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 살릴 길을 찾아라

권한이양하고 조세 예산배정방식 개선해야

지역내일 2001-05-31 (수정 2001-05-31 오전 8:57:28)
보험사에 근무하던 직장인 A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지방에서 7년정도를 근무했다. 그러나
다니던 회사가 퇴출돼 다른 보험사에 인수되자 최근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옮겨왔다. 그동안 쌓아온 인
맥 등 모든 기득권을 송두리째 포기해야했다. 20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융자금을 갚고 남은 돈 3천여
만원으로는 서울의 변두리 전세도 구하기가 힘들었다. A씨는 재건축을 앞둔 빌라를 하나 얻기는 했지
만 20년 가까이 된 빌라는 너무 낡아 처음에는 들어가 살 엄두가 나지않을 정도였다.수도권 집중은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안좋은 일이라며 지방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그는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
면서 지방산업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A씨처럼 외환위기이후 수도권으로의 피난 인구는 점차 늘고 있다. 통계청의 1분기 인구이동집계결과
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순유입인구는 4만8000명으로 9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경기침체
가 심한 지역으로부터 수도권으로의 유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방경제를 떠받쳐온 건설 유통업 등 주축 산업들이 무너진 결과다. 한때 서울에서도 명성을 날리던
대구의 청구 보성 우방 등 빅3가 차례로 무너져 지방건설업은 기반이 무너졌고 광주 부산 경남 전남
등지의 유통상권도 외지업체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지난 4월 수출역시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의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 오히려 심화=남한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비중은 46.3%에 달한다.90년
42.8%보다 높아졌다. 제조업 부가가치는 40.6%에서 41.6%로
높아졌다. 남한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이 은행예금 대출의 65%, 대기업 본사의 88%, 공공기관의
84% 대학연구기관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한나라당 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가 잇슈로 부상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이해봉 대구시지부위원장은 이회창 총재에게 지역문제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지역균형발전법 제정,수도권 공장 총량제 유지 등의 현안에 당이 분명한 입장을 밝
히라”며 “당에서 검토중인 지역균형발전법은 지역간 이해관계를 떠나 조기당론화 해야하며 수도
권 과밀해소와 분산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등의 움직임에 적극 대처하
라”고 촉구했다.
지방의 민심을 정치권이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녹여내지못할 경우 지방 산업의 위기는 수도권과 비
수도권이라는 새로운 지역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들의 지역균형발전법 제정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영호남 등 8개 지자
체는 지역균형발전법 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나섰지만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반발
하는 형국이다.
◇지방산업 무너지는 이유 ... 권한이양 안된 때문 =지역의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수도권 집중의
가장 큰 원인은 권한 이양문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떠들고있지만 경제관련 중앙기관의 조직
과 예산은 갈수록 커졌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교통요금문제 등만 지방에 이양한 채 권한과 예산이
따르는 경제 노동 환경 등의 문제는 여전히 중앙이 쥐고 있다. 중기청 환경청 노동청 등 경제 환경
노동 업무와 관련된 중앙기관의 조직과 권한은 오히려 비대해진다는 것이 지방공무원들의 반응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중소기업 노동 환경관련부서가 있지만 중앙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강화돼 이중삼중
의 비효율만 커지고 있다. 가짓수만 늘어난 중소기업자금지원제도나 IMF이후 생겨난 소상공인 지원제
도 등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담당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도 중앙정부 산하 기관들이 중복적으로
다뤄 오히려 중소기업인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이런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할 경우 지방공무원을 더 뽑을 수
있고 실제 지원도 효율화될 수 있지만 자꾸 중앙기관만 비대해지다보니 사람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지방대로 되지않는다”며 제도개선차원의 접근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
다.
◇조세와 예산배정방식=권한이양과 함께 지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조세와 예산배
정의 방식문제다.
김상훈 대구시 중소기업과장은"외국기업 하나 유치하기위해 자치단체가 들이는 공은 엄청나지만 막
상 유치효과는 고용을 늘리는 것외에는 큰 득이 없다"고 말했다. 세수의 80%가 법인세 등 국세인반면
자치단체에 떨어지는 수입은 20%에 불과하기때문이다. 조세체제를 개편해 지방세를 획기적으로 늘리
지않는 한 지방산업 발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안그래도 빠듯한 예산에 지방재정에 도움이 안
되는 외국기업유치나 수도권 공장의 유치가 장려될 수없다.
◇경제수도가 지방인 선 후진국=산업권한과 예산 재정의 지방이양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보장된다
면 지역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연구원은 “대구 섬유 부산의 신발 등 전통제조업의 재무장,광주 광산업 대
구 부산 등지의 컨벤션시설 순창의 녹색관광 게임 영화산업 등은 지방이 도약할 수 있는 싹”이라고
말했다.
대구상의 조사부 임경호 부장은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까지도 행정수도외에 경제수도 금융 문화 관
광의 수도가 따로 발전하고 실제로 자리를 잡아가고있지만 유독 우리만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오사까 중국의 상해 이탈리아의 밀라노 등 선진국 뿐아니라 베트남 브라질 등도 정치
수도와 경제중심지가 구분된다”며 “경제 문화의 제2 제 3의 수도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변변한 대기업 공장 하나 갖지못해 자식들의 실업을 걱정하는 지방민들은 이제는 접근이 달라야한다
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정부관계자나 정치권 인사들이 내려와 특정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을 약속하는 식으로는 지방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닫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
한이양, 조세체계와 예산배정의 개선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라야만 경제의 수도가 따로 발
전할 수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또다른 지역감정이나 갈등이 고착화되고 또다시 당리당략적인 차원으로 이어
져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태롭게 하기전에 정부와 정치 경제권이 대책을 세워야할 때다. 그 작업이 천
연될수록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민의 체념과 분노는 커지고 국민통합과 국가경쟁력의 확보는 요원
해질 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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