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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어르신’

지역내일 2008-09-11
재밌는 할머니 표 동화 듣고 싶은 친구 모두 모여라~!

일주일에 한번 씩 찾아오는 동화구연 할머니의 이야기시간.
“콩당콩당콩당콩당 박수치다가 콩당콩당콩당콩당 윙크하세요, 콩당콩당콩당콩당 윙크하다가 콩당콩당콩당콩당 인사합시다,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먼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할머니들. ‘오늘은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실까?’ 기다리던 아이들은 모두 할머니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오늘은 빨간 자동차이야기를 들려 줄 거예요. 영수는 빨간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빨간 자동차가 조금 커졌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 자동차 그림이 커진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 그림에서 눈을 뗄 줄 모르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세운다. “짜자~잔” 이번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을 만큼 자동차가 커지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커다란 자동차 타고 놀러갈까, 운전할 줄 아는 친구” 아이들은 저마다 손을 들며 “핸들만 돌리면 되요”, “그냥 가요”라며 소리를 높여 대답한다.

아이들 만나는 재미 힘든 것도 몰라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양천노인종합복지관 부설 신월노인복지센타 2층에 모인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어르신들. 아이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를 배우고 노래도 부르며 아이들에게 가지고 갈 소품을 만들면서 저마다 아이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칠 법도 한데 조금이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는 어르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신나하고 재미있어 할까 만을 고민하면서 오늘도 동화를 읽는다.

틈틈이 연습을 하며 동화를 듣고자 원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서슴없이 공연을 나가는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어르신 10명의 멤버 중 가장 연장자는 78세의 박순희 할머니. 책 읽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연세지만 제일 열심이다. “동화를 외우고 필요한 소품을 만드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 볼랍니다”라며 각오를 밝힌다.

아이들의 흥미를 돕기 위한 소품 만들기, 생각만큼 일이 진척되지 않을 때는 집에 가서 만들어오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저마다 자신이 만든 소품과 얼마나 다른지, 누구 것이 더 잘 만들었는지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면서도 항상 즐겁다.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어르신은 어느 새 고정적으로 나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13군데나 생겼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매주 월요일마다 파란들 어린이집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러 가는 윤정희 할머니와 정양순 할머니. 밤새 외운 동화를 아침이면 다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단다. 때론 몸을 날려 멋진 포즈를 취해야 하는 힘든 율동도 아이들보다 가뿐하게 단숨에 해낸다.

“이야기 할머니 오셨다며 악수도 청하고 안아달라 할 때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는 정양순 할머니(75세)는 나이가 들어 동화를 외우는 것이 제일 힘들지만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있어 기쁘단다. 윤정희 할머니(64)는 “아이들이 집에 가서도 동화할머니 이야기를 하나봐, 엄마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니까”라며 웃는다.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어색해서 말 꺼내기가 쑥스러웠다는 김성자(65세) 할머니는 지금은 동화구연의 베테랑이 되었단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색했지만 자꾸 하다 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아이들을 만다는 것이 제일 기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고 전한다.

맹순희(68세) 할머니는 성심성의껏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린이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 아이들 앞에 재롱부리고 같이 동시 외우는 게 너무 재밌어”라고 말한다.

이야기 어르신의 동화지도를 맡고 있는 김경희(50세)강사는 “연습시간동안에도 실전처럼 어르신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한다”며 “손자들 재롱 보고 친구들과 노후를 보내실 나이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은 복지관으로부터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다. 하지만 투철한 봉사정신이 아니면 힘든 동화를 외우며 무거운 몸을 날리는 이런 일을 하기는 힘들 터. 동화를 외우고 소품을 만드는 일이 결코 녹녹치만은 않을 테지만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할머니들 화이팅!”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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