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지났지만 경축일이 기쁜 마음이 아니었다. 온 나라 안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건국 60년’이라는 구호에 당혹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15일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우리 겨레가 나라를 되찾은 날이다. 1945년 8월15일엔 남한도 북한도 없었고 오직 해방된 한민족만 있었다. 그 뒤에 국토가 갈리고 두 정부가 들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광복절이 남과 북에서 두루 경축하는 날로 남아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광복절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의 주춧돌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통합보다는 분열의 양상이, 그것도 남·북 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엔 야당들이 불참했다. 거리와 광장에선 ‘광복절’을 기념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행사와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우익단체들의 행사가 따로 열렸다. 행사 내용과 외치는 구호만 보면, 같은 국경일을 경축하는 행사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통합의 상징이 어느덧 분열의 씨앗이 돼 버린 격이다.
이 나라 광복을 위해 투신했던 광복회 회원들을 찾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위홍걸(77, 사직동) - 기가 막힌다. 나라가 없다가 새로 생긴 것이 건국이다. 어떻게 이 나라가 생긴지 60년이란 말인가. 반년의 유구한 역사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가. 1948년 8월15일의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에서 이승만은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건국이 아니었다. 이는 1919년 3월1일의 독립선언에 정통성을 부여한 것이고 4월23일 임시정부 수립까지를 이 나라 건국에 포함시킨 것이다.
우리 유구한 역사를 무시하고 왜곡하는 신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의 음모다. 건국이 결코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결코 신생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신생 국가로 건국60년을 받아들인다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고, 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도 없으며 독립운동도 없어져 물론 광복도 없다.
♠ 김희종(74, 신안동) -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상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행위다. 내 조부님께서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갖은 고통을 당하고 피를 흘리셨다. 조부님이 이 나라 광복을 위해 받은 고통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건국60년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렇게 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이 식민지 때는 일본 사람이고 미군정 하에서는 미국사람이지 않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유구한 반만년 역사를 이어받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정신을 이어받아…’는 단지 헌법에 써져 있는 글씨일 뿐인가. 기분이 묘하다. 8·15이전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다.
♠ 문대식(65, 월곡동)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려는 창업, 조선은 개국이었다. 건국이란 표현은 이 나라에서 위헌이다. 헌법 전문에 명기된 ‘대한민국은 유규한 반만년의 역사…란 표현과 3·1운동과 임시정부 정신을 이어받아…’란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10년~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역사는 일본의 역사며 우리국민 역시 일본인이다. 그런 의미라면 독도는 이미 우리 땅이 아니다는 해석이 된다. 1945~48년 미군정하 역시 우리 국민은 미국이 되지 않은가. 1910년 이전 역사는 미문명이며 몰역사다. 45년 8월15일 이승만 정부수립에는 분명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이라 명한 것은 1919년 3·1 독립선언과 4월23일 임시정부 수립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축사 마지막에는 분명 ‘대한민국 30년. 1948년 8월15일. 대통령 이승만’ 이었다.
극우세력이 지칭한 건국60년은 우리나라를 신생독립국가로 말한 것으로 그런 맥락으로 보면 독도는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통일 문제 역시 같은 민족으로 공유하는 공통 역사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져 통일 자체가 아예 필요가 없어지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 조성민(87, 상무동, 광복회지부장) - 한국 역사가 60년이라는 말을 있을 수 없다. 역사, 학술 연구회 14개 단체도 건국이라는 표현을 반대했다. ‘광복63년. 정부수립 60년’으로 구호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으나 의사반영이 전혀 안된 채 행사는 진행되었다.
우선 뉴라이트(NEW-RIGHT)라는 단체는 신우익 단체다. 기존 우익(수구보수)세력의 한계를 넘어 사상과 이론, 인물과 조직을 새로이 재정비해 등장한 우익(수구보수)세력의 사회정치적 운동에 대해 수구언론이 붙여준 명칭으로 보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움직임을 보면 그 주체에는 뉴라이트 학자들이 있다. 건국절이 언론에 처음(제가 알기로는) 나온 때는 2003년 MBC 100분 토론에서 서울대 이영훈이라는 교수가 건국절이라는 말을 꺼냈다. 건국절로 개명 하자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나왔었고, 최근 뉴라이트의 이념적인 지원을 받은 이명박 정권이 또 한 번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김좌진이 체제를 부정한 악질테러분자’로, 일제시대의 종군위안부 ‘자발적인 경제단체나 성매매업자’, 임시정부와 백범김구선생이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한 대한민국의 건국공헌이 전혀 없는 빈 라덴 같은 인물’로 재해석하는 뉴라이트 편찬 교과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건국절 운운 하고 일본 자위대창설 50주년 기념식에 떳떳하게 참석하는 18대 국회의 한나라당을 상기해야 한다.
문의 : 062-263-4294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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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우리 겨레가 나라를 되찾은 날이다. 1945년 8월15일엔 남한도 북한도 없었고 오직 해방된 한민족만 있었다. 그 뒤에 국토가 갈리고 두 정부가 들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광복절이 남과 북에서 두루 경축하는 날로 남아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광복절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의 주춧돌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통합보다는 분열의 양상이, 그것도 남·북 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엔 야당들이 불참했다. 거리와 광장에선 ‘광복절’을 기념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행사와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우익단체들의 행사가 따로 열렸다. 행사 내용과 외치는 구호만 보면, 같은 국경일을 경축하는 행사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통합의 상징이 어느덧 분열의 씨앗이 돼 버린 격이다.
이 나라 광복을 위해 투신했던 광복회 회원들을 찾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위홍걸(77, 사직동) - 기가 막힌다. 나라가 없다가 새로 생긴 것이 건국이다. 어떻게 이 나라가 생긴지 60년이란 말인가. 반년의 유구한 역사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가. 1948년 8월15일의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에서 이승만은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건국이 아니었다. 이는 1919년 3월1일의 독립선언에 정통성을 부여한 것이고 4월23일 임시정부 수립까지를 이 나라 건국에 포함시킨 것이다.
우리 유구한 역사를 무시하고 왜곡하는 신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의 음모다. 건국이 결코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결코 신생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신생 국가로 건국60년을 받아들인다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고, 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도 없으며 독립운동도 없어져 물론 광복도 없다.
♠ 김희종(74, 신안동) -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상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행위다. 내 조부님께서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갖은 고통을 당하고 피를 흘리셨다. 조부님이 이 나라 광복을 위해 받은 고통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건국60년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렇게 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이 식민지 때는 일본 사람이고 미군정 하에서는 미국사람이지 않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유구한 반만년 역사를 이어받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정신을 이어받아…’는 단지 헌법에 써져 있는 글씨일 뿐인가. 기분이 묘하다. 8·15이전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다.
♠ 문대식(65, 월곡동)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려는 창업, 조선은 개국이었다. 건국이란 표현은 이 나라에서 위헌이다. 헌법 전문에 명기된 ‘대한민국은 유규한 반만년의 역사…란 표현과 3·1운동과 임시정부 정신을 이어받아…’란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10년~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역사는 일본의 역사며 우리국민 역시 일본인이다. 그런 의미라면 독도는 이미 우리 땅이 아니다는 해석이 된다. 1945~48년 미군정하 역시 우리 국민은 미국이 되지 않은가. 1910년 이전 역사는 미문명이며 몰역사다. 45년 8월15일 이승만 정부수립에는 분명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이라 명한 것은 1919년 3·1 독립선언과 4월23일 임시정부 수립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축사 마지막에는 분명 ‘대한민국 30년. 1948년 8월15일. 대통령 이승만’ 이었다.
극우세력이 지칭한 건국60년은 우리나라를 신생독립국가로 말한 것으로 그런 맥락으로 보면 독도는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통일 문제 역시 같은 민족으로 공유하는 공통 역사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져 통일 자체가 아예 필요가 없어지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 조성민(87, 상무동, 광복회지부장) - 한국 역사가 60년이라는 말을 있을 수 없다. 역사, 학술 연구회 14개 단체도 건국이라는 표현을 반대했다. ‘광복63년. 정부수립 60년’으로 구호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으나 의사반영이 전혀 안된 채 행사는 진행되었다.
우선 뉴라이트(NEW-RIGHT)라는 단체는 신우익 단체다. 기존 우익(수구보수)세력의 한계를 넘어 사상과 이론, 인물과 조직을 새로이 재정비해 등장한 우익(수구보수)세력의 사회정치적 운동에 대해 수구언론이 붙여준 명칭으로 보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움직임을 보면 그 주체에는 뉴라이트 학자들이 있다. 건국절이 언론에 처음(제가 알기로는) 나온 때는 2003년 MBC 100분 토론에서 서울대 이영훈이라는 교수가 건국절이라는 말을 꺼냈다. 건국절로 개명 하자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나왔었고, 최근 뉴라이트의 이념적인 지원을 받은 이명박 정권이 또 한 번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김좌진이 체제를 부정한 악질테러분자’로, 일제시대의 종군위안부 ‘자발적인 경제단체나 성매매업자’, 임시정부와 백범김구선생이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한 대한민국의 건국공헌이 전혀 없는 빈 라덴 같은 인물’로 재해석하는 뉴라이트 편찬 교과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건국절 운운 하고 일본 자위대창설 50주년 기념식에 떳떳하게 참석하는 18대 국회의 한나라당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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