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옻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옻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옻은 옻 채취, 정제, 옻칠로 분야가 나뉘어져 있을 만큼 전문화 돼 있다. 그러나 옻 일을 하는 사람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특히 전통 옻칠공예는 더욱 드물다. 생업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7회 원주시옻칠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삼록씨는 옻칠을 업으로 삼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한지공예가인 아내 돕기 위해 시작한 옻칠
농사를 짓던 오삼록씨는 I.M.F로 생활이 여의치 않게 되어 고향을 떠나게 됐다. 마침 한지공예를 하는 아내를 위해 원주로 이사를 왔다.
오삼록씨는 “처음엔 여기저기서 자문을 구해 아내가 만든 작품에 옻칠을 해줬다. 귀동냥으로 배워가며 아내 일을 돕다가 지금은 내가 옻칠공예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옻칠공예로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당선된 작품은 재료값만 해도 많은 액수가 들어갔지만 정작 상금은 재료값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작품이 원주시로 귀속되어 본인이 작품을 소장할 수도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오삼록씨는 한지공예를 하는 부인 정순교씨의 내조로 전통한지공예와 옻칠공예의 맥을 이어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오삼록씨는 5~6년 전부터는 전통 옻칠공예가 김상수씨의 가르침을 받아 오다 현재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돼 작품활동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전통기법 살리려 6개월 동안 작업에 매달려
이번 원주시 옻칠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전칠당초문 이층장’이다. 대상 수상은 오삼록씨가 6개월 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이 작품에만 매달려 얻은 결과다.
‘전칠당초문 이층장’은 소우주를 상징한다. 당초는 우리 삶을 의미하며 문은 오방이라고 해서 동, 서, 남, 북, 중앙을 색으로 표현했다. 동은 파란색, 서는 흰색, 북은 검정색, 남은 빨강색으로 나뉘어 오방세계를 의미한다. 이번 작품에 오삼록씨는 작은 세상에서 인간들이 평화롭고 자비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늬는 십장생과 곤으로 표현했다. 십장생은 우주를 의미하며 곤은 봉황의 새끼를 말한다. 알이 첫 날개 짓을 해서 십만팔천리를 날아가 3000년이 지난 뒤 암수로 부활한다는 설화를 담고 있다. ‘전칠당초문 이층장’에는 오삼록씨의 인생관이 녹아들어가 있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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