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육아

나는 출근해서 아이 키워요

지역내일 2008-11-05
열 달 임신 기간이 힘들고 출산의 순간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길고 긴 육아 시간보다 버겁지는 않다. 임신 중에는 적어도 대접은 받는다. 출산은 전문 의료진과 가족의 관심과 도움 속에서 아무리 아파도 이틀이면 끝나지 않던가.
육아의 길은 멀다. 가도 가도 태산이다. 때론 외롭다. 좀 잘 된다 싶다가도 아이와 함께 미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초보 엄마들. 돌전의 잔병치레와 이유식 고민이 끝나면 새로운 문제들이 기다린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놀이감이 없어 짜증내고 이유 없이 보채는 아이 때문에 앞이 막막한 날도. 육아가 적성에 맞는 엄마도 때론 갑갑하다. 소중한 내 아이, 잘 키워야 하는 엄마들. 아이와 함께 탈출하자. 행복한 나라로~~




여느 엄마와 다름없이 지지고 볶으며 첫 아이를 키워 낸 이양미(33·사직동)씨는 요즘 행복한 육아 중이다. 전공이 유아교육이라 결혼 전 어린이집에 다녔던 이씨는 출산 후 꼼짝없이 집에 묶여 첫째 아들 종민(5)이를 키웠다. 그러다 둘째가 생겼다.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 종윤(3)이 육아에 돌입. 아무리 전공이 유아교육이라 해도 24시간 365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은 행복한 순간보다 힘든 순간이 많다.
다행이 이씨의 남편 윤영목(36·사직동)씨는 일등 아빠과다. 살림도 잘 도와주고 아이들 육아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도 출근하고 나면 나머지는 이씨의 몫이다.
첫째가 기어 다닐 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버티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아이가 낮잠을 자면 심심해서 깨우고 싶다가도 막상 일어나면 피곤했던 시간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무료함이 이씨에게 더 큰 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문화센터에 나가기도 하고 이웃에 또래 엄마들과 어울러 보았다. 모든 게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전공을 살려 둘째와 함께 취직하기로

둘째가 만 두 돌이 되던 날 이씨는 결심했다. “아이를 데리고 탈출하자”라고. 전공을 살려 어린이집에 취직했다. 둘째 종윤이와 함께(?)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보조교사로 일하는 이씨는 종윤이를 포함한 3세반 아이들을 맡고 있다.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살피며 이씨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좁은 집에서 아이를 볼 때와는 달리 직업 정신이 발휘되어 즐겁다는 이씨.
“일을 하다보면 내 아이보다 다른 아이를 먼저 챙기게 돼요. 천직인가 봐요.”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던 종윤이도 이제는 다른 아이들 속에서 신나게 지내고 있다. 사회성은 물론이고 많은 교구와 친구들이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그리고 이씨는 미혼 때와는 달리 엄마의 마음을 알고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어 자신의 일에 더 만족한다.

돌아오지 않는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

요즘 이씨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아이들이 그걸 먼저 아는지 종윤이가 더 잘 웃는다. 동료도 생기고 적지만 돈도 벌고 힘든 육아의 최전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이다. 길고 긴 육아의 길에서 새로운 선택을 한 자신이 가끔 대견스럽다는 이씨.
이씨는 나이가 들면 아이를 키우던 시절이 그립다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아직은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육아는 아름다운 일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와의 소중한 기간, 지겹다고 힘들다고 어서 지나가라 하기엔 너무도 귀한 순간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엄마 밑에서 건강한 아이가 자란다는 이씨는 자기처럼 특이한 취업이 아니라도 적극적인 자세가 힘든 육아를 행복한 육아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일을 마치고 아들과 집으로 돌아오면 예전에는 그렇게 갑갑하던 집이 이씨를 포근하게 맞이한다. 세상일은 다 상황과 마음에서 좌우됨을 절실히 느낀다는 이씨.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어느덧 해가질 무렵, 온 집안에 밥 냄새가 풍기면 남편 윤씨가 초인종을 눌린다. 도란도란 밥상에 둘러 앉아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 막내 종윤이가 제일 할 말이 많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네 가족의 저녁은 그렇게 따뜻하게 저물어 간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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