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알기 (1) 방언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

지역내일 2008-08-10
“저 일을 우야꼬, 옷을 만다꼬 그리 배맀노? 퍼뜩 사분 가 온나.”
“…….”
복산동에 사는 최필남(84) 노인이 서울에 살다가 잠깐 다니러 온 손자와의 대화이다. 최 노인의 사투리가 워낙 심하다보니 손자는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다.
어찌 이 뿐이겠는가. 울산은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많아 처음 울산에 와서는 말투가 거칠고 억양이 세서 토박이들과의 대화가 힘들었다는 얘기다.
중간제목 : 울산방언의 형성
울산방언은 신라 때 현재 범서읍 굴화, 웅촌, 사아북, 두동, 언양, 서생, 개운동, 강동, 온양 등의 촌락에서 쓴 옛말이 어울려 형성됐다. 이러한 옛 방언이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오늘의 울산방언으로 형성된 것.
그러나 방언은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웃 방언이 끼어들어온 말도 있고 닮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울산은 딴 고장과는 달리 1950년대 이후에 다양한 변화와 급격한 발전을 했다. 6·25 때는 피난민의 집결지로서 피난민이 쓰는 생소한 표준말과 공통말을 접하게 되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단지가 설립됨에 따라 전입주민의 증가로 말미암아 토박이 방언이 전입주민의 표준말과 공통말에 밀려나 한두 낱말씩 사라져가고 있다.
중간제목 : 울산방언의 특징
보통 경상도 방언을 무뚝뚝하다고 한다. 울산 방언도 그 범주에 든다. 세련되지 않은 투박하기는 하지만, 말씨가 꾸밈이 없고 소박하여 믿음직한 어감과 은근한 여운이 있다.
사례. 소리짜임이 빈약하다.
표준말의 소리짜임은 홀소리21, 닿소리19로 모두 40개의 낱소리이지만 방언의 경우는 홀소리 10, 닿소리 18로 모두 28개의 낱소리다. 곧 표준낱소리 가운데 홀소리 11, 닿소리 1로 모두 12개의 낱소리가 방언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ㅡ ㅔ ㅚ ㅢ ㅐ ㅖ ㅘ ㅙ ㅝ ㅟ ㅆ
사례. 소리바꿈 현상이 두드러진다.
뺨→빰, 성냥→성낭, 저녁→저넉, 효험있다→소엄잇다, 흉내다→숭내다, 흉악하다→수악하다
사례. 소리줄임 현상이 나타난다.
홀소리의 경우 같은소리줄임, 사잇소리되기, 고룸소리줄임이 있고 닿소리의 경우는 첫닿소리줄임 등이 있다.
그을음→꺼럼, 종이→조, 놓으니→노이, 가을→갈, 목욕→모욕, 병신→병시이, 주머니→주미, 원숭이→원시
사례. 더한소리 현상도 있다.
가마→가매, 허파→허패, 가깝다→개작다, 간다→간대이, 나중→난중, 이제→인자, 뱀→배미, 사발→사바리
사례. 높낮이 가락의 소리가락말이다.
울산방언은 다른 지방보다도 속도가 빠르다. 방언의 높낮이가락이 공통말의 길이가락을 닮아 높은가락이 짧은소리로, 가운데가락이 예사소리로, 낮은가락이 긴소리로 다루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렇지만 높낮이말의 기복으로 말소리가 시끄럽고 무뚝뚝하다.
사례. 준말되기 현상이 심하다.
내일→낼, 그 아이→가, 이 아이→야, 저 아이→자, 그리하다→거라다, 무엇이라고 하다→머라커다
사례. 파생어의 같은 뜻말이 많다.
만당(꼭대기)→만대이, 만디이, 몬당, 몬당, 몬다이, 몬대이, 몬디이
가작다(가깝다)→개작다, 가잡다, 개잡다, 가찹다, 개찹다, 가죽다, 개죽다
조굼(조금)→조곰, 쪼꼼, 쪼깨, 좀, 쫌
매꾸로(처럼)→매치로, 매터로, 맨꾸로, 맨치로, 매로
사례. 속된 말하기버릇이 있다.
눈→눈까리, 머리→대가리, 봉지→봉다리, 껍질→껍때기, 가짜→가짜배기, 목→모가지, 마구 부수다→쌔리 뿌우다, 주워 먹다→자아 묵다
사례. 옛말의 자취를 가진 말이 많다.
광→고방, 버리→벌, 만들다→맹걸다, 졸다→자불다, 이야기→이바구, 가위→가시개, 그으름→꺼시럼
자료참조 ‘울산광역시사’, ‘울산방언’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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