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인협회 부회장 이명수시인

다섯 번째 시집 ‘울기 좋은 곳을 안다’

지역내일 2008-08-14
울 만한 곳이 없어 울어보지 못한 적이 있나 /울음도 나이테처럼 포개져 몸의 결이 되지/달빛 젖은 몸이 목숨을 빨아 당겨 /관능으로 가득 부풀어 오르면 /그녀는 감춰둔 울음의 성지를 순례하지 /징개맹개 외배미들은 아시겠지 /망해사 관음전에 마음 놓고 앉았다가 /바다 끝이 뻘밭 지평선에 맞닿을 때 /심포항 끼고 바삐 돌아 화포포구로 가지 /갈대는 태어날 때부터 늙어 버려 이미 바람이고 /노을이고 눈물이지 /갯고랑이 물길을 여는 나문재 소금밭으로 가 봐 /갯지렁이 몸을 밀면서 기어간 뻘밭의 자국들 /그것이 고통스런 시 쓰기의 흔적처럼 남아 있을 때 /뒤돌아 봐, 울음이 절로 날 거야......

이명수(63)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에 실린 ‘울기 좋은 곳을 안다’(종려나무 출판사)라는 詩의 앞부분이다. 울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가끔 몸속의 눈물이 출구를 찾아 역류할 때 가 보고 싶어질 것 같은 장소. 시인은 그 장소를 안다고 말하고 있다. 울기 좋은 곳을 찾아 매일 매일 배낭을 꾸리던 시인이 독자들에게 내어준 시집 한권. 젊음의 뒤안길을 걷고 있는 이명수 시인이 독자들에게 건네준 생의 지도는 아니었을까.
‘울기 좋은 곳을 안다’라는 제목만 보면 눈물과 슬픔만이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손수건까지 준비한 독자의 뒤통수를 향해 기분 좋은 뿅망치를 날린다. 슬픔과 눈물로 가득 찬 독자들을 위해 시인이 준비한 것은 해학과 웃음이다. 결국 시인이 찾은 울기 좋은 곳은 슬픔과 눈물까지도 해학과 웃음으로 발효시킨 장소가 아니었을까.
“이명수의 시에는 깊은 명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철학적 단상들은 그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큰 부담 없이 읽히고 감동을 준다....... 삶의 존재론적 지평을 뛰어넘고자 하는 시인의 예지가 잘 함축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울기 좋은 곳을 안다’ 표지에 실린 오세영 시인의 글이다. 이 시집 속에는 시인이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이 숨어 있다. 그것은 시인이 시상을 얻은 풍경들로 詩가 태어난 자리이며, 詩의 탯줄을 끊어낸 배꼽의 흔적들이다. 항상 사진기를 들고 여행하는 이명수 시인은 시로 쓰기 어려운 것은 사진에 담고, 사진에 담기 어려운 것은 시로 썼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TJB 테마기행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충청도 지역 역사의 현장을 돌며 쓴 시들도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 ‘울기 좋은 곳을 안다’에 실린 시들은 잉크로 쓴 시가 아니다. 시인이 직접 길 위에서 발과 몸으로 쓴 시들로 엮여있다. 시집 속에는 54편의 시와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20장이 함께 실려 있다.
이명수 시인은 “형식과 내용, 사실과 추상, 보이는 사실과 느껴지는 감정은 양극의 대립이라기보다 조화로운 긴장으로 시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며 “사실이 보여주는 진실과 감정이 보여주는 진실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긴장 속에 함께 조화롭게 녹여내야 할 하나의 화두”라고 시론에서 적고 있다.

문의 : 544-9333

조용숙리포터 whd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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