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이 경쟁력이다]아이 학교 보내고 출근하니 일도 ‘술술’

탄력근무로 우수 여성인력 확보 …‘가족친화경영’ 저출산 시대의 경영문화

지역내일 2008-11-26
#CJ그룹 임직원들은 자녀 방학기간을 이용, 자녀들과 함께 모두 400명이 1~2주 동안 회사 인재원에 모여 종이접기 배우기, 점토 그릇 만들기 등 방학 공부캠프를 이용한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패밀리데이에 모든 직원이 참여한다.(한국애보트)
회사 제품인 젖병 전기소독기, 수유패드, 모유보관팩, 물티슈 등이 잘 구비된 ‘아이맘룸’에서 모유 수유와 착유를 편하게 한다.(보령메디앙스)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이용하고 아이가 학교 들어갈 때는 출근 시간을 한시간 늦춰 아이를 여유있게 등교시키고 일터에 나올 수 있다(대웅제약)
이와 같이 가족친화경영이 저출산 시대 주목받는 경영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가족친화제도 현황 및 기업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61.6%, 중소기업의 47.1%가 가족친화제도 운영이 기업 성과에 가시적인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답한 대기업들은 가족친화제도 시행으로 인한 구체적인 기업성과로 ‘종업원 만족도 향상에 따른 생산성 증가(20.8%)’와 ‘노사갈등 완화(17.5%)’를 꼽았다. 중소기업은 ‘이직률 하락으로 인한 안정적 인력 운용(19.6%)’, ‘종업원 만족도 향상에 따른 생산성 증가(11%)’라고 답했다.

◆성과로 다가오는 가족친화제도 = 이제 가족친화경영은 근로자의 일-가족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라고 인식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가족친화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 △유능한 근로자 강기근속·퇴직 감소·결근 감소 △근로자 사기증진·동기부여 △조직몰입과 기업 이미지 향상 △고객서비스 향상·효율성 증대 △여성근로자 육아휴직 뒤 복귀율 증가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직무공유를 통한 기술과 경험 향상 등을 긍정적 효과로 꼽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가족친화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2006년 ‘출산·가족친화 기업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7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가족친화 기업경영의 효과로 △이직의도 감소(3.71, 5점 만점) △직무성과 증진(3.66) △직업만족 증가(4.05) △자녀출산의도 증가(3.38) 등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인사관리학회가 마련한 ‘일과 가정의 상생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장은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과 삶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선순환을 조성해야 한다”며 “일과 삶의 선순환을 통해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의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 = 앞서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출산·가족친화 기업제도가 활성화될 경우 자녀를 출산할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남성근로자는 2.83점, 여성근로자는 3.26점으로 평균이상을 보였다. 특히 여성근로자의 출산의지가 강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울시에 따르면 20~24세 여성 39.1%와 40대 여성 44.4%는 ‘일자리 창출’을 여성행복을 위한 정책으로 꼽았다.
반면에 30~34세 여성 52.9%는 ‘육아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25~29세 여성 41.3%와 35~39세(43.9%)도 ‘육아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맞벌이 가구 취업여성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양육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출산 휴가중이던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애보트 세보레인 PM 권세라 과장은 “회사에 모유수유실이 설치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다”며 “낮에 회사에서 모유 유축을 할 수 있어 안심하고 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출산·가족친화경영은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제도는 개인적으로 삶의 질 개선,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 강화 수단,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비한 현실적 정책인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좌우” = 하지만 가족친화경영이 전반적인 경영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하게 된 요인으로 ‘고위경영진의 의견’이라는 응답이 19.1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응답은 14.9%로 뒤쳐졌다.
대기업은 가족친화경영를 실제 시행한 결과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중소기업은 ‘제도도입에 따른 비용지출의 증가’를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박하정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은 “가족친화제도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최고경영자나 인사담당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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