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동거늘어도 혼인율 떨어져

경제난도 원인 … 소송비용 부담에 이혼줄어

지역내일 2009-01-19
남미에서 동거는 늘어도 혼인율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혼인하는 사람이 1세기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는 그 사이 2배가 늘었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웬만한 유럽 선진도시보다 낮아졌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란린’에 따르면 지난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1만2942쌍이 법정혼인을 했다. 통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18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1만3000쌍이 법정혼인을 했다. 90년 전보다 혼인한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인구는 당시보다 2배로 증가, 현재 3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조혼인율은 4건으로 1990년대 8건에서 반토막이 났다. 파리(4.3건), 로마(4.6건), 마드리드(4.5건) 등 조혼인율이 낮아 고민하는 유럽의 대도시보다 낮아졌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법정혼인을 생략한 채 동거하는 사람이 늘었다. 통계를 보면 지난 2년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동거증명 2만 건이 발급됐다. 결국 동거는 좋지만 혼인은 싫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법적 부부가 아니어도 동거증명이 있으면 의료보험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부부와 가정의 전통적인 개념이 바뀌어 가면서 법정혼인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인 가구나 동성-동거 커플이 늘면서 부부의 개념이 변해가고 법정혼인의 중요성과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초혼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엔 경제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위기 때면 가정을 꾸민다는 개인의 계획은 뒤로 미뤄지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물로 전이되고 있는 금융위기도 혼인을 줄이는 범인이라는 얘기다.
한편 혼인건수는 크게 줄었는데 이혼은 늘어나고 있다. 공식통계를 인용한 ‘클라린’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결혼한 2쌍 중 1쌍 꼴로 부부가 연을 끊었다. 10년차 부부 가운데 갈라서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다행히 금융위기로 이혼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혼소송을 할 때 드는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경제가 어려울 때는 선뜻 갈라서기도 힘들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임석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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