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 안동진명학교 권오숙 선생님

사랑을 가르치는 선생님과의 햇살 닮은 만남

지역내일 2001-05-19
“권오숙 선생님 되시나요?”
고운 눈매에 선한 웃음을 담아내면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기 때문
일까? 한산한 Cafe의 탁자에 마주앉아 잠시 무언의 인사를 건넨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이야기의 타래를 풀어나갔다.
안동진명학교 선생님인 권(26)씨는 22명의 아이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나눔과 온정을 같이
하고 있다. 권씨의 첫마디는 아이들 사랑으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아이들이랑은 좀 다르죠. ‘정상’,‘비정상’이라는 구분조차가 부끄
러운 일이지만 우리애들은 항상 지켜봐주고 도와 줄 보호자가 필요해요. 챙겨주고 싶은 마
음이야 열 아이면 열 아이 모두에게 해당되겠지만 한 선생님이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게 잘 안되네요. 가끔 애들이 무릎에 생채기가 나거나 홍역 따위로
홀로 격리시켜야만하는 상황들에 맞닥뜨릴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어머니가 자식 사랑하
고 챙기는 심정이랑 같은거죠.”
차분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눈과 입술을 보면서, ‘아,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 진짜 엄
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진명학교 학생들은 하절기와 동절기의 방학 때만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갈 뿐, 유치원
에 입학하면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를 학교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 무려 13년이
다. 그 오랜 기간 동안 학교안에서만 생활해야하는(안동에 거주하면서 통학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아이들이나 24시간 그들과 붙어지내야 하는 선생님들이나 답답하고 심신이 고되기
는 매한가지다.
“한 달에 한 번밖에 집엘 못가요. 어버이날인데도 부모님을 뵙지못하고 통장으로 입급시키
는 미운 효녀짓 밖에는 할 수가 없었어요. 간혹 주말 제외하고 공휴일이 있잖아요? 그 때가
가장 힘들고 싫어요. 학교 정규 수업이 없으니 말 그대로 온 종일 애들을 봐야하거든요. 그
래도 아이들이 참 잘 따라주고 도와주려 애쓰니 즐겁게 일해야죠.”
아쉬운 휴가 기간을 불평하면서도, 24시간 아이들과 생활해야함이 전연 싫지 않은 눈치다.
진명학교는 원래 청각장애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학교였으나 현재는 청각 장애아의 숫자
가 크게 줄어 정신지체아동·자폐아동에게까지 입학 허가서를 내어 준다. 현재 진명학교에
서 생활하며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200여명. 거제도에서나 서울에서도 온다고 한
다.
권씨는 결혼도 미루고 진명학교에 몸 담은지 올해로 6년째라고 한다. 아이들과의 마찰, 학교
제도나 교직원들과의 마찰, 낮은 월급이나 부족한 휴가 등으로 인한 갈등도 적지 않았을텐
데,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무한 인내, 박애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을 사랑과 인내로
견뎌오고 있다.
박지화 리포터 njelle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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