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381-단군이래 처음 경험하는 국제 이민자들

김은규 신부(고양 성공회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 성공회대 교수)

지역내일 2001-04-28

역사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단군이래 외세로부터 976번의 크고 작은 침략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중국 몽고 일본 등으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부터 현대사에서는 일본이 36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군인 행정가 교사 등의 일본인들과 함께 살아야만 했다.

이와는 달리 지난 90년 이후 우리나라에는 주로 3D 업종(더럽고 힘들고 위험한)에 4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27만명의 외국인들이 들어와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

이것은 단군 이래 외세로부터 침략을 당하지 않고 경험하는 최초의 국제화다. 물론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이민이나 유학을 떠나서 국제화의 경험을 했지만, 우리나라 안에서 경험하는 것은 처음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이 낯설기만 하다. 피부색 문화 종교 등의 차이들이 이들에게 거부감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무관심하게 지내는 것이 사실이다.

고양지역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을 보면 길게는 벌써 9년째 일하는 사람도 있고, 평균 3-6년 넘게 일하면서 한국말도 유창하게 잘하며 한국사회와 문화에 적응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일부는 한국인과 결혼도 했고, 할 예정인 사람들도 있으며, 방글라데시 사람과 몽고 사람 등 외국인들끼리 이곳에서 국제 결혼을 하는 사람도 더러 만난다.

이곳 고양시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루 10-15 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손가락 절단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가 빈번히 속출하고 있다.

영세 회사의 경영에 자금압박이 오면 제일 먼저 이들의 임금부터 체불을 시킨다. 더욱 가슴 아픈 현실은 공장 안에서 외국인들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언어 폭력과 신체적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와 상담소 실무자가 해당 회사 대표와 공장장에게 전화나 방문을 하면, "저 XX들이 게으르고 돈만 가지려 하고, 잘해주면 어깨위로 올라타고, 월급 주면 그 다음날 돈 조금 더 주는 곳으로 떠나버린다"며 "돈 벌로 온 X들이니까 이 정도는 참고 일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우디 가서 고생 안했냐"며 이구동성으로 외국인들을 몰아친다.

그러나 외국인들을 만나서 그들 입장을 들어보면 총체적으로 서로 불신 관계에 놓여 있다. "나를 소모품이나 노예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고, 제 날짜에 월급을 안주고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치료 정도로만 끝내고 보상금은 생각지도 않는다"며 "불법 신분을 이용해서 우리를 윽박지르고, 욕하고."

이들 외국인들은 길거리에 나가는 것을 극히 두려워한다. '불법' 신분 때문에 운나쁘게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한편 5년 넘게 고양지역에 있어 보았지만 공장에 있는 한국인을 빼고는 누구 한사람도 길거리나 쇼핑점에서 따뜻하게 말걸어주고 다정한 인사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인이 유독 미국인만 지나가면 일부러 말을 걸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문화사대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고양지역에만도 약 2천여명, 파주 문산에만 5000명의 외국인들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는 현실 속에서 공장 사업주는 물론이고 주민들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단군이래 처음 경험하는 국제화 시대의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먼저 보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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