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극복 땀방울, 농토를 적신다

자원봉사부터 양어장 물 나눠주기까지 … 정부 1000억원 추가지원

지역내일 2001-06-11 (수정 2001-06-11 오후 3:56:20)
9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민·관·군의 노력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민과 기업들은 본업을 잠시 미뤄놓은채 논밭 물대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정부는 특별예산지원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군 장병들도 농민들의 시름 씻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IMF 극복 당시 세계를 감동시켰던 한민족의 끈끈한 단합이 다시한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기업 자원봉사 봇물= “농촌의 어려움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의 주름살이고 고통입니다.” 10일 가뭄으로 매말라버린 전국의 농촌에는 생계를 잠시 미뤄둔 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직원 10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40여명은 이날 급수차 3대를 동원해 경기도 파주시 일대 논밭에 물대기 작업을 벌였으며, 농협경북지역본부 농기구 서비스센터 직원 20여명은 무상수리 봉사에 나섰다.
충남 서산시 박찬교씨(62)는 자신의 양어장 2㏊의 물을 인근 1만2000여평의 논밭에 나눠줘 숯가마가 된 농민들의 가슴을 적시기도 했다. 박씨는 “이웃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은 인지상정일 뿐”이라며 선행을 애써 감추려 했다.
경기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농촌돕기도 이어졌다. 경북 안동레미콘 주식회사는 지난 7일부터 20여대의 레미콘차량을 동원, 낙동강의 물을 길어 가뭄에 애태우던 안동시 녹전면과 예안면, 월향면 일대 농민들의 시름을 덜었다.
충북 음성군 동부전자는 회사 소유의 용수관로를 물대기 작업에 기꺼이 할애했다.
지난달 12일부터 하루 4000톤의 물을 인근 논에 지원해 모내기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한 것. 동부전자는 최근까지 물대기를 계속해 음성군 농민들은 ‘최악의 가뭄’을 잊은 모습이다. 음성군 농민 김 모씨(65)는 “천재가 닥쳤지만 이웃 기업 덕분에 어렵잖게 이를 극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행정·군당국 총력 지원= 지방자치단체들은 모든 인력과 예산을 총동원해 가뭄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경북 안동시는 예비비 2억원을 투입해 굴착기 73대를 동원, 소형관정 146개소와 하천 474개소를 굴착하는등 물찾기에 나섰다.
시는 이와함께 주민들과 공무원이 참여한 가운데 밤을 지새가며 ‘횃불 작업’까지 벌여 인근 40㏊의 논밭에 물을 댔다.
충북도는 오는 13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던 제40회 도민체전을 다음달로 연기했으며 충북도 공무원 교육원도 일체의 교육을 무기한 미루고 당분간 가뭄 대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장병들도 메마른 논에 발을 담그고 농촌살리기에 나섰다. 육군 전진부대 장병 100여명은 지난주부터 파주시 민통선 일대 논에 물길내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병들은 굴착기등 중장비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곡괭이와 삽 등을 직접 들고 나서 무려 길이 500m인 물길을 만들어 인근 1만여평의 논에 물을 공급했다.

◇정부 예산·인력 총동원= 정부는 10일 긴급당정회의를 통해 가뭄대책비로 책정된 1500여억원과 예비비 1000여억원을 조만간 가뭄에 시달리는 농촌지역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또 향토예비군과 공공근로인력, 민방위대등 가용인력을 농촌에 집중배치하고 오는 30일까지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에는 추가예산 지원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감사원은 가뭄극복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가뭄 대책 유관기관과 가뭄피해지역에 대한 감사를 무기한 연기키로 했으며, 환경부는 전국 89개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하루 194만t의 물을 농업용수로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엄경용 기자 전국종합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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