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
외국인 문제 역지사지를
“우리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만 생각처럼 빨리 늘지 않는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한국인 선생님들은 우리가 게을러서 한국어를 빨리 배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학생이 아니다.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다. 어떤 사람들은 돈도 벌어야 한다. 여기가 한국 땅이고 우리가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남편과 가족들은 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을까? 남편들도 중국어를 배우면 나이 들어 한국어를 배우느라 고생하는 우리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5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중국인 유모씨가 지난달 열린 이주민인권 토론회에서 호소한 말이다. 이주여성단체 상담원으로 일하는 유씨는 “지금은 아이를 둘 낳고 시집으로부터 분가해 잘 살지만 처음 몇년은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외국인과 결혼해 음식이 낯설고 기후가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특히 어려운 것은 언어 소통이다. 경기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이민 여성 중 한국어 교육을 받은 비율은 농촌지역 이민자가 18%, 도시 지역이민자가 32%였다. 한국계 중국인을 제외한 72.4%는 한국어 교육을 절실히 원했고 한국어 교육을 위해 보육시설 마련, 교육에 대한 정보, 집 근처의 교육기관, 수준별 강의 제공 등을 희망했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은 단기체류를 포함해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인구 4천900여만명의 2%를 넘은 수치다.3개월 이상 체류한 등록 외국인은 금년 6월 현재 89만1000여명. 지난해 72만3000명보다 23% 늘어났다. 이 중 오래 머물거나 정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및 자녀는 64만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주민의 72%. 결혼 이민자는 14만4000여명(16%),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5만8000여명(6.5%)이다. 외국인 중 3분의 2정도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왔을까? 이들의 출신국은 모두 168개국. 아시아 46, 아프리카 40, 유럽 43, 북아메리카 17, 남아메리카 12, 오세아니아 10개 국 등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거의 망라된 셈이다. 세계 국가 수는 자료 출처에 따라 들쭉날쭉 이지만 통계청자료로는 224개국이다. 그 중 유엔가입국은 192개국.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는 나라는 모두 163개국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출신국수(168개)와 엇비슷하다. 국민 중 해외 거주자는 683만4000명. 우리 인구의 13.6%에 달한다. 재외국민이 국내거주 외국인 수(장기체류 기준)의 8배가 넘는다. 이들이 해외에서 겪는 고초를 생각해 보면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우리가 어떻게 베풀어야할지 답이 나온다.
12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유엔은 1990년 12월 18일 이주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채택하고 이 날을 세계 이주민의 날로 정했다. 이 날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에서 2008 세계 이주민의 날 한국대회가 열렸다.
국내 거주 이주민들은 이 대회에서 이주민 인권선언문을 낭독했다. 여기에는 ‘모든 이주민이 인간으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와 자유는 인종, 국적 등의 차별 없이 행사돼야 한다’와 ‘모든 이주민은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 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등 이주민 인권과 관련한 14개 조항이 포함됐다.
16일 오전에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관련 국제규범과 한국적 다문화정책의 새로운 과제’라는 주제로 다문화정책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영국, 일본, 호주 등 해외 다문화정책 사례와 한국적 다문화 정책과 프로그램의 방향이 논의됐다.
세계적 경제위기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연일 산업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나라마다 실업 문제가 골칫거리다. 자국 근로자 대신 저임금 구조의 일자리를 메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현상이 일고 있다는 마뜩지 않은 소식도 세계 도처에서 들린다.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국내 외국인의 8배나 되는 해외동포가 160여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걸 생각하자. 이 땅에서 우리말을 익히고 우리 문화에 젖은 160여 나라 출신의 이주민이 훗날 국력에 보탬이 될 것도 염두에 두자.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민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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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문제 역지사지를
“우리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만 생각처럼 빨리 늘지 않는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한국인 선생님들은 우리가 게을러서 한국어를 빨리 배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학생이 아니다.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다. 어떤 사람들은 돈도 벌어야 한다. 여기가 한국 땅이고 우리가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남편과 가족들은 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을까? 남편들도 중국어를 배우면 나이 들어 한국어를 배우느라 고생하는 우리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5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중국인 유모씨가 지난달 열린 이주민인권 토론회에서 호소한 말이다. 이주여성단체 상담원으로 일하는 유씨는 “지금은 아이를 둘 낳고 시집으로부터 분가해 잘 살지만 처음 몇년은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외국인과 결혼해 음식이 낯설고 기후가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특히 어려운 것은 언어 소통이다. 경기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이민 여성 중 한국어 교육을 받은 비율은 농촌지역 이민자가 18%, 도시 지역이민자가 32%였다. 한국계 중국인을 제외한 72.4%는 한국어 교육을 절실히 원했고 한국어 교육을 위해 보육시설 마련, 교육에 대한 정보, 집 근처의 교육기관, 수준별 강의 제공 등을 희망했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은 단기체류를 포함해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인구 4천900여만명의 2%를 넘은 수치다.3개월 이상 체류한 등록 외국인은 금년 6월 현재 89만1000여명. 지난해 72만3000명보다 23% 늘어났다. 이 중 오래 머물거나 정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및 자녀는 64만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주민의 72%. 결혼 이민자는 14만4000여명(16%),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5만8000여명(6.5%)이다. 외국인 중 3분의 2정도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왔을까? 이들의 출신국은 모두 168개국. 아시아 46, 아프리카 40, 유럽 43, 북아메리카 17, 남아메리카 12, 오세아니아 10개 국 등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거의 망라된 셈이다. 세계 국가 수는 자료 출처에 따라 들쭉날쭉 이지만 통계청자료로는 224개국이다. 그 중 유엔가입국은 192개국.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는 나라는 모두 163개국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출신국수(168개)와 엇비슷하다. 국민 중 해외 거주자는 683만4000명. 우리 인구의 13.6%에 달한다. 재외국민이 국내거주 외국인 수(장기체류 기준)의 8배가 넘는다. 이들이 해외에서 겪는 고초를 생각해 보면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우리가 어떻게 베풀어야할지 답이 나온다.
12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유엔은 1990년 12월 18일 이주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채택하고 이 날을 세계 이주민의 날로 정했다. 이 날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에서 2008 세계 이주민의 날 한국대회가 열렸다.
국내 거주 이주민들은 이 대회에서 이주민 인권선언문을 낭독했다. 여기에는 ‘모든 이주민이 인간으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와 자유는 인종, 국적 등의 차별 없이 행사돼야 한다’와 ‘모든 이주민은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 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등 이주민 인권과 관련한 14개 조항이 포함됐다.
16일 오전에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관련 국제규범과 한국적 다문화정책의 새로운 과제’라는 주제로 다문화정책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영국, 일본, 호주 등 해외 다문화정책 사례와 한국적 다문화 정책과 프로그램의 방향이 논의됐다.
세계적 경제위기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연일 산업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나라마다 실업 문제가 골칫거리다. 자국 근로자 대신 저임금 구조의 일자리를 메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현상이 일고 있다는 마뜩지 않은 소식도 세계 도처에서 들린다.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국내 외국인의 8배나 되는 해외동포가 160여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걸 생각하자. 이 땅에서 우리말을 익히고 우리 문화에 젖은 160여 나라 출신의 이주민이 훗날 국력에 보탬이 될 것도 염두에 두자.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민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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