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맘을 찾아서 3

파주 봉일천 차현숙 주부

지역내일 2008-09-25
"우영이 아토피는 미역목욕으로 확~ 잡았지요"

주부들은 ‘내가 무슨 에코맘 씩이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부담스러워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생활 같고, 소소한 실천 같지만 얘기를 듣다보면 “당신이 바로 제가 찾던 에코맘입니다” 하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오늘 만난 주인공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우영이(3)와 지인이(2), 연년생 두 남매를 키우면서 알콩달콩 살고 있는 파주 봉일천의 차현숙(32) 주부 이야기.

아토피와의 전쟁, 미역으로 승부내다
차현숙씨 부부는 첫 아이 우영이(3)가 태어나면서부터 ‘아토피와의 전쟁’을 치러야했다. 우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태열이 심하더니 얼굴, 다리, 등, 팔로 아토피가 심하게 퍼져갔다. 아토피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그 고통을 알리라. 차씨 부부는 아토피에 좋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다.
인터넷 육아카페를 뒤져 아토피에 대한 온갖 정보를 다 입수해서 실천해 봤다. 브로콜리를 갈아 올리브오일에 섞어서 아이의 몸에 바르고 랩으로 꽁꽁 싸서 잠을 재워 보기도, 녹차를 끓여 그 물에 목욕을 시키기도, 귤연고를 만들어서 사용해보기도, 좋다는 비싼 연수기를 써 보기도 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해본 것이 미역목욕이었다. 이 방법을 써서 효과가 없으면 아토피 전문 치료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우영이 생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인터넷에서 얼핏 읽은 정보대로 미역을 사다가 끓인 물에 찬물을 섞어 욕조에서 물 온도를 맞추어 목욕을 시켜봤다. 다음날 대번에 우영이의 벌겋게 성났던 피부가 몰라보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거다!’ 싶어 마트에서 두툼한 산모용 미역을 사다가 매일매일 같은 방법으로 목욕을 시켰다. 우영이는 일주일도 안 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피부로 돌아왔다. 알뜰한 차씨는 미역을 한번만 사용하기가 아까워서 겨울엔 건져두었다가 재탕을 했고, 여름엔 상하지 않게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미역을 불려두면 진득진득하게 나오는 알긴산 진액을 밀폐용기에 담아뒀다가 스테로이드연고 대신 환부에 발라주기도 했다. 우영이와 미역물로 물놀이를 하면서 남편까지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있던 습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혜택도 덤으로 얻었다.
우영이는 아직도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거나,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아토피가 생긴다. 얼마 전에도 단무지를 먹고 트러블이 심해져서 미역목욕으로 즉시 잠재웠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빈도가 훨씬 덜해서 이젠 차현숙씨 부부가 스스로를 ‘한가하고 게을러졌다’고 얘기할 정도다.

친환경을 실천하는 생활
알뜰하다고 소문난 차씨는 유아용비누를 사지 않고, 비누베이스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서 쓴다. 시중에서 파는 유아용비누가 저렴한 것은 2000원, 웬만한 건 5000원 선이다. 그런데 비누베이스 5000원 어치를 사면 보통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으니 절약도 되고 만드는 재미도 있다.
빨래를 할 때는 세제 잔여물 때문에 피부트러블이 생길까봐 아이옷만큼은 헹굼코스를 4번 설정한다. 전기와 물 낭비 아니냐는 질문에 딱 잘라서 “그렇지 않아요. 아이의 스트레스와 가족 모두의 고통, 치료비 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그리고 우리집 전기요금은 한 달에 평균 2만원, 수도요금은 1만원 정도 나와요. 많은 거 아니죠?”라고 한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해서 EM용액을 사용한다. 쌀뜨물과 설탕, EM용액을 적절히 섞어 세제로 사용하고, 빨래에도 사용하고, 씽크대와 하수구에도 붓는다. 또 주방세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아크릴로 만든 친환경수세미 쓴다.
“친환경수세미는 기름기은 잘 없애는데, 그릇에 밴 냄새는 잘 안 빠지더라고요. 그럴 경우는 세제를 조금 쓰기도 해요. 수세미 두 개를 두고 쓰는데, 하나는 거품용 또 하나는 헹굼용이죠. 그릇에 세제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요.”

내가 살고 있는 파주가 좋아요~
차현숙씨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모두 천기저귀를 사용했다. 일회용 기저귀에 비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유와 엉덩이 발진도 덜하다는 점에서다. 그 외에도 천기저귀를 사용하면서 생각지 않게 얻은 효과라면 부부사이가 더 좋아진 것.
“기저귀는 절대 혼자 못 개잖아요. 누군가 잡아줘야 하니까 남편이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옷감 상할까봐 아이 옷이나 기저귀도 손빨래 했었는데 그런 걸 남편이 많이 도와줬어요.”
아이 간식도 직접 해 먹인다. 감자를 슬라이스 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감자칩을 만들거나, 같은 방법으로 고구마칩을 만든다. 사과도 얇게 썰어서 말려두면 좋은 간식이 된다. 고구마와 우유, 꿀을 섞어 얼려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과일을 갈아 샤베트도 만들어 먹인다.
차씨 부부는 아토피에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삼림욕을 시키기 위해 자주 숲을 찾는다. 그래서 파주 공릉은 가족의 주된 놀이터다. 아이들이 어린데도 북한산이나 심학산도 자주 오르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녹색의 파주가 소중하단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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