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 청정용인 학일마을 농촌·문화체험

''쥬디''와 함께 그리 가을날의 동화

지역내일 2008-10-06
용인 학일마을을 향하여...
9월 27일 ‘농어촌 관광마을 체험 모니터링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제법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용인시 원삼면에 있는 ‘학일마을’을 찾았다. 용인시청을 지나 57번 국도를 타고 원삼면 방향 ‘와우정사’ 가는 길로 접어드니 도로가 좁아지고 어느새 시골풍경으로 바뀌었다.
‘학일리’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없어지기도 하고 시골길에 멈춰서 지나는 마을 어른께 길을 묻는 정겨움도 오랜만이었다.

마을회관에 모여들다 (사진1)
깊숙이 자리 잡은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서 반갑게 우릴 맞아 주었다. 약속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초행길들이어서 다 모이는 데까지 30~40분가량 더 소요되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기다림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림이 선사한 자투리 시간에 마을회관 앞 너럭바위에 앉아 전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회관 뒤 공터에 늘어선 장독대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저 이게 뭔지 알아요!”라며 삐쭉삐쭉 서있는 솟대를 보고 아이들이 아는 체 하고, “메뚜기 잡았다!”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쥬디와의 문화체험 (사진 2.3,4,5 중 두 컷 정도. 사진 5 쥬디의 작업실 가는 풍경)
마을 한쪽에 익숙지 않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 백인 여성이 회관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앉더니만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핸드 페인팅을 해주는 것이었다.
“저는 캐나다 사람 쥬디에요.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재활용 예술가이기도 해요. 이 마을에 제 작업실이 있어요.”
쥬디는 서투른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예술가들이 몇 분계신데요, 함께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쥬디 선생님 프로그램이 반응 좋아요.”
학일마을 정보화시스템과 체험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나온 정정화(용인시청 정보통신과)씨가 설명을 곁들였다.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쥬디의 작업실에서 진행된 체험프로그램은 ‘재활용품과 자연물로 한옥 만들기’.
빈 과자상자를 한지로 감싸 너털거리는 노란 한지로 초가지붕을 표현해 얹고, 밖에서 저마다 주어온 나뭇가지와 풀, 꽃과 돌멩이로 집을 꾸몄다.
“처음엔 ‘농촌체험 하러 온 건데 여기서도 영어마을 흉내를 내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함께 어울려 한옥 만들기를 해보니까 ‘쥬디도 우리처럼 한국에 사는 사람이네’라는 동질감도 들고, 오히려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우리 것을 되살려줘 고맙네요.”
아이들과 함께 온 김영희(40·용인 죽전)씨가 소감을 밝혔다.

소박한 점심식사
마을작업장에 마련된 점심식사. 된장국에 나물반찬의 소박한 식단이었는데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역시나 저희들 입을 현혹하는 반찬이 없자 시큰둥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식단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과 ‘동네 어른들이 평소에 잡수는 소박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신나는 고구마 캐기 (사진6,7)
이장님 안내로 마을길을 따라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호미를 하나씩 들고 흙을 파자 자색 고구마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엄마, 이 왕고구마 내가 캤어요”라고 자랑을 하고, 흙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한 애벌레를 집어 들고는 “와~이거 사슴벌레 애벌레다!”며 소리쳤다.

인절미 잔치를 벌이자 (사진8)
점심을 먹었던 합동작업실에 떡판이 벌어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찰밥 냄새와 경쾌한 떡메소리,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마을잔치 분위기를 자아냈다.
즉석에서 콩가루에 버무린 인절미를 아이들과 즐겁게 먹던 채영주(49·용인 수지) 주부는 “저희 아이들은 떡메 치는 거 오늘 처음 봤어요. 메뚜기도 처음 잡아 봤고요. 참가자가 많지 않아 어수선하지 않고 가족적인 분위기라 좋네요. 동네 분들 인심도 참 좋으셔요. 인절미도 이렇게 푸짐하게 준비하시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렇게 소규모로 진행된 것에는 따로 사연이 있었다. 용인시청이 참가비 전액을 지원해주어 공짜나 다름없는 행사에 신청만 해놓고 30명가량이 연락도 없이 불참한 것이었다.
행사담당자 정정화씨는 “마을 분들이 식사며 떡 재료며 75인분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도 가지 못하고 마을 분들에게 피해가 갔다”며 “이런 식이면 배정된 시 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집으로
짧은 한나절 체험프로그램이 끝났다.
오용근 이장은 “미흡한 점이 있었더라도 나이든 농촌사람들이 마련한 행사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며 정겹게 작별을 고했다.
친정집 나들이 같았던 하루.
주민들의 후한 인심에 고마워하며 하나둘씩 마을을 빠져나갔다. 용인 수지에서 온 김애란(37) 주부는 “작년에도 이 마을에 농촌체험 왔다가 좋아 다시 오게 됐다”며 “전문 진행요원들이 운영하는 상업적인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비해 서툴지만 마을 어른들이 직접 참여하시는 모습이 더 진실 된 맛이 있다”고 적극 추천하였다.

용인청정 학일마을 : 031-334-7991 http://hakil.invil.org/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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