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공동체 우리가 만들어갑니다

동네 사람들의 징검다리 ‘마을신문’

지역내일 2008-11-14 (수정 2008-11-14 오후 2:16:14)
옛날에는 옆집 수저 숫자까지 알고 살았다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산다. 하지만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일일 터. 여기 누구네 할머니 칠순잔치와 주민센터 프로그램, 자전거 사랑회 회원모집 등을 담아 동네 소식을 전하는 마을신문들이 있다. 상동에서 발행되는 ‘상동 사랑이야기’, 성곡동 ‘성곡사랑’, 중4동 ‘좋은 벗들’, 삼산1동 ‘삼산1동 사람들’, 청천2동 ‘살기좋은 청천2동’이다. 시나브로 잃어가고 있는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 마을신문들은 마을사람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박미혜 리포터 choice61@hanmail.net

#주민 모두가 기자- 상동 사랑이야기
상동 주민 김정자씨는 얼마 전 마르치스 강아지를 상동시장에서 잃어버렸다. 털이 길고 발에 반점이 하나 있는, 가족과 다름없이 애지중지 하던 녀석이었다. 한참을 찾아다니던 김 씨는 마을신문인 ‘상동사랑이야기’ 편집장 신현철씨를 찾아갔다.
신 편집장은 마을신문에 마르치스를 찾아달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렇게 이 동네 주민들은 동네 행사라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신문 사무실이 있는 상동 주민센터 취미교실을 찾아온다.
취재한 것을 모두 준비해오는 주민도 있지만 다수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오기도 하고 행사제목을 알려주려고 전화도 한다. 또는 카페에서 쪽지나 메일로 연락을 해준다. 신 편집장은 이렇게 모아진 자료를 근거로 현장을 다시 방문해서 확인한 내용을 신문에 싣고 있다.
신문에는 상동 마을에 관한 일이라면 지면이 허락하는 한 모두 게재하고 있다. 주민들이 알아야 할 사항, 개선사항, 생활 관련 이야기 등이 실린다. 신문이 발행되면서 좋은 일도 많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한 끼 금식운동이 그것이다.
지난 9월 상동주민 600여 명은 하루 한 끼 금식을 해서 일인당 3000원씩의 성금을 냈다. 십시일반 모아진 돈은 172만원이었다. 동네에 있는 산돌교회 교인들과 상도중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40가구에 생필품 세트를 전달했고, 학생 3명의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주민들은 하나가 됐다. 이 밖에도 사랑마을 청구아파트에 사시는 100세 된 김경임 어르신의 생일잔치, 석천 공원의 시와 꽃이 있는 거리, 삼광 요양원 봉사 등 신문에는 주민들이 사는 이야기가 가득 실리고 있다. 2008년 1월 창간된 상동사랑이야기는 월간 4면의 A4 용지 크기로 제작된다. 타 지역 신문보다 크기가 작은 이유는 가방에 넣거나 들고 다니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발행부수는 5000부. 신문들은 상동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배부된다.
신문을 본 주민들은 “아는 사람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마을 일을 훤하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소감을 말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상동사랑이야기 신현철편집장
“구도시와 신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상동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신문을 만들고 싶었다.”
신현철(50) 편집장은 매체가 전혀 없던 상동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신문이 상동사랑이야기라고 말했다. 어느 날 신 편집장은 상동시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상동시장 근처에서 주민 두 사람이 신문을 한 부씩 들여다보며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신문 내용이 재미있다, 바로 옆집 일이 활자화 된 것이 신기하다는 등 주민들의 반응을 들어도 기분이 좋다. 신문 사랑에 관심이 커지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현재 9호 신문이 나왔는데 발행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상동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통로에 너무 바투 내놓는다는 고발기사를 썼을 때 신문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후에 상인들은 물건 내놓는 일을 자제했다. 그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만드는 신문이 되는 것이 주민들 간에 소통을 이루는 길이다. 신문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70% 이상의 주민이 보는- 살기좋은 청천2동
청천2동 마을신문 ‘살기좋은 청천2동’ 발행은 올해로 만 3년째로 접어든다. 연간 4회 발행으로, 지난 10월에 제10호가 발행되었다. 청천2동 마을신문은 10회라는 발행 회수에 비해 신문짜임새나 내용에 규모가 있다. 총 4면으로 구성된 신문은 축제, 동네 자랑, 화제 인물, 주민자치센터 소식, 탐방, 독자란 등, 그 면면이 알차게 구성되어 다른 동 마을신문에서 밴치마킹할 정도다. 특히 청천2동 마을신문은 모든 제작과정이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오곤)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역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금연(금호어울림아파트)씨를 비롯해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임종국(디자인포유)씨 등, 기획에서 취재, 인쇄에 이르기까지 8명의 편집위원들에 의해 멋진 마을신문이 발행되고 있는 것이다.
1만6000부가 발행되는 청천2동 마을신문의 예산은 150여만 원. 창간호부터 발행에 관여한 김금연씨는 “마을신문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많이 어려웠지요. 지금은 광고효과를 보고 있는 단지 내 상가 점주들의 고정 광고가 있어서 처음만큼의 어려움은 없지만, 약 10개의 광고 면을 채우는 것은 여전히 숙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마을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학원생이 늘었다든가 손님들이 늘었다는 동네 학원장이나 점포주들의 감사 전화를 받을 때, 편집위원들은 보람을 느낀다”며 “설문조사 결과 70% 이상의 주민이 신문을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마을신문의 가장 큰 역할은 주민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지만, 청천2동 마을신문은 관내업체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에도 비중을 둔다. 부평공단지역과 연관된 청천2동은 관내 기업체들과 주민 사이의 돈독한 관계로 또한 유명하다. 마을신문에서 관내 업체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면 주민들은 기업체의 행사나 생산품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 김씨는 “주민들이 직접 기업체를 찾아가 소식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마을신문에서 업체의 행사나 고지사항을 보면서 내 고장 기업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특히 업체 탐방기사를 고정적으로 쓰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 어떤 물품들이 생산되고 있는지를 비교적 세밀하게 알 수 있고, 그 생산품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생겨나지 않나 싶다”고 마을신문을 통해 주민들과 기업의 조그만 소통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문의 032-515-1264

#격려해주는 주민이 있어 힘나는- 삼산1동 사람들
삼산1동 마을신문은 올해 5월 창간했다. ‘삼산1동 사람들’이라는 제호로 발행되는 신문 부수는 총 1만 부. 고정환 주민자치위원장을 발행인으로 총 5명의 편집인이 있다.
고정환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의견 도출이나 화합 차원에서 마을신문이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있었다”고 마을신문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 발행에 참여했던 김혜숙(동남아파트)씨는 “적은 지면이라도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창간호의 어려움을 말했다. “마을소식지의 필요성을 모르는 분들을 이해시키는 게 어려운 일 중 하나였고, 광고에 대한 내용 수위조절 또한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고. 처음 만든 신문이기 때문에 배포문제 또한 풀어야 될 숙제였다. 삼산1동은 독립주택과 공동주택이 약 4:6 비율이다. 독립주택까지의 배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아파트 지역에만 배포하는데도 적지 않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엔 자치위원들이 하루를 꼬박 내어서 1만부를 배포했다는 것. 김혜숙씨는 “그래도 광고에 협조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예상비용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고 협조해 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려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 한 번밖에 내지 않아서 다양한 반응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격려해주는 주민들이 있어 힘을 얻기도 했다. 김혜숙씨는 “창간호 발단식 때 손님으로 오신 주민이 ‘우리 마을에도 마을신문이 발행되기를 많이 기다렸었다’며 수고했다고 말하는 데 그간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기사,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따뜻한 기사를 발굴해 싣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11월 중순 이후에는 2호 신문이 발간될 예정이다. 고정환 위원장은 “주민들 뜻을 대변하고 마을 의견을 모으는, 우리 마을의 중심이 되는 매체로 자리 잡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주민들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 조사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의 소식, 또 삼산1동 소재 자생단체들의 화합의 장이 ‘삼산1동 사람들’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앞으로 연간 4회 발행과 2만부로 부수를 확대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문의 032-509-8440

#미담이 가득, 성곡동 터줏대감- 성곡사랑
격월 ‘성곡사랑’(편집장 김동익)은 8면 5000부가 발행되는 성곡동의 터줏대감 신문이다. 주민자치위원회 문화부(부장 구자섭)가 주관하며 2008년 11월로 60호가 나왔다. 주민자치위원회 소식과 자원봉사 동아리 어함모(어려움을 함께 하는 모임), 주민의 소리, 주민센터 각 단체 활동상황과 관내 7곳 초등학교, 3곳 중학교에 관한 소식들을 싣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들의 가정과 단체, 마을금고, 금융기관,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배부된다. 이 신문은 특히 오정구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 소식과 환경, 레포츠센터, 도로, 오정근린공원 소식 등 주민생활과 밀접하고 실용적인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성곡동 통장협의회가 일일찻집을 운영해서 970여 만 원의 수익금을 냈고 학생 장학금과 함께 90여 가구에 후원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작은 미담이 담겨진 훈훈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공연장인 은데미예술마당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 소식도 있어서 주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좋은 이웃을 만드는 주역, 중4동- 좋은 이웃
계간 ‘좋은 이웃’(편집장 염순자 Good Neighbors)은 12면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고 있다. 2008년 4월 창간호를 냈고 지난 11월4일 3호가 나왔다. 중4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발행하는 이 신문의 발행부수는 1000부. 편집장을 중심으로 편집부 윤미향, 취재부 김성희, 박영희, 신채은 주민기자가 활동한다. 중4동 주민 간의 소통 및 좋은 인간관계를 수립하고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4동은 2008년 상반기 원미구 주민자치센터 평가에서 연속 3차례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 있는 동네. 김원경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의 주도적인 활동을 권유하고 있으며 재미있게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는 “이름도 빛도 없이 좋은 이웃으로 일하고 있는 동네 일꾼들을 발굴해내고 있으며, 관 주도로 만들어지는 홍보지가 아닌 독립신문의 역할에 충실 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는 격월간 12면이 발행될 예정으로 프로가 만드는 품격 있는 신문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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