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불량 먹거리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믿고 먹을 것이 없다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해 이제 내 손으로 한 음식 외에는 어느 음식도 믿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나마 집에서 해먹일 수 있는 엄마라면 상황은 조금 나은 편.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음식을 제 손으로 구입하거나 만들어주지 못하는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는 영원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일까.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를 열게 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에찬의 김헬레나 사장은 공동육아 조합원 출신으로,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던 아이의 엄마들과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요리 시작
김 헬레나 사장은 공동육아를 하면서 요즘 엄마들은 육아 고민과 함께 먹거리 고민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면서 직접 만들어주고 싶지만,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동육아 협동 조합원들은 육아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회의가 많다. 회의가 길어지면 밤늦게 끝나는 것은 기본. 저녁 식사를 밖에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늘어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회의 뿐만 아니라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외식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외식은 입맛을 변화시키고 경제적 부담까지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엄마들의 걱정이었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먹을 반찬을 조금 넉넉히 해서 서너 집과 나눠먹을 생각에 반찬 만들기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너도 나도 먹고 싶다고 부탁하는데 거절도 못하고 만들다보니 나중에는 10가구의 반찬을 만들고 있더군요.”
급기야 음식점에서 사용함직한 솥을 들여와 주방에서 하루 종일 반찬만 만들었다. 아이 역시 엄마가 음식 만드는 시간이 늘어가니까 볼멘소리를 자주하며, 급기야 그만두라고까지 했다. 집에서 반찬 만드는 일은 6개월 정도 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만뒀다.
양념까지 유기농으로 고집
반찬 만들기를 그만두니, 주위 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믿고 먹을 반찬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부추겼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어 팔아보라는 것. 김 사장 역시 음식 만들기에 재미가 붙은 차라 그리 싫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런 주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먹거리로 같은 고민을 하는 이현주(현 홍보 마케팅 과장), 한주나(현 구매과장)씨와 함께 반찬 가게를 열기로 합의하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근 6개월 간 시장조사와 설문조사를 통해, 다른 유기농 반찬 가게나 생협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유기농 반찬 가게는 많았지만, 그만큼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서 문을 닫은 사례를 많이 접해 겁을 먹기도 했다.
“도매시장을 다녀보면 식재료의 값이 천차만별이라,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재료의 질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현실에 타협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결론은 우리 아이,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해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는 물론 양념까지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김사장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기농 음식은 관련 레시피가 별로 없어서 관련 요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요리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업이 아니라 먹거리 운동이죠”
이렇게 유기농, 친환경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언젠가는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 역시 맛과 색깔을 통해 유기농을 사용했음을 바로 알아본단다. 유기농 간장이나 된장은 색이 그리 예쁘지 않아서 음식을 해 놓아도 그리 예쁜 색을 띄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이다. 또한 매번 사용된 재료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고객의 신뢰도를 쌓기도 한다.
“어떤 고객은 처음에 반찬을 풀어놓으니, 애들은 맛이 없다고 안 먹고 혼자서만 먹고 있더래요. 그런데 몇 주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먼저 자연에찬 반찬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입맛이 변하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고 이야기해요.”
재료부터 유기농을 고집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식재료 값이 비싸다보니 반찬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가격만 비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고 만다. 또한 매주 식단을 짜서 고객에게 알려주는데, 유기농 제품의 특성상 재료를 빨리 떨어지면 전국의 생협이나 유기농 매장을 찾아 헤매기 일쑤다. 결품이 난 경우에는 식단을 바꾸기는 경우도 있었다. 고객들은 반찬을 진열해 맛을 보여주길 원하지만, 매출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도 언젠가는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 믿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데 노력해야지요. 그만큼 이익이 나지 않으니 우리끼리는 이건 사업이 아니고 먹거리 운동이라고 말해요(웃음).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생협 관계자들과 주위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다른 지역에서도 배달을 요청하는 등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으니 기운이 납니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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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집에서 해먹일 수 있는 엄마라면 상황은 조금 나은 편.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음식을 제 손으로 구입하거나 만들어주지 못하는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는 영원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일까.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를 열게 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에찬의 김헬레나 사장은 공동육아 조합원 출신으로,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던 아이의 엄마들과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요리 시작
김 헬레나 사장은 공동육아를 하면서 요즘 엄마들은 육아 고민과 함께 먹거리 고민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면서 직접 만들어주고 싶지만,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동육아 협동 조합원들은 육아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회의가 많다. 회의가 길어지면 밤늦게 끝나는 것은 기본. 저녁 식사를 밖에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늘어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회의 뿐만 아니라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외식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외식은 입맛을 변화시키고 경제적 부담까지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엄마들의 걱정이었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먹을 반찬을 조금 넉넉히 해서 서너 집과 나눠먹을 생각에 반찬 만들기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너도 나도 먹고 싶다고 부탁하는데 거절도 못하고 만들다보니 나중에는 10가구의 반찬을 만들고 있더군요.”
급기야 음식점에서 사용함직한 솥을 들여와 주방에서 하루 종일 반찬만 만들었다. 아이 역시 엄마가 음식 만드는 시간이 늘어가니까 볼멘소리를 자주하며, 급기야 그만두라고까지 했다. 집에서 반찬 만드는 일은 6개월 정도 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만뒀다.
양념까지 유기농으로 고집
반찬 만들기를 그만두니, 주위 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믿고 먹을 반찬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부추겼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어 팔아보라는 것. 김 사장 역시 음식 만들기에 재미가 붙은 차라 그리 싫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런 주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먹거리로 같은 고민을 하는 이현주(현 홍보 마케팅 과장), 한주나(현 구매과장)씨와 함께 반찬 가게를 열기로 합의하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근 6개월 간 시장조사와 설문조사를 통해, 다른 유기농 반찬 가게나 생협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유기농 반찬 가게는 많았지만, 그만큼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서 문을 닫은 사례를 많이 접해 겁을 먹기도 했다.
“도매시장을 다녀보면 식재료의 값이 천차만별이라,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재료의 질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현실에 타협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결론은 우리 아이,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해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는 물론 양념까지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김사장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기농 음식은 관련 레시피가 별로 없어서 관련 요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요리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업이 아니라 먹거리 운동이죠”
이렇게 유기농, 친환경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언젠가는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 역시 맛과 색깔을 통해 유기농을 사용했음을 바로 알아본단다. 유기농 간장이나 된장은 색이 그리 예쁘지 않아서 음식을 해 놓아도 그리 예쁜 색을 띄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이다. 또한 매번 사용된 재료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고객의 신뢰도를 쌓기도 한다.
“어떤 고객은 처음에 반찬을 풀어놓으니, 애들은 맛이 없다고 안 먹고 혼자서만 먹고 있더래요. 그런데 몇 주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먼저 자연에찬 반찬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입맛이 변하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고 이야기해요.”
재료부터 유기농을 고집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식재료 값이 비싸다보니 반찬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가격만 비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고 만다. 또한 매주 식단을 짜서 고객에게 알려주는데, 유기농 제품의 특성상 재료를 빨리 떨어지면 전국의 생협이나 유기농 매장을 찾아 헤매기 일쑤다. 결품이 난 경우에는 식단을 바꾸기는 경우도 있었다. 고객들은 반찬을 진열해 맛을 보여주길 원하지만, 매출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도 언젠가는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 믿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데 노력해야지요. 그만큼 이익이 나지 않으니 우리끼리는 이건 사업이 아니고 먹거리 운동이라고 말해요(웃음).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생협 관계자들과 주위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다른 지역에서도 배달을 요청하는 등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으니 기운이 납니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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