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최고 <16> 보성고 발명반 scinovator

“미래의 에디슨 꿈꾸는 학생들의 보금자리”

지역내일 2009-02-10 (수정 2009-02-10 오후 6:10:18)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요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발명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보성고등학교 발명반 사이노베이터(scinovator-science와 inovator의 합성어)의 회원들. 과학 분야 잡지와 책, 각종 장난감과 마술도구로 가득 찬 발명반 교실에는 방학 중이지만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든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명반 담당 정호근 교사와 의논하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읽기에 열중한다.




과학고보다 화려한 수상실적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사이노베이터는 지난 8년간 참가한 대회에서 400회 가량 입상실적을 남겼다. 이는 과학 분야 영재들이 모인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수상실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허와 실용신안, 의장등록 등 출원실적도 80건이 넘는다. 지난해에 받은 상 만해도 58건에 달한다. 대학 입시가 목표인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결과다.
현재 주축이 돼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50여명. 1학년과 2학년을 중심으로 발명반이 운영된다. 2학년 단장 김성림 학생은 “사이노베이터는 각종 대회 참가 뿐 아니라 과학 축제 단체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개인마다 전문 분야가 있다. 발명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 뿐 아니라 과학적 원리를 어린이나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체험시키는데 의미를 두는 학생도 많다”고 소개했다.
발명 분야에 전념하더라도 발명반에서 1년쯤 생활하다보면 본인에게 알맞은 전문분야를 찾게 된다. 창의력 대회를 주로 준비하는 2학년 임연준 군은 “외부 과학 대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1학년 때는 창의력대회, 발명대회, 과학 전람회, 과학논술대회 등 여러 대회에 참가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분야를 찾아 2학년을 보낸 후 3학년이 되면 입시에 전념하는 것이 코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무래도 이런 전문성을 갖추게끔 토대를 마련해주는 역할은 사이노베이터의 정호근 담당교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정 교사 또한 학창시절 발명품대회에 나가 특허청장상을 수상하는 등 과학‧발명분야 개인상만 30여개를 보유한 인재다. 정 교사는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입시에 파묻혀 꿈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본격적으로 발명반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발명으로 창의력과 논술실력까지 쑥쑥
발명을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우선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출발한다. 발명반 교실 벽에 걸려있는 ‘TD''라는 조그만 액자가 사이노베이터 학생들이 가슴에 품은 열정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Think Differently. 다른 생각, 창의적인 사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창의력과 노력의 결과물로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기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1학년 단장 김도현 군은 “대회준비를 위해서 발명품을 만드는 것 외에 심사위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리젠테이션하는 과정도 경험 한다”면서 “이런 과정은 일반 고등학생들이 경험할 수 없는 뜻 깊은 시간들”이라고 얘기했다.
또,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과정이나 발명 후에 서로 문제점과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서로를 발전시키게 된다. 그래서 이들이 주로 모이는 점심시간이면 가끔 발명반 학생이 아닌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조언 받거나 각종 대회 정보를 묻기 위해서다.

발명의 걸림돌 많지만 꿈은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어려운 점은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다. 발명도 잘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공부에 전념할 시기에, 대회접수를 하고 결과를 기다릴 때는 더욱 공부가 안 되는 것이 현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여러 번하다보면 무던해지고 사이노베이터 활동이 학교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2학년 김성림 군은 “대부분 부모님들이 초창기에는 ‘공부는 안하고 쓸데없는 짓만 한다’고 꾸짓기 일쑤다”면서 “그런 과정을 겪다가 차츰 상을 안겨주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많이 이해하고 지원해준다”고 웃음 지었다.
이들의 장래희망은 발명과 떼놓을 수 없다. 1학년 한경진 군은 이공계에 진학해 훗날 신소재발명을 해보고 싶다. 2학년 김성림 군은 발명을 지속해 사업화하는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또한 자신처럼 발명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다. 1학년 김도현 군은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을 쌓는데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호근 교사는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우리 학생들이 수시전형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국내대회에서는 안받아본 상이 없으므로 발명반 학생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본상을 받아봤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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