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송파구 잠실6동 동사무소 안. 하나 둘씩 모여든 주부들의 흥겨운 북소리가 어느새 실내에 가득 울려 퍼진다. ‘둥둥둥둥, 쿵쿵쿵쿵’ 리듬을 타며 울리는 커다란 북소리가 어찌나 신명나는지 어깨가 절로 들썩여질 정도. 바로 잠실 주부난타동호회원들이 연습하는 소리다. 벌써 5년째 ‘휘슬’이란 이름으로 ‘난타’를 흥겹게 즐기고, 또 이웃들에게도 전파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낡은 새우젓통으로 시작
“예전에 풍물을 좀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난타를 보고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동호회를 만들었죠.” 벌써 20년째 잠실에 살고 있다는 이정희(잠실동‧48) 팀장은 이렇게 시작한 동호회에서 주부 회원들과 함께 지금까지 신명나게 난타를 즐기고 있다. 처음엔 북이 비싸서 낡은 새우젓통을 사다가 시작했다고. 가락시장과 주변의 재래시장을 돌며 구한 새우젓통에 색을 입혀 북을 만들어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러다 차츰 실력 있는 주부난타동호회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제대로 악기를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송파구 대표 동호회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현재 휘슬은 15여 명의 주부들로 구성되어 신나는 북소리와 함께 실력과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채를 잡고 북을 두드리며 몸동작을 익혀온 실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정희 팀장은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연습을 하는데, 특히 목요일은 초청강사에게 수업을 받은 뒤 거의 하루 종일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바로 작품성 있는 연주를 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북뿐만 아니라 심벌이나 태평소, 종 등도 함께 연습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꾀한다.
스트레스와 주부 우울증을 날린다
난타의 가장 큰 매력은 리드미컬한 흥겨운 가락과 역동적인 움직임에서 나오는 생동감이다. 북소리에 맞춰 몸동작까지 곁들이다보면 어느새 가슴을 울리는 난타소리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당연히 스트레스와 주부 우울증이 한 방에 사라지게 마련. 난타동호회원 김미숙 씨(문정동‧48)는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던 차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두드리면 시원하겠다’싶어 찾아왔다”면서 “연습을 하면서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진 것은 물론 평소 한 쪽 어깨가 아픈 증세도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정옥 씨(잠실동‧48) 역시 “이 나이에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가까운 동네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재미있다”고 전했다.
동호회원들은 난타가 몸의 피로와 마음의 스트레스를 확 날리는 것은 물론 전신운동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북을 치기 위해 팔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간간이 소리도 지르고 몸동작도 크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다보니 연습을 하는 동안 어느새 온 몸이 땀에 흠뻑 젖곤 한다. 게다가 난타는 얼핏 배우기 쉬울 것이라 생각되지만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이팀장은 “오른손과 왼손을 교대로 쓰는 손동작과 몸동작을 익혀야 해서 어느 정도 감각과 끼가 있어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또 멜로디가 없이 장단만으로 이뤄지는 연주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휘슬회원들은 서로의 관계가 ‘이웃사촌’과 같이 돈독하다. 실제로 평소 크고 작은 일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기 때문에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공연에도 참여
잠실 주부 난타동호회는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에 초청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신명나는 에너지를 전해왔다.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을 처음 세상에 선보인 것은 2004년 10월 송파구가 마련한 주민자치센터 발표회로 이때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뒤로 공연요청이 쇄도하여 1달에 2~3차례 무대에 오를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그동안 송파구 자원봉사 연말대회 초청공연을 비롯해 각종 행사의 퍼레이드 지원공연, 마라톤대회 거리응원 공연에 참여했으며 작년에 열렸던 ‘하이 서울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라 실력을 발휘했다.
이팀장은 “그 중에서도 2005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줌마로서 그렇게 규모가 큰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가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휘슬팀의 이런 활동은 동호회원들만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호응이 높다. 난타연습을 하면서 훨씬 밝아진 얼굴이 좋아서이고, 특히 각종 공연에 올라 연주하는 엄마나 아내의 모습에 더불어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앞으로도 난타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윤영선 리포터 zz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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