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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있어, 한판 자~알 노는 거지!

지역내일 2008-10-14
풍물굿패 삶터 터장 이성호

우리 것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다면, 우리 것을 지킬 자격이 있다면 이에 제대로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이성호 씨다. 휴대폰 벨소리조차 국악(?)이다.
“국악이라고요? 그건 잘못된 말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천황에게 바치는 악(樂)이라고 따로 분류해 만든 단어죠. 그것을 우리 소리를 일컫는 대명사로 쓰고 있으니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성호 씨의 지적에 순간 말문이 막힌다. 어디 그 뿐인가, ‘농악’이라는 말도 일본이 민족말살정책으로 ‘농부들이 하던 악’으로 따로 분류해서 만든 이름이라고. “풍장, 굿, 두레, 풍물굿 등으로 부르는 게 맞습니다. 이게 곧 삶터가 지양하는 풍물이기도 하고요. 흔히 사물놀이라고 하는 건 풍물굿 안의 판굿 중 개인놀음을 선보이는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죠.” 사물놀이가 풍물굿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다. 그렇게 우리의 것은 우리의 삶과 참으로 많이 괴리되어 있었다. 굿, 무당도 과거 우리네 삶과 함께 했던 생활의 일부분. 미신으로 오인 받는 것 역시 아직 문화사대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굿이나 풍습은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굿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풍물굿은 풍물패, 깃발, 꽹과리, 장구, 북, 아낙네, 아이들, 동네 개들까지 쫓아 나와서 즐기던 잔치였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다 나와서 논다는 의미로 생명굿 이라고도 했다고. 놀다가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거나한 술 한 잔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니 굿 안에 우리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 씨의 반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풍물굿을 한지 24년, 40년 이상은 돼야 이 분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각 분야의 숨은 대가를 찾아다니며 전수를 받는다. 공연에, 대기업 노동조합 강의에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도 그가 빼놓지 않는 것은 술! ‘이 걸죽한 목소리도 술 때문’이라는 그의 농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삶=운동=풍물굿’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성호 씨, 그가 좋아하는 술 한 잔은 바로 ‘사람’을 향한 철철 넘치는 애정이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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