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시민 검찰 처분 뒤집어 화제

사기 피해자 7년간 홀로 투쟁 … 헌재, 불기소처분 취소결정

지역내일 2001-06-14 (수정 2001-06-14 오전 7:47:32)
“범죄자 인권은 있고 피해자 인권은 없다”
7년간 투쟁으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 내고 피해를
입힌 사기 가해자를 재판에 서게 한 박홍규(65)씨는 그간 마음속에 담아온 사연을 이렇게 풀어
냈다.
박씨는 94년 부동산 매매계약과정에서 매매대금을 낼 능력과 의사가 없는데도 이를 속이고
부도어음으로 매매대금을 대신하여 1억6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감 모(50)·정 모
(49)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사건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맡다가 수원지검 성남지청, 창원지검 등을 거쳐 성남지청으로 옮겨왔다. 이유는 피고소인의 주소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박씨는 이렇게 검찰이 자주 바뀌는 것을 ‘핑퐁수사’라고 이름 붙였다.
검찰은 박씨 사건에 대해 고소 3년이 지나 감씨만 구속기소하고 실제 이익을 챙기고 이 사건의 주범으로 밝혀진 정씨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박씨는 무혐의 처분이 있고 나서 검찰의 자세와 능력에 강한 의혹을 갖게 됐다. “당시 수사검사는 피해자인 고소인에 대해서는 발언기회를 빼앗고 가해자인 피고소인들에게는 선선히 대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했다”며 당시 조사과정을 떠올렸다.
항고 재항고를 했으나 기각됐다. 그래서 박씨는 99년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
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해 헌재는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건 7년만의 일이었다.
단순 소송진행만 변호사에 맡기고 모든 서류준비를 혼자 해온 박씨가 검찰 불기소처분이 위법하다는 헌재의 결정을 끌어낸 것은 정말 값진 것이다. “주위에서 정말 어려운 것 해냈다며 용기를 줬다”며 “전재산을 사기사건에 휘말려 다 날린 것이 창피해 주변사람에게 얘기도 못했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 이후 박씨 사건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가 시작됐으나 이내 수원지검 평택지청으로 이송되고 다시 춘천지검 속초지청으로 옮겨다녔다. 이유는 정씨가 주소를 옮겼기 때문이라는 것.
박씨는 헌재 결정까지 났는데도 이렇게 시간을 끄는 이유를 정씨에 대한 공소시효 7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알 수 있었다.
“변호사 선임할 형편이 안돼 혼자서 법전을 찾고 온갖 서류를 열람하면서 결국 정씨를 고소 7년만에 불구속기소 하게 했다”며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갔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가 1일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
박씨는 14일 고소인의 상시적인 법정 진술기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한 청원서를 담당 재판부에 내기 위해 속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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