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빠르면 오는 2002년 도입키로 한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 불평등에 따른 위화감 조성 등을 우려, 제도 도입에 반대하
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최근 전교조(위원장 이부영)가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ktu.or.kr) 상에서 자립
형 사립고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9백1명 중 '반대한다'는 응답이
무려 81%인 7백29명에 달했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16%인 1백48명에 불과해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반대의견이 높은 것은 일선 교사들이 자립형 사립고가 상류층 자녀를 위한 귀족학교
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크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이 제도의 성격상 교실붕괴, 교원의 사기 저하, 고액과외 문제 등 산적한 교육계 현안
의 유일한 치유책으로 거론되는 공교육 정상화에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는 점도 교사들의 반
감을 사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자립형 사립고 제도는 일부 재력가 자녀들을 열악한 공교육에서 화
려한 사교육의 영역으로 분리시키려는 제도에 불과하다"며 "일류대학 위주의 입시교육 현실
에서 자립형 사립고는 일류대 진학을 위한 입시 명문고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참교육학부모회(회장 윤지희)도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그동안 어렵게 유지해 온 고교 평준
화 정책을 포기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는 낳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
다.
특히 이 단체의 학부모들은 자립형 사립고가 학습자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충적시켜 준다
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나라와 같은 교육현실에서는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다
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인옥 사무처장은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서 중학생에
게조차 과중한 입시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몇몇 소수를 위한 학교를 만들기
보다는 평범한 국민을 위한 교육투자와 교육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교육자치지원국의 한 관계자는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고교
평준화 정책의 기본 골격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일용 기자 shiniy@naeil.com
※ 자립형 사립고 제도란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학교를 경영할 능력이 있는 사립고에 교원자격, 교과서 사용, 학생선
발권, 등록금 책정권,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등을 자체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
는 제도이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이 제도를 빠르면 2003년경에 도입할 예정임을 밝혔으나 최근 대통령자
문 새교위가 2002년으로 앞당겨 도입할 것을 건의해 세간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교육개혁위원회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백지화되고 지난
해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에도 포함됐다가 고교 평준화 정책에 위배된다는 반대 여론 때
문에 시행이 유보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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