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내 안에 가득한 아이들로 세상이 따뜻해지다

지역내일 2008-10-14
수원지방검찰청 장안지구협의회 범죄예방위원 김옥심

예기치 않은 율전초등학교 나들이,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교정을 내려다보는 동안 김옥심 씨의 아이들 자랄 적 얘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세 아이의 엄마, 인심 좋은 하숙집 아줌마, 편안한 이웃. 그런데 그런 김옥심 씨의 어디에 범죄예방위원의 근엄함과 긴장감이 숨어있다는 말인지. “오히려 제 편안한 인상이 이 일에 도움이 많이 되죠. 시골 아줌마 같이 마냥 넉넉해 보이잖아요.”
물론 기소유예 되거나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들과의 첫 만남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범죄의 재발을 막고 싶은 그녀의 진정한 마음과 찬찬한 말투, 정감어린 목소리는 이내 아이들 가슴에도 전해진다. 상황에 따라 옥심 씨의 자녀들을 동원한 적도 있다. 친근하게 구는 막내아들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은 그저 평범한 동네 ‘형’에 지나지 않는다. “걔네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잘못 표현한 것뿐이죠.” 대화가 부족한 우리네 가정을 그녀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주변에선 세 자녀 뿐만이 아니라 항상 크고 작은 아이들이 함께 했던 것 같다. 10대 청소년부터 현재 하숙을 하고 있는 20대 대학생까지, 다양한 위치에서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김옥심 씨만의 ‘청소년 바로 이해하기’가 만들어진 모양이다. 대단한 그녀가 요즘엔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예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니 예절을 배우고 안 배우고의 차이는 아이들의 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란다. 이처럼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고등학생 시기, 예절교육을 통해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로운 청소년으로 만들어가고픈 바람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엔 예절교육 강사로 강단에 서고 싶다. 조금씩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는 그녀. 하숙생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변변한 나들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올해 8월엔 한 달 간 공식적인 방학을 선언하기도 했다.
벤치 옆의 물레방아 소리가 꽤 싱그럽다. 여기에도 학교 어머니회 회장으로 살았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는데 그녀의 바지런한 삶에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어여쁜 김옥심 씨를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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