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분당 구미 119안전센터 이명선 소방사

“나는 여성 소방관이다”

지역내일 2008-12-01 (수정 2009-09-18 오전 10:31:51)



분당 구미동에 위치한 119안전센터에는 분당구 유일의 여성 소방사가 근무한다.
요즘 같은 동절기에는 화재에 민감한 시기라 바쁘고 긴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명선(29세) 소방사.
6살, 3살 아이를 두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소녀 같은 용모 속에 숨어 있는 당찬 면모를 들여다보았다.
화요일 오전 11시 이명선 소방사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방문했는데 남자 대원 몇 명만이 반겨준다. 좀 전 응급환자가 발생해 출동했다는 소식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스텐바이’ 상태의 근무상황. 시간약속을 정한다는 것이 유효한 일이 아님을 비로소 깨달았다.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이명선 소방사의 등장. 앳되고 환한 모습에 어둡던 사무실이 갑자기 밝아지는 듯하다.

여성 소방사의 일과 가족
119 구급대원 특채로 선발돼 올해로 4년 8개월째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 소방사. 용인 소방서에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부부 소방사라는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응급 구조학을 전공하고 마지막 학기 실습을 나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실습이 끝나고 연락을 해와 만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하.”
“사실 이 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배후에는 남편의 권유와 도움이 절대적이었어요. 그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어 장점이 더 많아요.”
아침 9시에 출근해 다음날 9시까지 꼬박 24시간을 근무하는 고된 근무량도, 주말이나 명절 상관없이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 격일 근무 시스템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4년 8개월을 꿋꿋이 근무했던 이 소방사도 회의를 느꼈던 때가 있었다. 바로 아이들 보육 때문이었다.
“24시간 보육을 해주는 기관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아이들이 할머니 댁과 집을 하루씩 오가며 불안정하게 지낼 때, 게다가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해야할 때 엄마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회의가 들더라고요.”
지금은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어 보육문제가 일단 해결되었다는 이 소방관은 6살 난 큰 아들 동욱이에겐 자랑스러운 소방관 엄마다. 자기도 커서 소방관이 되겠다며 으스대는 큰 아이. 어제는 무슨 출동했냐며 관심을 보여줄 때, 화재 진압 일화를 들려주면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을 보일 때 일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응급 구조사, 소방사로서의
긴박한 24시
24시간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 상, 밥 먹는 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방관들. 어떤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분당구에는 본서인 분당소방서를 중심으로 서현, 이매, 야탑, 수내, 판교, 구미 등 6곳의 119안전센터가 포진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모든 신고는 본서인 분당소방서 상황실로 일괄 접수되고 발생지역에 따라 관할 안전센터로 출동업무가 내려오는 시스템이다.
“요즘 같은 동절기에는 화재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관내 소화전 점검도 꼼꼼히 해야 하고 유치원이나 초·중·고교에 화재, 재난 안전교육도 다니지요.”
그럼 이명선 소방사도 화재현장에 출동을 할까.
“물론이에요. 물탱크차에 탑승해 호스 잡는 일도 하고 화재 때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구조사로서의 역할도 큰 업무지요.”
긴박한 상황이나 격한 상황도 많았을 터.
“응급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문을 열고 들어가기 바로 전의 상황이 항상 두렵고 긴장되지요. 맞닥뜨릴 상황이 무엇일지 대개는 짐작이 되니까요.”
특히 분당 지역의 경우는 우울증 빈도가 높은 편으로 자살신고를 받고 출동해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가 많단다. 때론 격한 싸움이 벌어진 현장에 경찰과 함께 피해자 응급조치를 위해 출동하기도 한다. 싸움을 말리고 수습할 때 자칫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도 다반사.
“미금역 승강장에 아저씨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요. 호흡, 맥박이 없었고 심장이 거의 정지해 있었어요. 긴박한 상황이었지요. 전기충격기로 자극을 주었더니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자 응급조치를 하면서 병원응급실로 호송했어요. 그때만 해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뇌사판정을 받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다음날 의식이 완전히 돌아와 퇴원하셨죠. 그땐 고맙다는 인사를 제가 그분께 드리고 싶더라고요.”
응급구조사로 소방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일인 다역을 당차게 소화하고 있는 이명선 소방사. 미래의 소방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병원에서 응급조치 등 실무기술도 많이 익혀보기를 권해요. 평소 활발하고 활동적인 일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할 좋은 직업이에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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