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무궁화, 30·37블럭과 고잔역 뒤 협궤철로변 해바라기 보며 추억만들기
“무궁화 꽃은 야하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있어요. 나라꽃이고...”
호수공원 무궁화동산 입구에서 무궁화 사진을 찍고 있는 한대길씨(69). 디지털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셔터를 누른다. 그를 따라 한창 절정인 무궁화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음에 가을이 찾아왔다. 하늘은 파랗고 말끔한 얼굴로 흰 구름과 함께 어디론가 같이 가잔다. 구름 따라 길을 나서 호수공원 무궁화동산에 올랐다.
자봉이 가꾸는 무궁화동산
‘자원봉사자가 가꾸는 무궁화동산’에는 230여 품종의 무궁화 1500여 그루가 가득하다. 배달 백단심 홍단심 일편단심 고주몽 님보라 새아침 새영광 춘향 등 이름도 낯선 무궁화꽃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곱게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한 나무에는 116가지 다른 꽃이 피었다. 무궁화연대 송병룡 이사가 접목했다고 한다. 2만여 평의 무궁화동산을 둘러본 후 국궁장 쪽으로 내려오는데 ‘제2회 무궁화축제’가 열렸다.
“작년까진 전국에 무궁화축제가 거의 없고 간혹 있어도 무궁화가 없는 곳에서 화분 갖다 놓고 축제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대로 된 동산에서 축제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 체험학습도 하고 (무궁화를) 가꾸는 과정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까요.”
무궁화연대 이춘강 회장은 역사공부를 하다 무궁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2년째 무궁화 가꾸기에 힘을 쏟고 있다. 직장일과 자원봉사를 병행하는데서 오는 피로도 무궁화를 사랑하는 그의 의지만은 꺾지 못한 듯 보였다.
10월까지 꽃을 피운다는 무궁화동산에서 집으로 가는 길. ‘꽃풍의 언덕’ 앞 다리위에서 축제장에서 나눠준 무궁화 화분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성미씨 가족을 만났다.
“물고기가 있어. 저기 봐.” 청양에서 자랐다는 김씨의 남편은 안산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족들에게 말한다. 세 식구가 다리아래를 내려다보며 정담을 나누는 그들 위로 여름이 지나간다. 지난 봄 안산시민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던 청보리밭은 메밀꽃밭으로 변해 9월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곧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는 하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루리라.
해바라기와 황화코스모스
메밀꽃밭 앞 다리를 건너 신도시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해바라기로 가득한 30·37 블럭이 눈에 들어온다. 해바라기 축제는 끝났지만 해바라기는 거기 그대로 있다. 해바라기 밭 사이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자 해바라기들이 키 자랑을 한다. 땅심이 다른지 어떤 곳은 어른 키를 넘겨 자랐는데 어떤 곳은 갓난 아이 키만 하게 자라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해바라기 밭 한 가운데 번듯하게 서 있는 원두막이 보이자 참외서리하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쫓겨 달아나던 기억이 시간의 벽을 뚫고 섬광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원두막과 추억 속에서 해를 좇아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 사진을 찍다 고잔 역 뒤편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로 변으로 옮겨갔다.
고잔역부터 중앙역까지 약 2km에 걸쳐 해바라기 밭이 펼쳐져 있다. 중앙역보단 고잔역에서 해바라기 구경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해바라기는 저마다 또 하나의 해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토피어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연인을 찍고, 가족을 찍고, 사랑을 찍고, 추억을 찍는다. 동물과 어린아이 모양의 토피어리, 추억의 협궤열차, 나비와 손수레 등이 해바라기 사진의 배경을 만들지만 그들이 찍는 것은 태양을 닮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다.
“사진 사이트에서 (개화시기를)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협궤열차도 있고 꽃도 좋고…, 좋네요.”
혼자 해바라기를 찍으러 온 김낙용씨. 서울 창동에서 지하철로 고잔역까지 왔다고. 카메라를 들고 해바라기밭 사이를 걸어오는 모습이 멜로영화 주인공 같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노들길을 건너 중앙역 쪽으로 이동한다. 그들을 좇아 시가지와 철로 사이에 있는 공해방지용 나무언덕 위로 올랐다. 언덕에는 이국적인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도열해 있고 아직 어린 단풍나무, 소나무가 연이어 늘어섰다. 나무사이로 바람이 시원하다. 작은 돗자리를 준비해 간간이 지나가는 전철소리를 들으며 해질녘 해바라기 밭에 잠시 쉬었다 가도 좋겠다. 잠자리와 나비, 벌이 나는 풍경 위로 지는 해가 던져주는 붉은 빛이 노란 해바라기 꽃에 머문다. 그 모습에 누구나 잠시 삶의 허리띠를 풀고 영혼을 일깨우는 시인이 될 듯.
대부북동 구봉도 입구에도 황화코스모스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니 다음 주에는 그곳에도 다녀와야겠다.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무궁화 꽃은 야하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있어요. 나라꽃이고...”
호수공원 무궁화동산 입구에서 무궁화 사진을 찍고 있는 한대길씨(69). 디지털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셔터를 누른다. 그를 따라 한창 절정인 무궁화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음에 가을이 찾아왔다. 하늘은 파랗고 말끔한 얼굴로 흰 구름과 함께 어디론가 같이 가잔다. 구름 따라 길을 나서 호수공원 무궁화동산에 올랐다.
자봉이 가꾸는 무궁화동산
‘자원봉사자가 가꾸는 무궁화동산’에는 230여 품종의 무궁화 1500여 그루가 가득하다. 배달 백단심 홍단심 일편단심 고주몽 님보라 새아침 새영광 춘향 등 이름도 낯선 무궁화꽃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곱게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한 나무에는 116가지 다른 꽃이 피었다. 무궁화연대 송병룡 이사가 접목했다고 한다. 2만여 평의 무궁화동산을 둘러본 후 국궁장 쪽으로 내려오는데 ‘제2회 무궁화축제’가 열렸다.
“작년까진 전국에 무궁화축제가 거의 없고 간혹 있어도 무궁화가 없는 곳에서 화분 갖다 놓고 축제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대로 된 동산에서 축제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 체험학습도 하고 (무궁화를) 가꾸는 과정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까요.”
무궁화연대 이춘강 회장은 역사공부를 하다 무궁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2년째 무궁화 가꾸기에 힘을 쏟고 있다. 직장일과 자원봉사를 병행하는데서 오는 피로도 무궁화를 사랑하는 그의 의지만은 꺾지 못한 듯 보였다.
10월까지 꽃을 피운다는 무궁화동산에서 집으로 가는 길. ‘꽃풍의 언덕’ 앞 다리위에서 축제장에서 나눠준 무궁화 화분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성미씨 가족을 만났다.
“물고기가 있어. 저기 봐.” 청양에서 자랐다는 김씨의 남편은 안산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족들에게 말한다. 세 식구가 다리아래를 내려다보며 정담을 나누는 그들 위로 여름이 지나간다. 지난 봄 안산시민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던 청보리밭은 메밀꽃밭으로 변해 9월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곧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는 하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루리라.
해바라기와 황화코스모스
메밀꽃밭 앞 다리를 건너 신도시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해바라기로 가득한 30·37 블럭이 눈에 들어온다. 해바라기 축제는 끝났지만 해바라기는 거기 그대로 있다. 해바라기 밭 사이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자 해바라기들이 키 자랑을 한다. 땅심이 다른지 어떤 곳은 어른 키를 넘겨 자랐는데 어떤 곳은 갓난 아이 키만 하게 자라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해바라기 밭 한 가운데 번듯하게 서 있는 원두막이 보이자 참외서리하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쫓겨 달아나던 기억이 시간의 벽을 뚫고 섬광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원두막과 추억 속에서 해를 좇아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 사진을 찍다 고잔 역 뒤편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로 변으로 옮겨갔다.
고잔역부터 중앙역까지 약 2km에 걸쳐 해바라기 밭이 펼쳐져 있다. 중앙역보단 고잔역에서 해바라기 구경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해바라기는 저마다 또 하나의 해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토피어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연인을 찍고, 가족을 찍고, 사랑을 찍고, 추억을 찍는다. 동물과 어린아이 모양의 토피어리, 추억의 협궤열차, 나비와 손수레 등이 해바라기 사진의 배경을 만들지만 그들이 찍는 것은 태양을 닮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다.
“사진 사이트에서 (개화시기를)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협궤열차도 있고 꽃도 좋고…, 좋네요.”
혼자 해바라기를 찍으러 온 김낙용씨. 서울 창동에서 지하철로 고잔역까지 왔다고. 카메라를 들고 해바라기밭 사이를 걸어오는 모습이 멜로영화 주인공 같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노들길을 건너 중앙역 쪽으로 이동한다. 그들을 좇아 시가지와 철로 사이에 있는 공해방지용 나무언덕 위로 올랐다. 언덕에는 이국적인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도열해 있고 아직 어린 단풍나무, 소나무가 연이어 늘어섰다. 나무사이로 바람이 시원하다. 작은 돗자리를 준비해 간간이 지나가는 전철소리를 들으며 해질녘 해바라기 밭에 잠시 쉬었다 가도 좋겠다. 잠자리와 나비, 벌이 나는 풍경 위로 지는 해가 던져주는 붉은 빛이 노란 해바라기 꽃에 머문다. 그 모습에 누구나 잠시 삶의 허리띠를 풀고 영혼을 일깨우는 시인이 될 듯.
대부북동 구봉도 입구에도 황화코스모스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니 다음 주에는 그곳에도 다녀와야겠다.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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