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강남사람들 - 서초클라리넷동호회

지역내일 2008-11-24
“무료강습과 편안한 연습실 때문에 더 즐겁죠”

찬바람이 매서운 월요일 저녁, 서초구민회관 음악감상실에 들어서니 클라리넷 소리가 여기저기서 우렁차다. 젊은여성, 중년여성, 중후한 50, 60대 남성들이 제각기 클라리넷 연습에 열심인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클라리넷 강습과 동호회 모임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서초구 무료 클라리넷 강좌에서 시작
서초구청에서는 매년 무료 서초상설문화교실을 열고 있는데, 1998년에 ‘상명대 동준모교수의 클라리넷 교실’이 시작되었다. 동호회 창단 멤버들은 대부분 이 클라리넷 교실의 초기 수강생들이다. 서초클라리넷동호회 유광수 회장은 “연주 발표회 준비를 하면서 자주 만나고 친해졌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아 ‘서초클라리넷동호회’를 만들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 동아리를 함께 만든 회원들은 대부분 시니어 수강생들로 클라리넷을 배우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지금도 월요일 저녁이면 서초구민회관에 대부분 참석해 꾸준히 강습을 받는다. 이곳에 오면 동호회 회원들도 만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준 높은 강습을 받을 수 있어 모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도 무료로 돌아가면서 개인강습도 받고 연습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강습이 끝나면 뒤풀이 식사와 함께 음악과 클라리넷 이야기로 정겨운 시간을 보낸다.
현재 동아리 회원은 20여명으로 중년 남성들이 대분이지만 부부회원, 여성회원들도 있다. 요즘은 매년 연말에만 연주회를 갖지만, 처음에는 매년 2번의 연주회도 했다. 모두 초보나 다름없던 이들에게 동준모 교수는 기꺼이 용기를 주고 무대에 서게 했다. 동아리가 시작된 두 번째 해에는 서래마을 프랑스학교와 서초구 클라리넷교실 회원들이 함께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발표회를 할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올해도 다가오는 연말 발표회 준비로 회원들의 클라리넷을 누비는 손가락은 바쁘기만 하다.

힘들지만 클라리넷 매력 외면 못해
클라리넷 강습을 받는 사람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그 중 젊은 여성강습생들이 처음 3~5개월의 고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6개월 정도를 꾹 참고 잘 견디면 대부분 오랫동안 클라리넷을 배운다고 한다. 대부분 중년 남성들로 이루어진 동호회 회원들에게 클라리넷의 매력을 물었다.
염유성 총무는 “대부분 남자들이 좋아하는 관악기는 트럼펫, 섹스폰, 클라리넷인데, 트럼펫은 힘이 많이 들고 섹스폰은 너무 대중적이다. 그래서 클래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클라리넷을 선택한다”며 “또한 클라리넷은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아 집에서도 쉽게 연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악기다”고 소개했다.
클라리넷은 음역이 상당히 넓어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다양하다. 또한 집중해서 배우고 불어야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취미 생활과 치매예방,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유광수 회장은 “클라리넷은 독주 악기로 남들 앞에서 연주를 함으로써 점점 움츠려드는 자신감 회복에 그만이다. 앞으로 회원들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찾아가는 클라리넷 연주봉사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령 70대 회원, 그러나 열정은 40대
동호회원 중에는 학창시설 합주단에서 활동했던 기억으로 다시 클라리넷을 잡은 사람, 젊었을 때 우연한 기회로 클라리넷을 접하고 직장 때문에 포기했다가 퇴직을 하면서 다시 시작한 사람, 나이 60이 넘어 처음 선택한 악기가 클라리넷인 사람 등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이 동호회의 최고령 회원은 전명갑(75)씨. 지난해 클라리넷에 처음 입문했지만 지금은 누구 못지않게 좋은 소리를 낸다. 그는 한국전쟁이 나던 고등학생 시절 학교 악대에서 처음 클라리넷을 접하고 50년 만에 다시 클라리넷을 잡았다.
“강습도 열심히 참가하지만 집에서 연습도 열심히 한다. 한 시간만 불어도 땀이 흐르고 배도 고파지지만 너무 즐겁다. 아내와 나는 시작할 때 언제 그만두는가를 가지고 내기를 할 정도지만 보란 듯이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또한 전 씨는 “클라리넷을 다시 시작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이렇게 좋은 연습실과 무료강습을 해주는 곳은 서초구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서초구청에 감사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미성 리포터 miskim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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