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생활관리사’
남동구 독거노인은 5천 여 명으로 구 전체 노인인구의 18%에 이른다. 더욱이 함께 사는 것을 꺼리는 추세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외부환경과 차단된 채 하루 20시간 이상을 집에서만 생활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울하고 비관적인 감상에 젖기 쉽다. 게다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삶의 질을 논할 만한 여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진정한 복지국가는 노년층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회다. 독거노인과 마음을 나누고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 많고 살가운 주부들이 발 벗고 나섰다.
독거노인의 매니저, 생활관리사
남동구 노인복지관은 독거노인들의 안전과 생활을 돌봐주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파견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관리사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어르신의 안전 확인이다. 주1회 방문과 주2~3회 전화통화를 통해 주기적으로 안부를 챙긴다.
둘째 생활교육이다. 독거노인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살아온 까닭에 사회성이 부족하기 쉬운 만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월2회 정도 시간을 할애해 나들이 행사나 취미활동을 진행한다. 함께 모여 천연비누 만들기, 풍선아트, 종이접기 등을 배우는가 하면 경로잔치나 건강강좌, 문화예술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의 공개강의에 참석해 실컷 웃고 오기도 했다.
셋째 지역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일이다. 빵집이나 식당 같은 지역 내 후원자를 찾아내 물품을 후원받거나 종교 및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청소나 빨래, 목욕, 밑반찬배달 등의 서비스를 알선한다.
남동구 노인복지관 최세영 복지사는 “관내 5천 여 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전수 생활실태 조사를 실시해 가장 도움이 절실한 5백 여 명을 뽑았다”며 “생활관리사 1명이 23명 내외의 어르신을 담당해 어르신 안부 챙기기부터 말벗, 생활교육 등 총체적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나누는 게 우선순위
생활관리 매니저로서 어르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 못지않게 정서적인 지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어르신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 경제적으로 도움 줄 거 아니면 찾아오지 말라며 일부러 매몰차게 대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았던 어르신들의 자기방어인 셈이다.
하지만 매주 얼굴을 맞대고 안부를 챙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르신들 마음의 벽은 허물어졌다. 크고 작은 일상을 함께 공유하게 되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게 되고, 때론 자식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터놓고 말할 만큼 믿고 의지하게 됐다.
송남회 어르신은 ‘그동안 사회의 냉대로 비관과 실의에 빠져 있었으나 생활 관리사 선생님들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희망과 용기가 백배로 나고 살맛이 난다’며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세심한 도움의 손길 펼쳐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구본신 씨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구본신(40) 씨는 어르신들의 집에 도착하면 눈이 커진다.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변화가 없는지 어르신들의 안부도 살피고 집안 구석구석 손 볼 곳을 찾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불러 고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불편해도 참고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탓에 구석구석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남동구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단’과 연계해 고장 난 샤워기를 교체하고 막힌 수도관을 고치는가 하면 찢어진 방충망을 손보기도 했다. 바퀴나 개미 같은 벌레 약을 챙겨와 장롱이나 부엌 싱크대 등 집안 곳곳을 소독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은 직접 하기도 한다.
또 각종 우편물이나 생활상의 변화에 대해 조언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각종 공과금을 대신 처리해주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온 안내문을 읽고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살가운 이웃사촌인 셈이다.
이런 고마운 마음을 알기에 어르신들도 생활 관리사가 올 시간이 되면 문 밖에 나와 골목길을 쳐다보며 기다리기도 하고, 옥수수나 주스 같은 군것질거리를 미리 챙겨놓기도 한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남동구 독거노인은 5천 여 명으로 구 전체 노인인구의 18%에 이른다. 더욱이 함께 사는 것을 꺼리는 추세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외부환경과 차단된 채 하루 20시간 이상을 집에서만 생활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울하고 비관적인 감상에 젖기 쉽다. 게다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삶의 질을 논할 만한 여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진정한 복지국가는 노년층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회다. 독거노인과 마음을 나누고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 많고 살가운 주부들이 발 벗고 나섰다.
독거노인의 매니저, 생활관리사
남동구 노인복지관은 독거노인들의 안전과 생활을 돌봐주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파견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관리사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어르신의 안전 확인이다. 주1회 방문과 주2~3회 전화통화를 통해 주기적으로 안부를 챙긴다.
둘째 생활교육이다. 독거노인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살아온 까닭에 사회성이 부족하기 쉬운 만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월2회 정도 시간을 할애해 나들이 행사나 취미활동을 진행한다. 함께 모여 천연비누 만들기, 풍선아트, 종이접기 등을 배우는가 하면 경로잔치나 건강강좌, 문화예술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의 공개강의에 참석해 실컷 웃고 오기도 했다.
셋째 지역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일이다. 빵집이나 식당 같은 지역 내 후원자를 찾아내 물품을 후원받거나 종교 및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청소나 빨래, 목욕, 밑반찬배달 등의 서비스를 알선한다.
남동구 노인복지관 최세영 복지사는 “관내 5천 여 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전수 생활실태 조사를 실시해 가장 도움이 절실한 5백 여 명을 뽑았다”며 “생활관리사 1명이 23명 내외의 어르신을 담당해 어르신 안부 챙기기부터 말벗, 생활교육 등 총체적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나누는 게 우선순위
생활관리 매니저로서 어르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 못지않게 정서적인 지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어르신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 경제적으로 도움 줄 거 아니면 찾아오지 말라며 일부러 매몰차게 대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았던 어르신들의 자기방어인 셈이다.
하지만 매주 얼굴을 맞대고 안부를 챙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르신들 마음의 벽은 허물어졌다. 크고 작은 일상을 함께 공유하게 되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게 되고, 때론 자식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터놓고 말할 만큼 믿고 의지하게 됐다.
송남회 어르신은 ‘그동안 사회의 냉대로 비관과 실의에 빠져 있었으나 생활 관리사 선생님들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희망과 용기가 백배로 나고 살맛이 난다’며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세심한 도움의 손길 펼쳐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구본신 씨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구본신(40) 씨는 어르신들의 집에 도착하면 눈이 커진다.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변화가 없는지 어르신들의 안부도 살피고 집안 구석구석 손 볼 곳을 찾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불러 고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불편해도 참고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탓에 구석구석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남동구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단’과 연계해 고장 난 샤워기를 교체하고 막힌 수도관을 고치는가 하면 찢어진 방충망을 손보기도 했다. 바퀴나 개미 같은 벌레 약을 챙겨와 장롱이나 부엌 싱크대 등 집안 곳곳을 소독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은 직접 하기도 한다.
또 각종 우편물이나 생활상의 변화에 대해 조언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각종 공과금을 대신 처리해주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온 안내문을 읽고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살가운 이웃사촌인 셈이다.
이런 고마운 마음을 알기에 어르신들도 생활 관리사가 올 시간이 되면 문 밖에 나와 골목길을 쳐다보며 기다리기도 하고, 옥수수나 주스 같은 군것질거리를 미리 챙겨놓기도 한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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