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을 찾아서 -(3)경주시 마동 류성제 씨 댁

수양버들 휘늘어진 연못에 연잎 너울대고, 소나무도 질세라~

지역내일 2008-10-22
흔히들 아름다운 집을 꿈꿀 때 ‘비록 집은 작아도 연못이 있는 마당 넓은 집’이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한다. 집안에 연못(물)이 있으면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운치 또한 있어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리라.
경주시 마동에 위치한 류성제 씨 댁은 대지 4600㎡(1500평)에 연못이 차지하는 면적이 무려 3500㎡(1100평)로 일반 주택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규모이다. 이러한 연못이 류 씨의 소유가 되기까지에는 류 씨의 노력과 넘치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었다.

넓은 연못이 맘에 들어 옆 땅도 함께 매입
류 씨의 집은 들판 가운데 있다. 멀리 토함산이 병풍 되어 바람을 막아주고 주변은 집들이 드문드문 있어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류 씨는 우선 큰 도로에서 멀지 않고 경주 시내와도 가까워 이 자리를 매입했다고 한다.
집터를 매입하고자 할 때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옆에 위치한 초라한 연못. 이 연못은 원래 논이었는데 일본식민지시대 때 농부 두 사람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년간 땅을 파서 지게로 흙을 옮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연못에 더욱 끌리게 되고 연못을 보자마자 류 씨의 머릿속에는 비단잉어 노닐고, 연꽃이 피어있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연못이 떠올랐다고 한다. “만약 연못이 옆에 없었다면 이 땅도 사지 않았겠지요. 원래 마당 넓은 집을 원했고요.”
건축업을 하는 류 씨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응용력과 감각,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항상 남들보다는 한발 앞선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류 씨는 “아름다운 집을 얻고자 하면 반드시 풍부한 상상력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휘늘어진 수양버들, 너울대는 연잎
2003년 집을 지으면서 연못도 변했다. 연못가에 담 대신 나무와 줄장미를 심고, 마당에서 연못을 잇는 다리도 놓았다. 그의 도깨비 같은 건축물 중에 이 화강암 아치형 돌다리가 단연 돋보인다. 원석을 이음새 없이 아치 모양으로 깎고 다듬어서 마당과 연못을 이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연못 입구에는 편히 쉴 수 있도록 정자를 지었다. 정자를 세우는 데도 불필요한 자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대신 품위를 잃지 않도록 신경 썼다. 풍경을 단다거나 난간 폭을 넓게 해서 편안하게 걸터앉을 수 있도록 구상하기도. 정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휘늘어지는 수양버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 한층 운치가 있어 방문하는 이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3년 전부터는 연을 심기 시작했는데 지난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연잎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가을바람에 너울대고 있다. “수심이 깊어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고 보트를 타고 들어가 연 송이마다 돌을 달아 바닥에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연을 심었는데, 엄청 빠른 속도로 번져서 너무 기뻤다”고 류 씨는 말한다. 사실 이 연못에는 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또 하나의 자랑이라고 그는 말을 잇는다.

소나무, 사철 푸른색이 좋아
또 마당에는 소나무가 가득이다. 특히 푸른 것을 좋아한다는 류 씨이기에 자신의 시야에 괜찮은 소나무가 들어오면 바로 매입하는 성격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가치도 따져보고 투자도 한다고. 비단 소나무뿐 아니라 어떤 조형물이라도 1%의 가치가 여겨지면 그는 주저함이 없다.
수돗가에 넓은 연지방앗돌을 원탁으로, 의자는 도로차량진입방지용 볼라도를 활용했는데 주변인들은 그의 센스에 다시 한 번 놀란다고.
현관에는 ‘자광누’라는 현판이 또 이색적이다. ‘황제가 사는 집에 자주색 광채가 난다’는 황족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자신도 훗날 크게 되리라는 기대 속에 이름 지었다고 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6개의 방에 화장실이 4개나 된다. 좁은 집에서 많은 식구들이 북적거리고 살 때를 생각하면서 온 식구들이 모였을 때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형제들 방도 하나씩 정해두었다.
천정과 벽은 황토처리를 해 아늑한 분위기이며, 천정은 우물공법을 써서 가운데를 움푹 들어가게 설계해 단조로움을 없앴다. 또 거실 앞에는 툇마루도 넓게 달았다. 차 한 잔이 그리운 공간이고, 대추, 콩 등이 따가운 가을햇살을 듬뿍 받고 있다.
찾아가는 길 : 불국사 경주법주를 지나서 시래교를 건너 바로 우회전. 하천 따라 700m 거슬러 올라 작은 다리를 건너서 농노를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문의 : 017-586-8422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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