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어학연수, 문제점과 개선방향

거제대학 사회계열장 조병화 교수

지역내일 2008-10-09 (수정 2008-10-09 오전 9:57:47)



미국 중서부의 위스콘신 주에 미시간 호를 끼고 자리 잡은 쉬보이간(Sheboygan), 그곳에 소재한 레이크랜드(Lakeland) 대학에 우리대학 비공학계열 소속 학생 14명을 인솔해 여름방학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이 도시의 이름이 생소할지 몰라도 10년 전에 박세리가 미국여자오픈에서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는 투혼으로 우승했던 곳이 바로 쉬보이간이다. 미국의 7대 부자인 욕실용품 제조업자 콜러(Kohler)는 박세리가 우승했던 이 블랙울프런(Black Wolf Run)이라는 골프코스에 만족하지 않고 이후에 휘슬링스트레이트(Whistling Straights)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골프장을 하나 더 만들게 된다. 

그 결과 쉬보이간은 미국 10대 대중 골프코스 중 두 개를 가진 도시가 되었다. 시카고에서 차로 두 시간여 걸리는 이곳은 미국중서부의 대표적인 휴양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대학 20년사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미국어학연수에 기대가 컸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세상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이라는 희망도 가졌다. 우리학생들 대부분은 거제나 근교지역 출신으로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흔히 근무여건이 좋은 지역회사에 취업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좋은 취업여건은 역설적으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자족적인 면이 우리 학생들이 더 많은 실력을 갖추려는 야망과 노력을 차단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디서이든 더 큰 경쟁력을 갖춘다면 보다 큰 성취를 이루게 될 것이니 말이다. 

미국연수는 특히 이점을 학생들에게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기대를 품게 했다. 우리가 참가하는 어학프로그램은 오전엔 영어강의, 오후엔 주로 미국사회와 그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흔히 영어권 국가에 유학하는 사람들은 1년 이상 상당기간이 지나야 교수나 급우들이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이 점을 많이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단기 어학연수는 그간 학습한 본인의 영어가 얼마나 통하는지를 검증해보고 해당 국가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미국, 영국, 호주, 혹은 캐나다에서 실시되는 연수에 어떤 마법이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맞지 않은 일이다. 단지 영어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자극과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시카고에서는 널리 알려진 네이비피어(Navy Pier), 밀레니엄파크(Millenium Park),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점들이 들어차 있는 미시간 거리 등 시내중심가를 구경했다. 또한 현대 건축의 백미(白眉)라고 하는 시카고의 마천루들을 시카고강을 오르내리는 배를 타고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밀워키 시에서는 그곳에 본부를 둔 야구팀이 그들의 홈구장인 최신식 돔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생활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를 체험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또한 밀워키 미술관을 찾아 미국의 현대미술의 일면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이외에도 뗏목타기, 놀이공원, 홈스테이 등이 프로그램에 있어 미국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어학연수를 마친 뒤에는 미국이 가진 크기와 자연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서 미국 서부에 위치한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국립공원 그리고 그랜드캐년 등 을 돌아보았다. 

프로그램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쇼핑은 학생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국사회가 기업의 대규모 공급과 국민의 왕성한 소비능력에 의지하는 경제구조에 기초해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쇼핑은 미국생활의 기초적인 측면을 체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정된 기간에 교과서적인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힘을 집중하기보다는 미국사회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동기를 느끼게 하거나 미국사회에 대한 보다 깊고 넓은 이해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연수기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며 새삼스레 느낀 것은 역시 무엇이든 준비된 사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입학 후 학업에 성실하게 임해온 학생들은 어학연수에 대한 동기와 목적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연수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 방식으로 공부해야하는지 뚜렷한 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을 담당했던 현지인들이 짧은 동안 크게 변한 우리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감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적응하고자하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였고 단지 눈을 현혹시키는 구경거리가 많은 나라에서 부모를 비롯한 자신을 통제하던 틀이 느슨해진 틈을 이용해 자유 혹은 방종을 만끽하는 기회에 불과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를 낭비라고 본다면 해외어학연수와 유학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곳의 문화와 교육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현지에서 자녀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를 알기 어렵고 주로 자녀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자녀들은 스스로 잘못하거나 겪게 되는 문제점보다는 좋은 점과 잘하는 면만을 과장해서 전하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상황을 그릇되게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어학연수와 유학이 성황을 이루자 상업화된 교포 유학알선업자들도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왜곡된 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고려해야할 다른 점은 어떤 수준의 영어를 배우느냐가 문제인데 전문 혹은 전공 서적을 읽고 어렵고 복잡한 강의를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넓어진 지식과 식견을 명확하게 영어로 표현하는 경지는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각종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의 영어도 엉터리가 많은데 짧은 기간 동안 초ㆍ중등과정 혹은 대학을 다닌 사람의 영어실력만으로 그 사람의 전도가 보장되리라는 기대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가 있는 연수나 유학이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만 되는 것이다. 유혹도 많고 함정도 많은 유학은 철저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준비해서 임하지 않으면 참담한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안전하고 안정된 제도화된 틀에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학교 대 학교가 교류협정을 맺어 그 안에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 것이다. 이번에 연수를 실시하면서 현지 대학과 교류의향서를 교환했다. 그 내용은 거제대학에서 2년을 공부한 뒤 2년을 더 미국대학에서 공부할 경우 4년제 미국대학 학사학위를 받게 하자는 것, 그리고 거제대학 재학 중 그 곳 학교에서 6개월 혹인 1년을 유학해서 학점을 따면 그 학점을 본교에서 인정해준다는 것이 그 골격이다. 

또한 현지대학은 학습과 관련되어있는 동시에 영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배울 수 있는 일을 제공하고 우리학생들은 그 대기로 장학혜택을 받기로 했다. 앞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기초영어실력이 부족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유학은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기 쉽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재학 중인 학생이나 졸업생 가운데서도 적합한 대상을 찾으려하겠지만 입학하는 과정부터 좋은 인재를 골라 충실하게 우리대학에서 2년을 가르친 뒤 3학년 과정으로 보내려한다.

 우리대학은 지금 당장 교류가 가능한 학과부터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을 늘려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공부하는 2년이 우리학생들이 일생 받게 될 교육의 최종 완결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학 혹은 진학을 하든 아니면 취업을 하든 계속 스스로를 갈고 닦아 더 낳은 인재로 성장해가는 밑거름이 되는 2년, 이것이 우리의 교육목표이다. 우리가 영어교육을 강화해나가면 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한 조선산업이 지역경제의 기반인 거제에서 우리 졸업생들이 취업에 있어서도 그만큼 유리한 곳에 위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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