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사 빈자리 기간제교사로 채워

지역내일 2008-10-20
수도권 신규 사립교사 70% 비정규직 … 학습권 침해 우려
법 어겨도 제재 조항 없어 … 교육청 ‘권고 공문뿐, 손놓아’

수도권 사립학교들에 비정규직 교사(기간제교사·강사)가 급격히 늘어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사립학교들이 퇴직·승진·면직 등으로 발생한 결원 중 68.84%를 비정규직 교사로 채우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 등에는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사유는 휴가·파견대체, 육아휴직대체 등이며 이를 제외한 정년·명예퇴임, 승진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하면 정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채용단계 인사검증 미비 =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비정규직 교사 비율에 대해 시도교육청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으로부터 문제를 지적받은 지방 시도교육감들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들은 교원 임명권이 재단 이사장에 있다는 이유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퇴임·면직·사망 등 정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로 뽑아야할 교사는 총 2038명이었다. 그러나 사립학교들은 이중 635명만을 정교사로 신규 채용하고 1403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이처럼 비정규직 교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비정규직 교사들의 신분불안, 교원 채용의 검증 미비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기간제교사의 경우, 약 절반 정도가 별도의 필기·실기시험 없이 선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교사는 필기·실기시험, 면접, 인사위원회 검증 등을 통해 채용되고 있다.
권영길 의원은 “비정규직 교사는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생들 보다는 교장이나 이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교사의 이직이 잦아 수업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지는 등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 강제권한 없어 = 사립학교들은 비정규직 교사 증가를 구조적인 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교원 정원은 정해져 있지만 학교마다 선택과목 수요변화 등으로 인한 유휴교사가 존재하고 있어 비정규직 교사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연합회 이현진 부장은 “교육청에서는 부전공 연수 후 다른 과목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학생·학부모는 물론 해당 교사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공립학교와 교원교류가 활발해져야 사립학교 학생들도 국공립학교 학생과 동일한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시도교육청 인사담당 공무원은 “학생 수 변화 등을 고려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일부 사립학교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육청들이 권고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현행법에는 교육청이 이를 제재할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 의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학교측이 재계약을 빌미로 비정규직 교사들에게 기피업무를 시키고 몇 년간 지켜보다 이른바 ‘말 잘 듣는 교사’로 판명이 난 후 정식 임용한다는 것이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급격한 학생 수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의 경우, 상당부분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학생 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수도권에서 대부분의 교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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