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총리, 재능없는 지도자서 최고리더로 … 사르코지, 특유의 추진력으로 유럽공조 이끌어
금융위기는 지도자에 따라 더할나위 없는 기회일 수도 끊임없는 추락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요즘 유럽 정상들의 리더십을 보면 그렇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유의 빠른 결단과 추진력으로 EU의 명실상부한 리더로 부상했다. 최악의 지지율로 수세에 몰렸던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EU 경제장관으로 떠올랐다.
스캔들을 만들어 내기 바빴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적절한 대책마련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과 한때 유럽의 리더로 기대를 모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한발 늦은 대응과 정확한 판단력 부족으로 지는 지도자로 낙점됐다. 금융위기 세계 리더십이 다시 쓰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데일리텔레그라프’, 프랑스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최근 보도했다.
◆난국의 영웅, 고든 브라운 =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실력 있는 리더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능력한 지도자란 비난을 받으며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해온 그였다. 금융위기가 그를 살린 셈이다.
10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경제 전문가답게 국유화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에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 ‘영국식 구제금융안’을 내 놓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영국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것을 보고 브라운식 해법을 따라 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영국식 구제금융안이 완벽하지는 앉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것 중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브라운 정부는 전 미국이 두려워 할 정도로 명확한 판단력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브라운 총리는 자국 대책에 머무르지 않고 유럽차원에서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EU 차원에서 은행 간 지급보증을 실행하고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부터는 총리관저가 아닌 금융위기 대처 상황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브라운 총리의 활약으로 바닥을 기던 총리 개인의 지지율과 역대 최악의 여당 지지율을 기록하던 영국 노동당의 지지율 역시 상승했다. ‘뉴스오브더월드’ 의뢰, IC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4%가 브라운 총리가 금융시장 위기에 제대로 대처했다고 답했다. 또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 브라운 총리가 보수당 데이빗 캐머론 당수 보다 총리직에 더 적합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3%에 달했다. ‘콤레스’의뢰 ‘인디펜던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보수당은 노동당에 비해 9포인트 앞서있을 뿐이었다. 3월 이래 가장 좁은 격차다.
◆쾌속·강력함의 대명사 니콜라 사르코지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을 접한 당일 밤 엘리제궁에서 경제각료와 유럽담당관을 불러 긴급회의를 가졌다. 또 EU의장으로서 곧바로 유럽공동 대책 모색에 나섰다. 영국 브라운 총리와 독일 메르켈 총리와 협의해 EU권 긴급 정상회담을 마련하고 프랑스어권 국가 정상회의를 위해 캐나다로 향하기 전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전력질주가 없었다면 세계 경제위기는 보다 심각해 졌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반응이다. 특히 13일 유럽이 2조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재노력이 컸다. FT는 이에 대해 “세계에 대한 단결된 유럽상을 제시함으로써 위기로 부터 EU를 구했다”며 공을 높이 샀다. 또 “열정적이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사르코지의 통합 리더십은 추락한 국내 지지율도 되살렸다. 그 사이 프랑스 내에서 지나치게 강압적인 정책과 현란한 언론플레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던 터에 이혼과 젊은 여가수와의 재혼 등 복잡한 사생활은 그의 이미지는 한층 악화시켰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올 초 20%대에서 다시 40%대 중반으로 회복했다.
◆‘위기에 강한 남자’ 베를루스코니 = 뇌물수수, 탈세, 횡령, 위증, 여성폄하 발언, 마피아지원 의혹.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도 경제위기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위기에 강한 지도자’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율은 62%에 육박한다.
이탈리아인들은 국내 대표항공사 ‘알리탈리아’를 살려낸 것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또 재정적자, 은행 비유동성, 소비지수 급감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써 금융위기와 시장운영에 능동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라델라세라’는 베를루스코니는 수십년간 재정·운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알이탈리아의 파산위기를 특별경영단에게 맡겨 외국기업 인수를 막고 비독점법을 수정해 항공사를 재생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에서 부각된 그의 또다른 강점은 낙천적인 마음가짐이다. 외국은행 파산으로 심각한 긴장분위기에 있었던 기간에도 업무수행을 재정장관에게 대행한 후 주말휴가를 떠나는 여유를 보여준 줬다. 또 자신의 회사 주식이 40%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유럽정상 모임에서 돌아온 뒤 밀라노의 한 디스코 클럽에서 밤을 새웠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1일 “이탈리아는 불경기가 아니며 금융위기는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해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의 이런 태도는 지도자로써 침착성과 자신감을 증명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번에도 한발 늦은 조지 부시 =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슨 재무장관이 제시한 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간접방식의 구제금융안을 고수했지만 시장으로 부터 된서리를 맞자 그제서야 유럽식 모델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긴급 성명을 통해 금융위기 해결의지를 강조했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는 하락으로 마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임기 말로 가면서 그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게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G7, G20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노력을 강조했지만 브라운 총리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사르코지 대통령과 같은 국제 공조의 결과물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평소에 침착하던 부시가 금융위기에 직면해서는 허둥대며 역량 미달의 모습을 보였다”고 FT는 분석했다.
◆‘고집스런 바보’ 앙겔라 메르켈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일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유럽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와 다른 유럽 국가와의 결속력 부족은 유럽 최고의 여성 정치인이란 과거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유럽 공동대응을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영국이 제안한 국유화 방식을 시종일관 반대하며 독일만의 일방적 대책을 발표했다. 그마저도 뒤늦게 5000억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구제금유안을 발표하는 등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정책에 혼선을 빚었다. FT는 “독일의 구제금융안은 일관성이 없었다”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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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지도자에 따라 더할나위 없는 기회일 수도 끊임없는 추락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요즘 유럽 정상들의 리더십을 보면 그렇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유의 빠른 결단과 추진력으로 EU의 명실상부한 리더로 부상했다. 최악의 지지율로 수세에 몰렸던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EU 경제장관으로 떠올랐다.
스캔들을 만들어 내기 바빴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적절한 대책마련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과 한때 유럽의 리더로 기대를 모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한발 늦은 대응과 정확한 판단력 부족으로 지는 지도자로 낙점됐다. 금융위기 세계 리더십이 다시 쓰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데일리텔레그라프’, 프랑스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최근 보도했다.
◆난국의 영웅, 고든 브라운 =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실력 있는 리더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능력한 지도자란 비난을 받으며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해온 그였다. 금융위기가 그를 살린 셈이다.
10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경제 전문가답게 국유화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에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 ‘영국식 구제금융안’을 내 놓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영국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것을 보고 브라운식 해법을 따라 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영국식 구제금융안이 완벽하지는 앉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것 중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브라운 정부는 전 미국이 두려워 할 정도로 명확한 판단력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브라운 총리는 자국 대책에 머무르지 않고 유럽차원에서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EU 차원에서 은행 간 지급보증을 실행하고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부터는 총리관저가 아닌 금융위기 대처 상황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브라운 총리의 활약으로 바닥을 기던 총리 개인의 지지율과 역대 최악의 여당 지지율을 기록하던 영국 노동당의 지지율 역시 상승했다. ‘뉴스오브더월드’ 의뢰, IC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4%가 브라운 총리가 금융시장 위기에 제대로 대처했다고 답했다. 또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 브라운 총리가 보수당 데이빗 캐머론 당수 보다 총리직에 더 적합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3%에 달했다. ‘콤레스’의뢰 ‘인디펜던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보수당은 노동당에 비해 9포인트 앞서있을 뿐이었다. 3월 이래 가장 좁은 격차다.
◆쾌속·강력함의 대명사 니콜라 사르코지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을 접한 당일 밤 엘리제궁에서 경제각료와 유럽담당관을 불러 긴급회의를 가졌다. 또 EU의장으로서 곧바로 유럽공동 대책 모색에 나섰다. 영국 브라운 총리와 독일 메르켈 총리와 협의해 EU권 긴급 정상회담을 마련하고 프랑스어권 국가 정상회의를 위해 캐나다로 향하기 전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전력질주가 없었다면 세계 경제위기는 보다 심각해 졌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반응이다. 특히 13일 유럽이 2조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재노력이 컸다. FT는 이에 대해 “세계에 대한 단결된 유럽상을 제시함으로써 위기로 부터 EU를 구했다”며 공을 높이 샀다. 또 “열정적이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사르코지의 통합 리더십은 추락한 국내 지지율도 되살렸다. 그 사이 프랑스 내에서 지나치게 강압적인 정책과 현란한 언론플레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던 터에 이혼과 젊은 여가수와의 재혼 등 복잡한 사생활은 그의 이미지는 한층 악화시켰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올 초 20%대에서 다시 40%대 중반으로 회복했다.
◆‘위기에 강한 남자’ 베를루스코니 = 뇌물수수, 탈세, 횡령, 위증, 여성폄하 발언, 마피아지원 의혹.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도 경제위기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위기에 강한 지도자’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율은 62%에 육박한다.
이탈리아인들은 국내 대표항공사 ‘알리탈리아’를 살려낸 것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또 재정적자, 은행 비유동성, 소비지수 급감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써 금융위기와 시장운영에 능동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라델라세라’는 베를루스코니는 수십년간 재정·운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알이탈리아의 파산위기를 특별경영단에게 맡겨 외국기업 인수를 막고 비독점법을 수정해 항공사를 재생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에서 부각된 그의 또다른 강점은 낙천적인 마음가짐이다. 외국은행 파산으로 심각한 긴장분위기에 있었던 기간에도 업무수행을 재정장관에게 대행한 후 주말휴가를 떠나는 여유를 보여준 줬다. 또 자신의 회사 주식이 40%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유럽정상 모임에서 돌아온 뒤 밀라노의 한 디스코 클럽에서 밤을 새웠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1일 “이탈리아는 불경기가 아니며 금융위기는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해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의 이런 태도는 지도자로써 침착성과 자신감을 증명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번에도 한발 늦은 조지 부시 =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슨 재무장관이 제시한 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간접방식의 구제금융안을 고수했지만 시장으로 부터 된서리를 맞자 그제서야 유럽식 모델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긴급 성명을 통해 금융위기 해결의지를 강조했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는 하락으로 마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임기 말로 가면서 그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게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G7, G20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노력을 강조했지만 브라운 총리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사르코지 대통령과 같은 국제 공조의 결과물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평소에 침착하던 부시가 금융위기에 직면해서는 허둥대며 역량 미달의 모습을 보였다”고 FT는 분석했다.
◆‘고집스런 바보’ 앙겔라 메르켈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일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유럽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와 다른 유럽 국가와의 결속력 부족은 유럽 최고의 여성 정치인이란 과거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유럽 공동대응을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영국이 제안한 국유화 방식을 시종일관 반대하며 독일만의 일방적 대책을 발표했다. 그마저도 뒤늦게 5000억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구제금유안을 발표하는 등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정책에 혼선을 빚었다. FT는 “독일의 구제금융안은 일관성이 없었다”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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