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에 부귀계(富貴鷄)라는 닭요리가 있다. 이름을 ‘부귀’ 라고 역설적으로 붙였지만 일상에서는 ‘거지닭’(치까이지, 혹은 자오화즈지)요리로 통한다. 그러나 그 맛이 담백하고 요리방법이 특이하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왔다. 우리나라의 ‘황토 진흙구이’와 비슷한 닭요리다. 옛날 중국 강남지방의 소흥주로 유명한 소흥근처에 걸인들이 인근마을의 닭서리를 하여 털을 뽑고 황토진흙을 발라 어느 곳에 파묻어 두었다가 한 마리씩 꺼내 구워먹었다고 한다. 황토를 발라 놓으면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 주위의 눈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중국 요리들이 그렇듯이 부귀닭 요리의 유래에도 황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날 심복들과 함께 암행중인 건륭황제는 밤이 너무 늦어 숙소를 찾지 못해 야외에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잠자기 전에 한 곳에 모닥불을 피워 놓았다. 모두들 불 주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난데없이 고소한 닭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하였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출출한 일행에게는 참을 수 없는 냄새였다. 한참 만에 그 맛있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더니 뜻밖에 모닥불 아래에서 나오고 있었다. 황제의 심복들은 곧바로 그곳을 파 보았다. 황토흙에 싸여 있는 닭이 모닥불에 익혀지고 있었다. 황제일행은 질그릇처럼 구워진 황토를 깨내고 그 속의 닭고기를 뜯어 야식으로 맛있게 포식을 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후 이 요리가 알려져 지금도 통닭에 황토흙을 발라두었다가 구워내어 딱딱하게 구워진 황토를 깨고 김이 무럭무럭나는 하얗게 익은 살이 나온다. 중국 요리집에서는 중국말로 거지라는 뜻의 叫花子(자오화즈)에다 닭이라는 의미의 계(鷄)자를 붙여 자오화즈지(叫花鷄)라고 부르기도 하고, 거지란 뜻의 다른 단어인 치까이(乞?) 에 닭이라는 의미의 지(鷄)를 붙여 ‘치까이지’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발전하여 거지가 먹던 닭을 부귀한 사람(황제일행)이 먹었던 닭이라는 뜻으로 부귀계(富貴鷄)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 닭을 먹으면 부귀해 진다는 소망의 뜻도 있다고 한다.
모양은 우리나라의 진흙구이와 비슷하지만 요즘 중국에서는 이 부귀계가 상당한 고급음식으로 변모하여 특별히 토종닭(土鷄)을 선별하여 만든다. 닭고기를 내장을 빼 내 깨끗이 씻어서 갖가지 향신료로 주물러 양념을 한 뒤 닭의 뱃속에 갖가지 야채들과 새우, 죽순, 버섯 등을 넣고 다시 배를 잘 감싼 뒤 껍질에 기름을 바르고 월계수 잎 혹은 연잎으로 닭을 몇 겹으로 감싸준다. 그다음에서야 진흙을 몇 겹으로 발라 다시 몇 시간 동안을 정성을 들여 굽는다. 먹을 때는 조그마한 망치로 황토를 깨고 먹는다. 닭고기에 온갖 향신료와 야채와 버섯의 향이 듬뿍 배어 있는데다 닭을 감싼 잎과 황토가 닭을 간접적으로 은근히 익혀서 망치로 두들겨서 황토를 깨고 연잎을 벌려서 닭을 드러내면 그 향이 진동을 한다. 닭의 뼈와 살이 분리되고 바삭바삭하면서 느끼하지 않은 맛이 정말 일품이다. 맛도 좋지만 영양이 뛰어나 보신식품으로 인기다 높다. 서호의 경치로 유명한 항저우 지역 특산 요리로 이름 높다.
이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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