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원봉사단과 함께한 특별한 하루

안산의 문화자원에 놀라고, 봉사에 보람 느낀다

10회에 걸쳐 전문가 해설 들으며 안산 향토문화재 답사와 청소 등 병행

지역내일 2008-10-21 (수정 2008-10-21 오후 6:37:32)



90년대 중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홀로 인적 드문 산길을 걸은 적이 있다. 다산이 만덕사 혜장 스님을 만나러 다녔다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손 마다 그 책이 들려 있어 한편으론 유행 따라 길을 떠난 내 모습이 우스웠고 한편으론 생각이 같은 지기를 만난 것 같아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이후 주변의 문화유적이 새롭게 다가왔지만 안산은 새로 조성된 공단도시 이미지가 강해 문화유적이 있으리란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문화자원봉사단을 따라 나선 후 내 짧은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문화재, 알고 찾고 가꾸자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첫 날인 11일 오전 10시. 안산문화원 옆 도로에 문화자원봉사단을 싣고 떠날 관광버스가 대기 중이다. 문화자원봉사단은 안산시 지정 향토문화재 주변 청소와 제초작업에 참여하며 안산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자 자원한 안산시민들의 모임이다. 안산문화원에서 기획해 봉사단을 모집했다. 12월 13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안산전역의 향토문화재를 둘러 볼 계획. 첫날은 공단지역에 있는 홍명원 선생 묘와 홍소저 묘, 잿머리성황당과 윤민 장군 묘, 그리고 안탄대 선생 묘를 찾았다.
원곡동 앞 고가를 타고 공단도로를 10여분 달리자 돌안말운동장이 나온다.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탔다. 간간히 억새풀이 햇빛에 반짝거리고 칡넝쿨이 뱀처럼 덩굴순을 낼름거린다. 그리 높지 않은 해봉산 위에 홍명원 선생 묘역이 있다.
“남좌여우.”
“마주보고 섰을 때 왼쪽이 남자, 오른쪽이 여자란 말이죠?”
나란한 부부 무덤에서 어느 쪽이 남자의 무덤인지 몰랐던 나. 홍명원 선생 부부 묘 앞에서 안산문화원 이현우 사무국장과 문화자원봉사단원 손경숙 씨가 나눈 대화를 들으며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홍명원 선생 묘는 안산시 지정 향토유적 제6호. 그는 조선 선조와 인조 때 문신으로 호가 해봉이다. 이현우 사무국장은 이 무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며 ‘후손이 잘 된 덕분에’ 묘역이 잘 관리되고 있어 이곳은 제초작업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시지정 문화재 중 (후손이 돌보지 못해) 관리가 안 되는 무덤이 있어요. 향토유적 주위에 쓰레기가 많다고 민원도 들어오고…. 또 시민들에게 공부할 기회도 제공할 겸해서 (문화자원봉사단을) 만들었죠.” 이현우 사무국장은 ‘문화재를 알고 찾고 가꾸자’고 권했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를 받지만 향토유적은 후손이 관리해야 한다. 절손되거나 후손의 형편이 여의치 못한 묘역을 중심으로 답사지를 고른 이유다.

여행과 봉사 겸하니 일석이조
이날 참석한 봉사단원은 15명. 문화원 전미영 학예사는 40명만 신청을 받았다며 매 회 20~30여명 참석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봉사단은 손에 장갑을 끼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2년 전에 이사 왔는데 안산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 신청했어요.” 사동에 산다는 박남숙, 김점수씨 부부는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회 모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작업복 차림으로 동행한 김춘실씨는 “역사유적 답사를 좋아하는데 이번엔 산소가 많아 벌초는 남자들이 잘 하니까 남편에게 참여를 권했다”며 찬찬하게 말했다.
오래 안산에서 농사를 지어 왔다는 최이순씨는 최정걸, 최혼 선생의 후손. “안산지역의 유적은 안산 사람이 가꿔야 한다”며 “공단 조성으로 사라진 유물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단 조성 때 나온 유물은 대부분 온양민속박물관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산문화원 인터넷 게시판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한 이경식씨(70)는 “나이를 먹으면서 안산에 있는 몇 가지 유적은 알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며 “(알게 되면) 가족이나 친지, 자손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지 않겠냐”고.
가장 어린 봉사단원, 신승현(8) 우현(7) 형제는 그다지 재미가 없는 모양이지만 단정하게 앉아 있다. “제가 역사에 대해 잘 몰라 애들을 데려 왔는데 애들한테는 설명이 좀 어렵네요”하는 형제의 엄마 이은순씨 앞에서 안산향토사연구소의 신대광 연구위원이 잿머리성황당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며 27일로 예정된 성황제에 대해 소개한다. 안산문화원에서는 내년에 새로 봉사단을 모집할 예정이다.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