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자씨는 파주 적성면 객현리에서 13대째 살고 있는 종갓집의 맏며느리다. 아이들 교육문제로 십여 년 전 일산으로 이사를 나왔지만 남편은 그때나 지금이나 적성의 농장으로 매일아침 출근을 한다.
좌충우돌 컴맹 아줌마의 쇼핑몰 창업기
“그저 살림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게 내 일이거니” 하며 살았던 정윤자씨는 3년 전 수확한 콩이 팔리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는 농가의 부채에 대해 듣게 되었다. 바깥일은 모두 알아서 챙겨주는 보수적인 남편과 살다보니 그저 남들 살림살이도 우리 집만은 하겠거니 했는데 밭농사를 짓는 농가가 그렇게 부채가 많고 어렵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 농가부채 수천만 원이면 서울 사업가들의 몇 억 정도의 빛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확한 콩을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정씨는 자신이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콩을 팔아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그해 가을 팔린 콩은 고작 반말. 한숨이 나왔다. 결국 팔지 못했던 콩은 몽땅 동물들의 사료로 먹이는 것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의 시름을 좀 덜어볼까?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농장에 지인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청국장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때요?” 며칠 지난 뒤 정윤자씨는 청국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머니와 상의를 한 후 직접 구매한 장단 콩을 이용하여 청국장을 띄우고 가루도 만들었다.
정윤자씨가 진지하게 콩의 판로를 고민하다 “바로 이거다!” 싶은 것을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다. 경기인력개발센터에서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국비로 진행하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과정을 연다는 프로그램 안내전단이었다. ‘마우스의 마’자도 몰랐던 정윤자씨는 무조건 입학시켜 달라고 졸랐다. 농가의 현실을 털어놓으며 어떻게든 콩을 소비시켜야 한다고 떼를 쓰다시피 하는 정씨의 정성이 통했는지, 기본실력(?)도 안 되는 처지였지만, 쇼핑몰 창업과정에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을 못 넘기고 정씨의 실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고 흥미는 고사하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수업내용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정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콩을 어떻게 팔아야 할 건지’ 그 걱정뿐이었다고. 정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4개월의 과정을 마쳤다. 당시 창업과정을 함께 공부했던 22명의 동기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이 돼 주었다. 적성면에 살던 시어머니 박순심(77)씨도 “네 뜻이 정 그렇다면 한 번 해보자”며 응원해줬다.
동네에서 생산된 콩이라는 콩은 모두 사들여 가마솥 두 개를 준비하고 남편 농장 한쪽에서 콩을 삶기 시작했다. 청국장을 띄워서 말려 방앗간에서 가루를 내고 다시 그 가루를 경동시장에 가지고 가서 환으로 만들었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청국장을 갖고 제품을 만들었고 어렵게 쇼핑몰을 창업하고 ‘산촌청국환’이라는 인터넷 가게를 차렸다.
쇼핑몰에서 팔기 시작한 청국장 오프라인에서 빛을 보다
쇼핑몰에서 시작한 ‘청국장 환’ 판매는 파주 장단콩으로 만들었다는 특수성 때문에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쇼핑몰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정윤자씨는 좋은 콩을 수매해서 어머니와 직접 장작불을 지펴가며 콩을 삶아 내는 일을 담당하였고 인터넷 판매와 직접 판매 등은 모두 지인들이 맡아 주었다. 가마솥 2개로 시작한 청국장 만들기는 솥을 4개로 늘리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쇼핑몰 운영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 창업과정 동기생이 직접 맡아 주었다. 일일이 경동시장에 나가 환을 만들어 오던 것을 주문 물량이 늘면서 백석동 단독주택 1층에 청국장 환을 만드는 공장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메주콩만 구입해서 만들던 청국장 환을 쑥 청국장환, 쥐눈이콩 청국장환, 홍삼청국장환 등으로 넓혀 나갔다. 예전에 4년간 배웠던 한약제조법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한방청국장환을 만들기에 올인 했다. 쥐눈이콩 70% 한방재료 29%, 현미 1%를 더해 만들어진 한방청국장환은 여러 명의 임상실험을 한 결과 그 효능이 입증되어 판매를 시작했다. 또 당뇨에 뛰어난 예방 및 효능을 내고 있는 홍삼청국장환은 임상실험 중이어서 곧 시판될 예정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분이 청국환을 구매하면서 ‘어떻게 제품을 100% 신뢰 할 수 있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그 지인은 ‘나는 그 제품을 믿는다고는 안했다. 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그 사람은 100% 신뢰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코끝이 찡하더군요.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고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아가자고 했던 것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신뢰로 되돌아오는구나 싶고, 더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현재 국제디지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정윤자씨는 앞으로 세계의 우리 콩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진 리포터 yjk6377@naver.com
일을 찾는 주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20~30대의 젊은 주부들이라면 취미활동으로 일을 배우더라도 남이 한다고 따라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배워두는 게 좋다. 언젠가 자신의 사업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40~50대의 주부들이라면 무언가를 배우든 창업을 생각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주변 여건을 잘 활용하는 게 좋다. 이 정도의 나이엔 인맥관계 등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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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컴맹 아줌마의 쇼핑몰 창업기
“그저 살림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게 내 일이거니” 하며 살았던 정윤자씨는 3년 전 수확한 콩이 팔리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는 농가의 부채에 대해 듣게 되었다. 바깥일은 모두 알아서 챙겨주는 보수적인 남편과 살다보니 그저 남들 살림살이도 우리 집만은 하겠거니 했는데 밭농사를 짓는 농가가 그렇게 부채가 많고 어렵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 농가부채 수천만 원이면 서울 사업가들의 몇 억 정도의 빛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확한 콩을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정씨는 자신이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콩을 팔아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그해 가을 팔린 콩은 고작 반말. 한숨이 나왔다. 결국 팔지 못했던 콩은 몽땅 동물들의 사료로 먹이는 것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의 시름을 좀 덜어볼까?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농장에 지인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청국장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때요?” 며칠 지난 뒤 정윤자씨는 청국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머니와 상의를 한 후 직접 구매한 장단 콩을 이용하여 청국장을 띄우고 가루도 만들었다.
정윤자씨가 진지하게 콩의 판로를 고민하다 “바로 이거다!” 싶은 것을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다. 경기인력개발센터에서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국비로 진행하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과정을 연다는 프로그램 안내전단이었다. ‘마우스의 마’자도 몰랐던 정윤자씨는 무조건 입학시켜 달라고 졸랐다. 농가의 현실을 털어놓으며 어떻게든 콩을 소비시켜야 한다고 떼를 쓰다시피 하는 정씨의 정성이 통했는지, 기본실력(?)도 안 되는 처지였지만, 쇼핑몰 창업과정에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을 못 넘기고 정씨의 실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고 흥미는 고사하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수업내용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정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콩을 어떻게 팔아야 할 건지’ 그 걱정뿐이었다고. 정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4개월의 과정을 마쳤다. 당시 창업과정을 함께 공부했던 22명의 동기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이 돼 주었다. 적성면에 살던 시어머니 박순심(77)씨도 “네 뜻이 정 그렇다면 한 번 해보자”며 응원해줬다.
동네에서 생산된 콩이라는 콩은 모두 사들여 가마솥 두 개를 준비하고 남편 농장 한쪽에서 콩을 삶기 시작했다. 청국장을 띄워서 말려 방앗간에서 가루를 내고 다시 그 가루를 경동시장에 가지고 가서 환으로 만들었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청국장을 갖고 제품을 만들었고 어렵게 쇼핑몰을 창업하고 ‘산촌청국환’이라는 인터넷 가게를 차렸다.
쇼핑몰에서 팔기 시작한 청국장 오프라인에서 빛을 보다
쇼핑몰에서 시작한 ‘청국장 환’ 판매는 파주 장단콩으로 만들었다는 특수성 때문에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쇼핑몰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정윤자씨는 좋은 콩을 수매해서 어머니와 직접 장작불을 지펴가며 콩을 삶아 내는 일을 담당하였고 인터넷 판매와 직접 판매 등은 모두 지인들이 맡아 주었다. 가마솥 2개로 시작한 청국장 만들기는 솥을 4개로 늘리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쇼핑몰 운영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 창업과정 동기생이 직접 맡아 주었다. 일일이 경동시장에 나가 환을 만들어 오던 것을 주문 물량이 늘면서 백석동 단독주택 1층에 청국장 환을 만드는 공장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메주콩만 구입해서 만들던 청국장 환을 쑥 청국장환, 쥐눈이콩 청국장환, 홍삼청국장환 등으로 넓혀 나갔다. 예전에 4년간 배웠던 한약제조법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한방청국장환을 만들기에 올인 했다. 쥐눈이콩 70% 한방재료 29%, 현미 1%를 더해 만들어진 한방청국장환은 여러 명의 임상실험을 한 결과 그 효능이 입증되어 판매를 시작했다. 또 당뇨에 뛰어난 예방 및 효능을 내고 있는 홍삼청국장환은 임상실험 중이어서 곧 시판될 예정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분이 청국환을 구매하면서 ‘어떻게 제품을 100% 신뢰 할 수 있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그 지인은 ‘나는 그 제품을 믿는다고는 안했다. 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그 사람은 100% 신뢰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코끝이 찡하더군요.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고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아가자고 했던 것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신뢰로 되돌아오는구나 싶고, 더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현재 국제디지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정윤자씨는 앞으로 세계의 우리 콩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진 리포터 yjk6377@naver.com
일을 찾는 주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20~30대의 젊은 주부들이라면 취미활동으로 일을 배우더라도 남이 한다고 따라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배워두는 게 좋다. 언젠가 자신의 사업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40~50대의 주부들이라면 무언가를 배우든 창업을 생각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주변 여건을 잘 활용하는 게 좋다. 이 정도의 나이엔 인맥관계 등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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