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나는 갯벌·염전체험

지역내일 2008-09-11
애들은 방학숙제 어른들은 바지락 캐기
선감체험마을에서 갯벌체험, 동주염전에서 염전체험, 점심·와인비누·바지락·소금 선물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갯벌체험보고서를 방학숙제로 내야 하는 학교가 제법 된다. 특히 중학생은 여름방학 숙제와 2학기 수행평가를 연결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갯벌체험이 필수다. 안산시에서 지난 7월부터 시작한 2008 테마형 체험투어. 일명 ‘염전 및 갯벌체험’이다. 선감어촌체험마을과 동주염전에서 체험학습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해 두 아이와 함께 신청했다.

바지락 캐며 해양생물 관찰
토요일 아침 9시 10분, 중앙역 건너 월드코아 건물 앞 광장에 정차 중인 안산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오르는 순간, 색이 예쁜 와인비누를 나눠준다. 인원확인 후 9시 30분에 출발. 오늘의 동행은 운전기사 제외하고 32명이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탓에 몇 사람이 투어를 취소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선감어촌체험마을. 체험용 옷으로 갈아입고 짐을 맡긴 후 트랙터에 연결된 체험사파리차를 타고 15분을 달렸다. 갯벌체험 전에 300ml 물 한 병과 호미, 2kg들이 들통을 나눠주니 개인이 따로 준비할 물건은 없다. 11시 쯤, 바지락을 캐기 시작했다.
한 번도 바지락을 캐본 적이 없는 애들. 아무데나 주저앉아 갯벌을 판다. 바지락 껍데기와 죽은 바지락, 소라게, 개울타리고동, 방게와 돌게, 큰 구슬우렁이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주워 담는다. 죽은 바지락은 골라내라고 알려주자 10분쯤 있다가 작은 애가 죽은 바지락에 펄이 가득 차 있어 산 바지락 같다고 ‘체험학습’한 내용을 설명한다. 모래가 많이 섞인 갯벌이라 단단하다. 잘 만 디디면 운동화를 적시지 않고도 바지락을 캘 수 있을 정도.
호미로 1cm쯤 갯벌을 긁자 남자어른 엄지손톱만한 1~2년생 바지락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기 전에 작은 애는 책에서 바지락 껍질의 진한 선이 나이를 알려주는 나이테란 설명을 읽고 오더니 바지락 나이를 안다. 호미질 한 번에 바지락 서너 마리. 바지락 잡는 재미는 해본 사람만 안다. 자식들 공부시키려 고생스럽게 바지락을 잡았다는 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그다지 고생한 얼굴 같지 않았던 이유가 이 재미 때문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상상.
갯벌을 긁을 때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구멍들에서 바닷물이 솟아 올라온다. 바지락을 캐다 그런 구멍에서 색다른 생명체를 찾으면 아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밤게 네 마리와 방게 한 마리가 작은 애 들통에 담겼다. 다시 놓아 주라고 해도 고집을 부린다. 몸길이 2cm도 안 되는 어린 ‘쏙’도 들통으로 쏙. 집에 갈 때까지 살아있기만 바랄 뿐이다.
동행들을 둘러보니 30분도 안 됐는데 들통이 넘치게 잡았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바지락을 캐는 여중생들이 보인다. 단원 중 2학년 이아람, 정지혜 학생이 다른 친구 둘과 방학숙제하러 왔단다. 선부동 사는 김하연씨는 “애들 숙제 하러 왔는데 바지락이 많아 어른들이 더 재미있다”며 웃는다. 선감마을 앞 갯벌에는 정말 바지락이 많다. 어촌계에서 체험마을 조성을 위해 1년 전 종패를 뿌려둔 덕. 사람들이 잡은 바지락을 보니 저 갯벌 어디에 이 많은 바지락이 숨어 있었을까 싶다.
저 바지락을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하는데, 장혜수씨(일동)가 요리법을 알려준다.
“서너 번 씻어 소금물에 하룻밤 해감을 시킨 후 한꺼번에 삶아. 식으면 껍질만 떼 내 물만 가만히 따라서 한 번 먹을 만큼씩 그릇에 담아 냉동보관하면 오래 먹을 수 있지.”
어떤 사람은 청량고추 넣어 얼큰한 해장국으로 마시거나 미역국, 된장국, 해물탕 육수로 쓰라고 일러준다. 바지락 스파게티와 해물파전에 넣어도 맛있다.
바지락 캐기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그 갯벌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배우지 못한 채 돌아온 것이 아쉽던 차에 샤워실 건물 벽에 선감마을 앞 갯벌생물에 대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출발 전에 보고 갈 것을, 안타까웠다. 선감마을에는 온수 샤워실이 있어 체험 후 펄을 씻어낼 수 있다.

염전에서 소금 만드는 과정 체험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 먹고 오후엔 염전 체험이다. 3차에 걸쳐 바닷물을 증발시킨 후 염도 27도 정도가 되면 최종 증발지로 그 소금물을 퍼 올려 암수 결정들이 서로 붙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가라앉은 소금을 고무래로 밀어 모아 창고에 보관하다 간수가 빠지면 왕소금이 된다. 해가 7일 정도 쨍쨍 내리 쬐면 직접 염전에서 소금을 만져볼 수 있다.
우리가 간 동주염전은 대부도 염전 가운데 가장 큰 편에 속한다. 37만평 부지에 1~4차 증발지가 밭 모양으로 구획이 져 있었다. 며칠째 계속 비가 오락가락해 소금은 모두 소금창고에 들어가 있고 염전은 비어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프랑스의 게랑드소금보다 염도는 낮고 미네랄 성분은 더 많다는 대부도 소금. 배추가 물러지지 않는다니 올 겨울 김장은 이 소금으로 담아야겠다. 동주염전에서는 현장판매와 택배주문판매를 겸한다.
동주염전 주인 백승준씨는 비가 와서 학생들에게 염전체험을 못 시켜주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대부도갯벌과 염전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대부도 소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해가 쨍쨍하거든 꼭 다시 와서 체험하고 가라며 소금 한 봉지씩을 나눠준다. 전자렌지에 10분 동안 가열, 바싹 마르거든 곱게 찧어서 쓰라고. 이 소금을 녹인 물에 수건을 적셔 냉동실에 넣어 뒀다 땀띠 난 아기피부에 두드려주면 땀띠가 금방 가라앉는단다.
빨갛게 익은 나무딸기가 지천이고 광활한 소금밭 가에 가건물 같은 소금창고가 서 있는 풍경이 좁은 흙길과 어우러져 우리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다른 사람들도 염전체험 못 한 것이 그다지 아쉽지 않은 분위기다. 돌아올 때는 휴가철 차량을 피해 화성 쪽 길을 택했다. 중앙역 앞에 도착, 시계를 보니 5시 다 됐다.
어른 2만원, 청소년 1만 7000원, 어린이 1만 4000원 내고 바지락 한 봉지에 비누와 소금 선물 받고, 점심까지 얻어먹고 운전 안 하고 편안하게 다녀 온 체험여행. 전라도말로 ''오지다''.이 체험투어는 9월 6일까지 물때에 따라 예약을 받는다. 시에서는 가을에 대부도 포도농장과 협의해 ‘포도따기 및 와인체험’도 할 예정이다.

안산시 문화관광과 : 031- 481-3060, 하나고속관광 : 031-413-1212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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