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여성들이여 성(性)을 즐겨라

지역내일 2008-11-11 (수정 2008-11-11 오전 9:33:07)




산부인과 전문의
황인섭 원장



성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척이나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물론 이런 것이 오랜 유교적인 관습이 우리들의 의식과 윤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성욕 또한 식욕, 수면욕 등과 함께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기본적인 생물학적인 본능이지만 많은 시간동안 윤리와 도덕과 종교의 이름으로 규정하고 제한하려고
만 하였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성에 대한 인식은 우리들과 많은 차이가 난다.

몇 년전에 우리나라에서는 ‘O 양 비디오사건’, ‘B양 비디오 사건’ 등과 같은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되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주인공이었던 여성들은 한동안 고통과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포르노등급인 성인물에 출연하는 배우가 일반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하고 떳떳한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고 한해에 수억엔의 수익을 올리는 당당한 연예인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성의 문제는 사회와 시대, 문화적 관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이웃나라의 문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성의 문제를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닌 건강의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성은 지금까지도 진지한 의학적 접근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남성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해되어 졌고,
여성이 성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죄악시 하여왔다.
남성들이 성욕이 없고, 발기가 안 되고 조루가 있으면 비뇨기과에 달려가거나 온갖 정력식품을 찾아다녔지만, 여성이 성욕이 없고,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성교통을 느끼는 것은
이것이 치료의 대상인지조차도 아직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아그라의 등장이후 남성 성기능장애의 치료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왔다. 하지만 여성의 성기능은 남성의 성기능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해서 어떤 한 가지만을 치료한다고 해서
쉽게 여성의 성기능장애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여성의 성욕이 없는 것은 치료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았지만 최근 여성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 규명됨으로써 테스토스테론 결핍에 의한 ‘성욕구장애’로 알
려지게 되었고 지금은 필자를 비롯한 여성 성 클리닉에서 이를 적극 치료하고 있다.
이제는 여성들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성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어야 한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는 발정기가 없이 언제든지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신이 인간에게 생식목적 이외에 성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남성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여성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다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남성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아주 섬세한 접근을 통
해 수술적 치료와 약물치료, 호르몬치료, 심리치료, 커플치료등 다양한 치료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변해야 한다. 당당하게 성적인 불만족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성은 더 이상 도덕의 문제가 아닌 건강
의 문제인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있는 여성의 삶, 이것이 진정한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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