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들어서니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서 부녀회 회원들이 절인 배추를 씻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음식 만드는 자리에는 먹을 것과 아이와 여자가 함께 하기 마련이라 활기가 넘치기 마련이지만 지금 이곳은 까르르 웃음 넘어가는 소리와 그 소리가 뿜어내는 온기로 늦가을 주차장의 한기까지 녹일 듯 했다.
“부녀회 기금 마련을 위해 미리 주문받은 배추를 절였다가 지금 씻고 있어요.” 회원 이영복(41)씨가 말갛게 배추를 헹구며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금으로 독거노인을 돕기도 하고 팔고 남은 배추로는 김장을 담가서 설날 때 아파트 노인분들을 대접하는 만두 속으로 쓰기도 한다.
국제아파트 부녀회(회장 이경애, 47)가 만들어진 것은 2006년 7월 14일이었다. 국제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것이 1997년 2월이니 부녀회 조직이 많이 늦은 편이다. 아파트 초창기에 만들어지긴 했으나 흐지부지 활동을 접었다가 다시 결성하게 된 것. 지금은 회장 이씨와 더불어 부회장에 박춘향, 황미영씨, 총무 김명옥씨 등을 비롯해 30여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제 아파트는 재건축하는 와중에 시공사가 부도가 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다 보니 이웃 간 화합하는 분위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아파트에 부녀회가 만들어지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5월달에 열었던 ‘제 2회 주민화합잔치’는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었던 잔치였다. 300인분 이상 준비한 음식이 모두 동이 나서 다시 만들어야 했을 만큼 주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박춘향 부회장(39)은 “그날 노래자랑, 게임, 팔씨름 대회 등의 잔치가 풍성하게 열렸다. 11시부터 4시까지 열린 잔치자리를 주민들이 끝까지 지켜주었다”라며 그 날의 흥겨움을 전했다.
신림면 부녀회와 함께 직거래장터도 운영
“함께 모여 살림 비법도 서로 전수하고 아이들 교육 문제까지 의논할 수 있는 이웃이 바로 옆에 있어 즐거워요.” 박정애씨(42)가 연신 웃으며 전한 얘기다. 주부들이다 보니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확보로 이어졌다.
신림면 부녀회와 자매 결연을 맺어 그 곳에서 생산된 채소와 과일, 각종 잡곡들을 아파트에서 직접 파는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또 각종 행사에 서로 참석하여 일도 도와주고 흥도 돋우며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 직거래장터가 뜸해져 아쉽다. 이경애 회장은 “신림면에서 재배된 물건들이 워낙 좋아서 계속 이용하고 싶은데 아파트 규모에 한계가 있다 보니 생각 만큼 많이 소비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연락을 미루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부녀회가 신림잡곡축제와 국제 아파트 주민 행사 등에 서로 왕래하면서 계속 교류하고 있다.
곁에 있어 좋은 이웃들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30대와 40대가 주축을 이루다 보니 일하는 데 겁이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무슨 일이든 닥치면 뚝딱 해낸다. 서로 일을 미루지 않으니 모이면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이사를 가거나 취업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빠지는 일을 제외하고는 초기멤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경애 회장은 “회원들이 젊다 보니 패기도 있고 단결도 잘되어 활기가 돈다”며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회원 박정애씨는 “앞으로 이웃돕기 뿐 아니라 음악회 등의 문화행사도 마련해서 말 그대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고 싶어요.”라며 부녀회에 대한 바램을 드러냈다.
법원이 바로 옆에 있고 원주평생교육정보관이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고 시장도 지척에 있어 살기에 그만이라는 회원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얼굴만 봐도 좋은 이웃이 옆에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라는 그녀들. 늦가을 바람이 제법 매섭던 날, 지하 주차장의 한기가 그녀들의 환한 웃음으로 따뜻하게 덥혀지고 있었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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