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다양한 추석음식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란 평소 자주 보지 못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 송편과 토란국, 각종 전과 나물에 고기와 생선. 다들 해먹는 전형적인 추석음식이지만 집집마다 재료와 조리법을 들여다보면 재미난 것들이 발견된다. 음식으로 계승하는 고향의 전통, 결혼이란 제도로 뒤섞이는 지방 음식문화, 도시생활의 편리추구 등으로 다양화된 명절음식문화의 단편을 분당?용인 주부들에게 수다처럼 들어보았다.
차례 상에 올리는 음식,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아
박지영(36, 분당 구미동) 씨는 “명절과 제사까지 합치면 일 년에 다섯 번은 상을 차려야 해서 때마다 다양한 전을 돌려가며 부쳐요. 생배추를 절여 부치는 배추전, 김치잎을 넓게 펴서 부치는 김치전, 얇게 포 뜬 소고기 채끝 살로 만든 고기전, 고구마전, 우엉전, 표고, 고추, 호박, 연근에 고기소로 채워 전을 만들기도 하죠. 콩나물과 무나물을 만들 때, 국물을 넉넉히 해서 나물국처럼 만들어요.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서 상에 올리는 것도 잊지 않지요”
시아버지 고향이 이북이신 이정은(39, 용인 수지) 씨네 명절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가자미식혜’이다. “시집와서 가장 새로웠던 것이 가자미식혜와 생갈치, 생태를 넣은 김치였어요. 지금은 저도 적응해서 즐기고 있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추석에 송편과 더불어 꼭 시루떡을 직접 만드세요”라고 한다.
집안 조상 4대의 제사와 차례를 모시는 종갓집에 시집간 박선희(36, 분당 정자) 씨는 일 년에 총 10번이 넘는 상을 차려내야 한다. “제사가 너무 많아서 같은 음식은 쉽게 질려요. 집안 전통은 아니지만 다른 집에 색다른 전이 있으면 참고해서 바꿔보기도 해요. 새우전, 깻잎 고기소전 등을 새롭게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예전에는 닭국물로 만든 탕을 상에 올렸는데, 그것도 몇 년 째 질려서 최근에는 새우, 조개, 굴 등을 넣어 맑은 탕을 만들어요”라고 답변하였다.
청주가 시댁인 김경예(34, 분당 정자동) 씨는 “저희 시댁은 밀가루반죽으로 허옇게 전을 부쳐요. 절인배추와 살짝 데친 무, 부추, 황태도 통째로 한 마리 반죽 옷을 입혀 지지는 게 말 특이해요. 제사가 끝난 후, 그 모든 전을 넣고 소금 간만 하는 잡탕찌게도 특이해요. 전들의 밀가루 껍질이 풀어져서 뻑뻑하면서도 허연 찌개가 되지요”라고 집안 음식을 설명해주었다.
시댁의 큰 집에 가서 차례를 모신다는 강민주(38, 용인 죽전) 씨는 “닭을 삶아 올리는 건 많이 봤어도 통째로 닭을 튀겨 올리는 건 첨 봤어요. 아마 애들이 더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메밀반죽에 팥소를 넣어 부친 메밀부꾸미를 상에 올리는 것도 특이하죠”라고 말했다.
차례는 모시지 않지만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건 마찬가지
차례 상 차릴 일 없는 오윤지(35, 분당 구미동) 씨 네는 추석에 시댁에 모이면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갈비와 제철 해산물을 사서 먹는다고 한다. “대하를 사서 구워먹기도 하고, 대게나 꽃게를 맘먹고 사서 쪄먹기도 했죠. 금년엔 어머님이 전복을 사서 먹어보자고 하시더군요”라고 말한다.
장희준(36, 용인 죽전) 씨의 시댁도 둘째라 차례를 모시지 않는다. 그래도 시어머님은 모처럼 내려오는 자식과 손주를 챙기기 위해 음식 장만에 늘 분주하시다고 한다. “추석되기 전에 감을 몇 박스 사서 직접 껍질을 까고 옥상에 말려 곶감을 만들어 주세요. 금년엔 추석이 빨라 곶감을 먹긴 힘들겠네요. 손녀를 위해 쌀강정도 직접 만드세요, 추석 음식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얼큰한 닭계장은 최고죠”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정주희(37, 분당 분당동) 씨 네는 본인과 시어머니, 동서가 각각 메뉴를 짜서 음식을 만들어 모인다고 한다. “명절음식은 거의 안하고, 평소에 잘 안 해먹는 멋진 요리들을 몇 가지씩 장만해가죠. 이번 추석엔 저희 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상큼한 생채무침과 깐소새우, 갈비찜을 할 계획이예요”라고 한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김순정(37, 용인 모현) 씨는 시댁의 추석 차례보다는 친정 나들이가 더 기대된다. “차례는 안 모시지만 명절이라고 친정 엄마가 새로운 기분에 김치를 여러 가지 만드세요. 배추김치는 기본이고 파김치, 무생채김치, 깍두기, 고구마줄기김치, 깻잎김치, 양배추김치, 열무김치, 부추김치 등, 김치 종류만으로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이지요”
음식을 장만하는 주체인 이 땅의 주부들에게 명절은 평생 지고 갈 업보라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맛있게 나누어 먹는 것만큼 평범하지만 행복한 것이 더 있을까? 어차피 만들 음식, 짜증내며 만들면 맛있을 리도 만무하고, 시어머니, 형님, 동서 모두 모여 앉은 겸, 기름 냄새도 느끼한데 즉석에서 부쳐진 전을 안주로 시원한 맥주 한잔 씩 마시며 즐겁게 일해보자.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란 평소 자주 보지 못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 송편과 토란국, 각종 전과 나물에 고기와 생선. 다들 해먹는 전형적인 추석음식이지만 집집마다 재료와 조리법을 들여다보면 재미난 것들이 발견된다. 음식으로 계승하는 고향의 전통, 결혼이란 제도로 뒤섞이는 지방 음식문화, 도시생활의 편리추구 등으로 다양화된 명절음식문화의 단편을 분당?용인 주부들에게 수다처럼 들어보았다.
차례 상에 올리는 음식,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아
박지영(36, 분당 구미동) 씨는 “명절과 제사까지 합치면 일 년에 다섯 번은 상을 차려야 해서 때마다 다양한 전을 돌려가며 부쳐요. 생배추를 절여 부치는 배추전, 김치잎을 넓게 펴서 부치는 김치전, 얇게 포 뜬 소고기 채끝 살로 만든 고기전, 고구마전, 우엉전, 표고, 고추, 호박, 연근에 고기소로 채워 전을 만들기도 하죠. 콩나물과 무나물을 만들 때, 국물을 넉넉히 해서 나물국처럼 만들어요.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서 상에 올리는 것도 잊지 않지요”
시아버지 고향이 이북이신 이정은(39, 용인 수지) 씨네 명절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가자미식혜’이다. “시집와서 가장 새로웠던 것이 가자미식혜와 생갈치, 생태를 넣은 김치였어요. 지금은 저도 적응해서 즐기고 있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추석에 송편과 더불어 꼭 시루떡을 직접 만드세요”라고 한다.
집안 조상 4대의 제사와 차례를 모시는 종갓집에 시집간 박선희(36, 분당 정자) 씨는 일 년에 총 10번이 넘는 상을 차려내야 한다. “제사가 너무 많아서 같은 음식은 쉽게 질려요. 집안 전통은 아니지만 다른 집에 색다른 전이 있으면 참고해서 바꿔보기도 해요. 새우전, 깻잎 고기소전 등을 새롭게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예전에는 닭국물로 만든 탕을 상에 올렸는데, 그것도 몇 년 째 질려서 최근에는 새우, 조개, 굴 등을 넣어 맑은 탕을 만들어요”라고 답변하였다.
청주가 시댁인 김경예(34, 분당 정자동) 씨는 “저희 시댁은 밀가루반죽으로 허옇게 전을 부쳐요. 절인배추와 살짝 데친 무, 부추, 황태도 통째로 한 마리 반죽 옷을 입혀 지지는 게 말 특이해요. 제사가 끝난 후, 그 모든 전을 넣고 소금 간만 하는 잡탕찌게도 특이해요. 전들의 밀가루 껍질이 풀어져서 뻑뻑하면서도 허연 찌개가 되지요”라고 집안 음식을 설명해주었다.
시댁의 큰 집에 가서 차례를 모신다는 강민주(38, 용인 죽전) 씨는 “닭을 삶아 올리는 건 많이 봤어도 통째로 닭을 튀겨 올리는 건 첨 봤어요. 아마 애들이 더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메밀반죽에 팥소를 넣어 부친 메밀부꾸미를 상에 올리는 것도 특이하죠”라고 말했다.
차례는 모시지 않지만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건 마찬가지
차례 상 차릴 일 없는 오윤지(35, 분당 구미동) 씨 네는 추석에 시댁에 모이면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갈비와 제철 해산물을 사서 먹는다고 한다. “대하를 사서 구워먹기도 하고, 대게나 꽃게를 맘먹고 사서 쪄먹기도 했죠. 금년엔 어머님이 전복을 사서 먹어보자고 하시더군요”라고 말한다.
장희준(36, 용인 죽전) 씨의 시댁도 둘째라 차례를 모시지 않는다. 그래도 시어머님은 모처럼 내려오는 자식과 손주를 챙기기 위해 음식 장만에 늘 분주하시다고 한다. “추석되기 전에 감을 몇 박스 사서 직접 껍질을 까고 옥상에 말려 곶감을 만들어 주세요. 금년엔 추석이 빨라 곶감을 먹긴 힘들겠네요. 손녀를 위해 쌀강정도 직접 만드세요, 추석 음식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얼큰한 닭계장은 최고죠”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정주희(37, 분당 분당동) 씨 네는 본인과 시어머니, 동서가 각각 메뉴를 짜서 음식을 만들어 모인다고 한다. “명절음식은 거의 안하고, 평소에 잘 안 해먹는 멋진 요리들을 몇 가지씩 장만해가죠. 이번 추석엔 저희 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상큼한 생채무침과 깐소새우, 갈비찜을 할 계획이예요”라고 한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김순정(37, 용인 모현) 씨는 시댁의 추석 차례보다는 친정 나들이가 더 기대된다. “차례는 안 모시지만 명절이라고 친정 엄마가 새로운 기분에 김치를 여러 가지 만드세요. 배추김치는 기본이고 파김치, 무생채김치, 깍두기, 고구마줄기김치, 깻잎김치, 양배추김치, 열무김치, 부추김치 등, 김치 종류만으로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이지요”
음식을 장만하는 주체인 이 땅의 주부들에게 명절은 평생 지고 갈 업보라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맛있게 나누어 먹는 것만큼 평범하지만 행복한 것이 더 있을까? 어차피 만들 음식, 짜증내며 만들면 맛있을 리도 만무하고, 시어머니, 형님, 동서 모두 모여 앉은 겸, 기름 냄새도 느끼한데 즉석에서 부쳐진 전을 안주로 시원한 맥주 한잔 씩 마시며 즐겁게 일해보자.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