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호회 최고-기타동호회 ‘춘배와 미씨들’

“7080세대라면 누구나 통기타의 매력에 푹 빠져들죠”

통기타의 부활을 꿈꾸며 노래하는 춘배와 미씨들

지역내일 2008-11-13 (수정 2008-11-13 오후 12:11:12)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켜면 현란한 전자음악과 댄스가 넘쳐난다. 순수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던 70, 80년대와는 달리 입만 벙긋대는 립싱크도 시끄러운 음악에 묻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노래와 연주 실력보다는 댄스나 퍼포먼스가 중심이 되는 우리 음악계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인지 연주회를 가 봐도 잔잔한 음악보다 활기찬 음악을 관중들이 더 선호하고 연주곡을 선정할 때도 그런 곡이 우선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추억과 꿈을 꾸게 만드는 통기타 연주
안양시 만안구 박달2동 복지회관 2층 취미교실. 기타반주와 함께 청아한 노래소리가 건물을 가득 메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13명의 주부 회원들과 1명의 남성 회원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동호회 정식 명칭이 뭐죠?”
“춘배와 미씨들이에요. 춘배는 저기 앉아계시는 우리 동호회의 유일한 남성 회원님의 이름이고 미씨는 우리 여성회원들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미씨처럼 상큼하고 예쁘잖아요.”
김영자 회장의 설명에 회원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이름만큼 성격도 밝고 활기찬 회원들이 모두 모였다며 이구동성 한 마디씩 한다.
“작년 7월부터 우리 동호회가 활동을 시작하고 연습에 들어갔어요. 그동안 크고 작은 연주회를 통해 실력도 틈틈이 닦고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역시 음악의 길은 멀고도 험한가 봐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막연히 20대의 낭만을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막상해보니 낭만은 뒷전이고 노래와 연주 모두 어렵다고 말하는 김영자 씨. 그렇지만 그동안 배운 기타연주 솜씨로 자원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동호회의 유일한 청일점인 김춘배 씨도 기타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나팔바지입고 장발머리 하고 다니던 학창시절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죠. 그땐 대학 진학도 해야 하고 선택했던 학과도 그저 밥벌어먹기 좋은 직업을 선호하다보니 자연히 음악활동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내년쯤이면 통기타 라이브 카페를 오픈할 생각이라는 김 씨. 더 늙기 전에 악기 하나는 제대로 다루고 싶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타를 배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기타연주를 하면서 꿈을 꿀 수 있어서 좋아요. 그동안 잊어버렸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기타연주는 종합예술이나 마찬가지
박달2동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기타연주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2시부터 시작된다. 우연히 기타를 메고 지나가는 회원들의 뒷모습에 반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안인순 씨도 주부들이 배울 수 있는 악기가운데 기타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처음 배울 땐 아무것도 몰라 헤매기도 했지만 10개월 쯤 지나자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엄마의 기타 치는 모습이 좋아 보여 고1인 아들까지 기타를 구입했다는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기타 실력을 갈고 닦을 생각이다.
“춘배와 미씨들의 연주는 전자악기로 연주하는 밴드와는 달라요. 통기타 연주로 포크적인 맛을 최대한 살리는게 우리 음악의 특징이죠. 요즘 사람들은 노래방 문화에 익숙해져 전자음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순수한 기타 음률은 터부시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죠.”
기타 동호회를 지도하는 이희순 강사는 “기타야말로 작은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잘 파고드는 악기”라며 “아마 소리의 울림이 컸다면 세계적으로 보급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악기 한 가지의 소리만 들어도 감동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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