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그랬다. 분당의 와인문화를 알아보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와인동호회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분당의 한 와인 숍에 전화로 취재요청을 했다.
흔쾌히 협조해 주시겠다던 사장님 말씀 “그런데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동호회 정규모임이 오늘 저녁에 있는데 사람들 만나려면 오늘 오셔야겠네요.”
순간 고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채 2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안가면 한 달 뒤에나 볼 수 있다는 사장님 말씀에 길게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부랴부랴 아이들 짐 챙겨 집에서 10분 거리 시댁에 맡기고, 간 김에 저녁요기도 대충하고 나섰다.
와인 지식이라곤 오며가며 주워들은 자투리 정보가 전부인데 와인 마니아들이 모인다는 동호회라, 긴장과 걱정이 앞선다. 혹, 나의 무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운전대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저스트와인 동호회에 참가하다
분당 구미동에 위치한 와인 전문숍 ‘저스트와인’
탄천 변을 한 블록 살짝 비껴 호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덕분인지, 11월도 중순을 넘긴 금요일 밤의 분위기인지는 몰라도 옅게 안개까지 드리운 와인숍이 눈에 들어오자 내내 박혀있던 긴장이 스르르 가신다.
통유리 사이로 보이는 무수한 와인들. 제각각 붙어있는 이국적인 상표와 각양각색의 와인들을 보고 있자니 와인 맹(?)임에도 불구하고 선물보따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아이마냥 설렌다.
이어 사장님의 안내로 와인숍 내부로 난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탈레반들의 비밀 지하기지처럼 곧,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들…
투명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밀린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이들은 와인애호가라는 사실 말고는 공통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20대의 꽃띠 대학생부터 30대의 재기발랄, 40대의 여유와 50대의 중후함까지, 무지개처럼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아무 생각 없이 대면했던 이들과의 만남에는 2차 난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 복선이 깔려있었다.
우쿨렐레 공연,
토스카나의 명품와인 시음
자리가 얼추 정돈되자 ‘저스트와인’ 변형완 사장님의 와인 강의가 시작된다.
오늘의 테마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띠’와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선두로 한 토스카나의 명품와인들. 저마다 익숙하게 들어본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속에서 ‘평상시 와인공부 좀 해둘 걸, 히트를 쳤다던 와인만화책이라고 읽어 둘 걸’하는 자책에 몸부림치고 있을 무렵 구원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타소리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음색의 ‘우쿨렐레’ 공연이 시작된 것. 강좌 때문에 얼어있던 온몸이 해동되는 느낌이다. 와인동호회 회원인 오경호(49·구미동·건설회사 이사)씨가 역시 우쿨렐레 동호회를 이끌고 있었던 것. 강좌에 소개되었던 몇 개의 명품 와인과 프랑스 지방의 ‘보졸레 누보’를 시음하면서 듣게 된 공연은 지하 공간 20여명 사람들을 즉석에서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2차
몇 잔의 와인이 돌고 돌았다. 사람들 모두가 무장해제 된 채 오픈되어 보인다.
이틈을 비집어 한동안 놓았던 넋을 다시 수습, 직업정신을 발동해본다. 분당의 와인문화를 알아보자던 처음 취지를 살려 인터뷰 시작.
주1회 6주과정의 와인강좌를 얼마 전 졸업해 와인동문회 54기가 되었다고 소개한 정임영(42·정자동·교사)씨는 “나이가 들면 몸을 상하게 하는 소주나, 맥주 등 폭음을 아무래도 자제하게 된다”며 “와인은 몸을 가볍게, 기분은 즐겁게 만들어주는 풍부함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만(45·금곡동·중소기업 CEO)씨는 “예전엔 골프를 모르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듯 요즘 와인을 모르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운 시류가 되었다”며 “처음엔 와인을 공부하듯 배웠다면 쌉쌀한 와인 맛에 익숙해진 요즘은 다양하고 재미난 와인 문화를 즐기게 됐다”고 은근 와인동호회 정식 가입을 독려한다.
사람들 속에 섞여 기분 좋게 인터뷰를 하느라 나도 모르게 홀짝홀짝. 알싸한 취기에 기분이 좋아질 무렵, 아까부터 계속 은근한 눈빛을 쏘아대는 40대의 여성 동호회원.
자리가 먼 곤란함도 극복(?)하고 연이어 와인 잔을 부딪쳐 주신다. 그리고 이내 분위기 종결하는 멘트. “오늘 2차 같이 가야 돼요. 꼭!”
취기가 발동해서일까? 아님, 너무나 편안히 반겨준 사람들의 마음에 동(動)해 버린 걸까? 나도 모르게… “예스”라고 화답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재만씨가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와인으로 유명한 칠레산 와인 ‘에스쿠도 로호’, 일명 ‘붉은 방패’ 3병을 기부하면서 분위기는 급상승.
3병의 ‘붉은 방패’가 순식간에 비워지고 자리에서 일어난 일행은 곧장 근처 노래방으로 집결, 이때부턴 주객이 전도된 난장을 경험한다. 동호회 차기 총무로 낙점 받고 와인이 아닌 ‘소맥(소주와 맥주 혼합주)’으로 얼큰해져 신데렐라의 귀가 시간인 12시를 넘기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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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동호회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분당의 한 와인 숍에 전화로 취재요청을 했다.
흔쾌히 협조해 주시겠다던 사장님 말씀 “그런데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동호회 정규모임이 오늘 저녁에 있는데 사람들 만나려면 오늘 오셔야겠네요.”
순간 고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채 2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안가면 한 달 뒤에나 볼 수 있다는 사장님 말씀에 길게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부랴부랴 아이들 짐 챙겨 집에서 10분 거리 시댁에 맡기고, 간 김에 저녁요기도 대충하고 나섰다.
와인 지식이라곤 오며가며 주워들은 자투리 정보가 전부인데 와인 마니아들이 모인다는 동호회라, 긴장과 걱정이 앞선다. 혹, 나의 무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운전대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저스트와인 동호회에 참가하다
분당 구미동에 위치한 와인 전문숍 ‘저스트와인’
탄천 변을 한 블록 살짝 비껴 호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덕분인지, 11월도 중순을 넘긴 금요일 밤의 분위기인지는 몰라도 옅게 안개까지 드리운 와인숍이 눈에 들어오자 내내 박혀있던 긴장이 스르르 가신다.
통유리 사이로 보이는 무수한 와인들. 제각각 붙어있는 이국적인 상표와 각양각색의 와인들을 보고 있자니 와인 맹(?)임에도 불구하고 선물보따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아이마냥 설렌다.
이어 사장님의 안내로 와인숍 내부로 난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탈레반들의 비밀 지하기지처럼 곧,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들…
투명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밀린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이들은 와인애호가라는 사실 말고는 공통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20대의 꽃띠 대학생부터 30대의 재기발랄, 40대의 여유와 50대의 중후함까지, 무지개처럼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아무 생각 없이 대면했던 이들과의 만남에는 2차 난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 복선이 깔려있었다.
우쿨렐레 공연,
토스카나의 명품와인 시음
자리가 얼추 정돈되자 ‘저스트와인’ 변형완 사장님의 와인 강의가 시작된다.
오늘의 테마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띠’와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선두로 한 토스카나의 명품와인들. 저마다 익숙하게 들어본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속에서 ‘평상시 와인공부 좀 해둘 걸, 히트를 쳤다던 와인만화책이라고 읽어 둘 걸’하는 자책에 몸부림치고 있을 무렵 구원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타소리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음색의 ‘우쿨렐레’ 공연이 시작된 것. 강좌 때문에 얼어있던 온몸이 해동되는 느낌이다. 와인동호회 회원인 오경호(49·구미동·건설회사 이사)씨가 역시 우쿨렐레 동호회를 이끌고 있었던 것. 강좌에 소개되었던 몇 개의 명품 와인과 프랑스 지방의 ‘보졸레 누보’를 시음하면서 듣게 된 공연은 지하 공간 20여명 사람들을 즉석에서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2차
몇 잔의 와인이 돌고 돌았다. 사람들 모두가 무장해제 된 채 오픈되어 보인다.
이틈을 비집어 한동안 놓았던 넋을 다시 수습, 직업정신을 발동해본다. 분당의 와인문화를 알아보자던 처음 취지를 살려 인터뷰 시작.
주1회 6주과정의 와인강좌를 얼마 전 졸업해 와인동문회 54기가 되었다고 소개한 정임영(42·정자동·교사)씨는 “나이가 들면 몸을 상하게 하는 소주나, 맥주 등 폭음을 아무래도 자제하게 된다”며 “와인은 몸을 가볍게, 기분은 즐겁게 만들어주는 풍부함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만(45·금곡동·중소기업 CEO)씨는 “예전엔 골프를 모르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듯 요즘 와인을 모르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운 시류가 되었다”며 “처음엔 와인을 공부하듯 배웠다면 쌉쌀한 와인 맛에 익숙해진 요즘은 다양하고 재미난 와인 문화를 즐기게 됐다”고 은근 와인동호회 정식 가입을 독려한다.
사람들 속에 섞여 기분 좋게 인터뷰를 하느라 나도 모르게 홀짝홀짝. 알싸한 취기에 기분이 좋아질 무렵, 아까부터 계속 은근한 눈빛을 쏘아대는 40대의 여성 동호회원.
자리가 먼 곤란함도 극복(?)하고 연이어 와인 잔을 부딪쳐 주신다. 그리고 이내 분위기 종결하는 멘트. “오늘 2차 같이 가야 돼요. 꼭!”
취기가 발동해서일까? 아님, 너무나 편안히 반겨준 사람들의 마음에 동(動)해 버린 걸까? 나도 모르게… “예스”라고 화답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재만씨가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와인으로 유명한 칠레산 와인 ‘에스쿠도 로호’, 일명 ‘붉은 방패’ 3병을 기부하면서 분위기는 급상승.
3병의 ‘붉은 방패’가 순식간에 비워지고 자리에서 일어난 일행은 곧장 근처 노래방으로 집결, 이때부턴 주객이 전도된 난장을 경험한다. 동호회 차기 총무로 낙점 받고 와인이 아닌 ‘소맥(소주와 맥주 혼합주)’으로 얼큰해져 신데렐라의 귀가 시간인 12시를 넘기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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