기 … 십시일반 모아 저신용자에게 대출

# 남편의 사업실패로 전세금까지 다 날리고 친정에서 얹혀살았는데 어머니마저 작년 심장수술을 받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친구들이 빌려준 300만원으로 월 33만원의 사글셋방을 얻었습니다. …밀린 둘째 애 어린이집 원비도 빨리 납부해달라는 메모를 받았네요. 게다가 밀린 세금도 내지 않으면 압류를 걸겠다는 통고장도 받았습니다. 정말 제 사정을 좀 봐주시고 도움 주시면 절대 믿음을 깨지 않고 성실히 납부하겠습니다.(시아)

# 35살 늦은 나이에 지인의 소개로 외국인 아내와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모아두었던 돈은 결혼하느라 썼습니다. …하루 8만5000원 일당의 용접일을 하는데 11월부터 일이 줄어 월급이 많이 줄었습니다. 12월에 대출금 및 카드대금을 상환하고 나니 당장 이번 달 생활비조차 없네요. 임신한 아내 출산준비에 쓰려합니다. 백만원에 하루 이자 만원을 주고 사채를 쓸 수 없어 이렇게 원클릭 가족분들의 도움을 청합니다.(하늘과 구름)

인터넷 대출 중개 사이트 ‘원클릭’에 올라온 사연들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 낮은 사람들이 자기 사정과 상환계획을 올리고 투자를 기다린다. 투자자들은 게시글을 읽고 인터넷 투표로 대출여부를 결정한다.
투자는 십시일반의 경매 형식으로 이뤄진다. 1백만원이 필요하다고 한 ‘하늘과 구름’씨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투자자들은 각자 자기가 출자할 금액을 제시한다. A씨는 5000원, B씨는 1만원…. 이런 식으로 투자금액 1백만원이 차면 대출이 된다. 금액을 못채우면 유찰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돈거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힘내라’ ‘잘 될거다’ 등 응원댓글도 달면서 인간적인 정까지 함께 나눈다.
‘마이크로크레딧’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원클릭’은 최대 300만원까지 빌릴 수 있고 연간 최대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연이율은 최대 30%다. 소액의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층 사람들과 ‘착한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만나 훈훈한 돈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트의 총회원수는 8000명여명. 이중 한번이라도 투자를 한 회원은 850명 정도다. 지난 2007년부터 올 1월까지 2년간 총 298건, 3억 800만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그동안 13건이 대손처리 됐지만 이 중 7건은 채무자가 꾸준히 상환금을 입금하고 있다. 원클릭 운영팀의 최민호씨는 “대손처리 후에도 상환을 하는 것은 일반 대부업체나 금융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거나, 정상적인 신용생활이 불가능해 고리의 사채의 유혹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원클릭’은 새로운 희망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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