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민주당 위치변화로 정치력 시험대 올라

정책 대폭손질 불가피할 듯

지역내일 2001-05-28 (수정 2001-05-28 오후 3:33:45)
미상원이 여소야대로 바뀌기 직전 20년만의 최대 규모인 부시 감세안이 의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그러나 미 상원의 여소야대 전환으로 부시 대통령은 정책의 우선 순위와 내용이 대폭 손질될 위기에
처함으로써 정치력 테스트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여소야대 전야 ‘마지막 선물’=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버몬트주)의 공화당 탈당선언후
다음달 5일 재개되는 미국 상원에서의 여소야대 정국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최우선적
으로 내세운 자이언트 세금감면안의 의회 최종승인이라는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1조3500억달러 규모의 이번 세금감면안은 지난 81년 레이건 시절이후 최대규모로 지난 26일
상하원에서 최종 승인됐으며 28일 부시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감세규모 1조6000억원보다는 22%가 삭감된 것이지만 소득세 일괄감면, 차일드 택스
크레딧의 2배확대, 부동산상속세의 단계적 폐지 등 핵심내용은 그대로 유지된채 하원에서는
240대 154, 상원에서는 58대 33으로 최종 가결됐다.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부시 대통령은 “이번 감세안은 레이건 시절
이래 20년만에 시행되는 가장 실질적이고도 공평한 감세안”이라며 “국민생활과 미국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 승리를 자축했다.
부시 감세안의 의회통과로 우선 미국의 모든 납세자들은 올여름 이른바 감세보너스를 받게된다. 미
재무부는 2000년 세금보고를 한 9500만 납세자들에게 7월 셋째주부터 늦어도 10월초까지 이른바
감세보너스로 개인은 300달러, 편부모는 500달러, 결혼한 부부는 600달러씩을 수표로 보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 정책 우선순위·방향 일대변화=민주당이 지난 94년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 5일부터
상원 다수당의 자리를 차지, 17개상임위와 3개특별위, 본회의의 주도권을 쥐게되면 부시의
핵심정책에 강한 제동이 걸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더이상 감세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등 그동안 논란이 돼온 에너지정책과 미
사일방어망 계획 등 외교안보정책을 비롯,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책구상을 뒷전으로 미루는 반
면 그동안 힘에 밀려 꺼내지 못했던 헬스케어(보건의료) 등 민주당 우선순위정책을 밀어부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대북포용정책 등 온건·협상외교를 강조해온 민주당이 상원의 외교와 군사위원회를 주도하게
되면 대북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부시 대통령의 핵심적인 외교안보정책인 미사일방어
망과 강성외교에 즉각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또 상원에서 대북 강경분위기를 주도해온 공화당의 강성매파의원들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클
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을 지지해온 민주당 의원들로 교체, 부시행정부의 강성외교, 즉 채찍을 든 대
북대화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신 헬스케어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시 에너지정책도 알래스카 석유탐사
등 증산보다는 에너지 절약,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는 태세다. 민주당은 다음달 5일
상원이 속개 되는대로 부시 대통령의 또다른 핵심개혁과제인 교육개혁에 대해 학교시설개선에 초점
을 맞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민주·매사추세츠·교육 헬스케어 노동력위원장 내정자)의 민주당안
을 가미해 처리할 방침임을 천명한 상태다.

◇부시,민주당 모두 정치력 테스트=부시 대통령은 상원의 여소야대 전환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
고수’를 외치고 있지만 진정한 타협에 나서야 핵심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백악관과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데다 상원의 의석차이도 1석에 불과,
자당의 우선순위 정책을 관철시키는데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부시대통령과 민주당은 ‘당파정치의 회귀’인지 ‘실질적인 초당적 협력정치의 복원’인
지를 가름할 기로에 서있는 것으로 워싱턴 정치권은 관측하고 있다.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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