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 대결보다 ‘상식과 원칙’이 중요

“풍납동 문제 주민들 편에서 최선 … 이유택 청장은 송파구민의 복”

지역내일 2001-05-12
지난 7일 한나라당 중앙당사 기획위원장실에서 맹형규 의원을 만났다. 15대 때 ‘국감 스타’로 이름을 얻었고 ,16대 국회 들어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맹형규 의원. 그는 지역 현안도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싸움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맹 의원은 “보수냐 개혁이냐 보다 상식과 원칙에 맞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애정어린 비판을 당부했다. <편집자 주="">

■ 지구당에 민원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교통신호체계, 가스, 수도 등 공공 문제가 많은데 힘 닿는대로 거의 다 해결했다.

■ 요즘 관심 있게 챙기고 있는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풍납동 토성 문제에 많이 신경썼다. 최선은 아니고 차선으로 결정 됐다. 경당은 절충선을 찾기가 참 어려웠는데 구청장이 결심을 해 300억 정도로 무난히 풀린 것 같다. 미래마을, 외환은행에도 충분한 보상이 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잠실 쪽(재건축)은 새로운 구청장 오고 나서 잘 되고 있다. 올림픽로 정비 사업이 잘 진행돼 서울의 경제적인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풍납동 경우 차선이라면 재건축 층수를 높인다거나 하는 의미인가.

지하 2m, 지상 15m로 결정이 됐다. 즉 지하1층 지상5층으로 연립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거다. 그 동안은 경제가 아주 무너져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을 때 이회창 총재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맹형규 의원은 20분 정도 긴급 회의에 참석한 후 인터뷰를 계속했다.)

■ 15대 국회에서 ‘국감스타’였고, 16대 국회에서도 언론 조명을 받고 있는데 비결이라도 있나.

정외과를 나와 경제에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제 공부를 하기 위해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있어 왔다. 잘 모른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미리미리 준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가을 국감 관련해서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부분은 에너지 분야인데 원자력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 관련해서 5년째 연차 보고서를 내고 있다. 정책 대안 중심으로 제출하는 데 국가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부에서는 ‘3김 정치 청산’을 주장하던 대권 예비 주자들이 YS나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찾아다니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데.

내년 대선도 있는데 나쁜 관계를 유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이런 정도 생각이다. 평가야 어떻든 한나라당의 총재를 지내신 분인데.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정치는 정치고 인간적인 면은 그대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

■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외교 태도나 대북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데.

정부가 미숙하다. 외교 문제는 딱 부러지게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다. 이번 NMD같은 경우 계속 진행중이고 장시간 변하는 거라 예측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강대국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딱 부러지는 입장을 표명하거나 여기 가서 이말 하고 저기 가서 다른 말하고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문제도 통일이 되더라도 올바른 통일이 되고, 그동안 지키고 가꿔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너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무조건 같이 간다는 게 아니라 냉철하게 단계를 짚어 가면서 올바른 통일을 이루어 가야 한다.

■ 얼마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헌법체제 내에서 보면 북한 주민도 넓은 의미의 우리 국민”이라고 발언했다.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흡수 통일이 되겠는가. 내가 말하는 건 정부가 법률적으로 따지기 전에 북한에 있는, 그리고 러시아, 중국 어디에 있는 동포든 그 사람들을 따스한 가슴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가장 중요시 했던 게 동독 주민들의 인권 문제였다. 근데 우리는 인권 문제를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다 무시하고 통일만 되는 게 옳은가.

■ 이미지가 좋고 참신하지만 개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사회를 개혁과 보수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상식과 원칙이냐 비상식과 무원칙이냐 이렇게 본다. 개혁을 하면서도 원칙을 지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보수라도 수구와는 달리 원칙을 지키면서 고칠 걸 고쳐 나가야 한다. 속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개혁은 보수를 수구 반동으로 보고, 보수는 개혁을 극좌로 보고 이래서는 안 된다.
국가보안법을 고치면 빨갱이 나라가 된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고, 폐지를 주장하며 반대자들을 수구 반통일 세력으로 모는 것도 모두 옳지 않다.

■ 지방자치법 개정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제로 전환하자는 법률안에 서명해 말썽이 있던 것으로 안다.

보좌관의 실수다. 그 보좌관 해임하려고 했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려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옳지 조금 잘못됐다고 옛날로 돌아가 버리면 무슨 발전이 있나.

■ 송파구청장 일행의 뉴질랜드 방문이 방송에 보도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관광성 외유라는 지탄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반대 해석도 있다.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뉴질랜드와 우리 구의 관계는 오래 됐다. 전 구청장 때부터 해마다 다니던 것이다. 카지노가 문제 됐는데 내가 자세히 알아봤다. 한인회장한테 (이유택 구청장이) 자고 있는 데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고 거기는 밤 10시가 넘으면 술 파는 데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밤늦은 시간에 기자가 구청장이 거기에 나타날 지 어떻게 알았겠느냐. 난 여기 음모가 있다고 본다. 카지노에 올 테니까 사진을 찍으라는 얘기가 있지 않았겠나.
그리고 KBS나 MBC 방송이 일개 구청장이 해외 나갈 때 따라나가는 일이 없다. 석연치 않다. 또 기초단체가 가서 70억 이상 물건을 팔고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대단한 거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청장 후보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뉴질랜드 외유 파문이 이유택 현 구청장 재공천 여부에 어떤 변수가 될 수 있나.

당선가능성을 봐야지 그 사건과는 별 관계없다고 본다. 송파 주민들은 이번 외유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도 많이 비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이 구청장이 한 것을 보면 상금으로만 20억 이상을 받았다. 뒷골목 포장, 거여·마천 정비 등 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우직하게 실천하는 사람이다. 송파에는 큰 복이다.

■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회창 총재가 비주류인 손학규 의원보다 맹 의원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더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해 생각해 본 게 있나.

총재님과 그와 관련해 얘기해 본 게 전혀 없다. 정치라는 게 야심을 가지고 막 하려고 하는 건 안 좋다. 역사의 흐름대로 가면 가는 거고 말면 마는 거다. 15대 때 국회의원을 했던 것도 꼭 돼야지 해서 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 기자들이 나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고 들었다.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다.

■ 신문과 방송사를 두루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 개혁 요구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언론사 세무조사는 기업 세무조사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권 초기에 도와줄 때는 내버려뒀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갑자기 몽땅 다 세무 조사를 하는 것은 오비이락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다. 다음 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국민들 속에 언론이 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 않나.

신문은 각자 특징이 있어야 한다. 사시에 의해 자기의 시각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특징을 다 없애 버리고 언론이 개혁 돼서 다 똑같이 간다면 신문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 신문은 독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언론을 어느 일변도로 만들어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에서 선택되고 평가되는 것이 맞다.

■ 97년 대선 때부터 대변인 활동을 오래 했다.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통로 역할도 하지만 정쟁을 부추기는 공격수 노릇도 한다.

한 나라의 정치문화 수준은 대변인의 입에서 시작된다는 성명을 낸 적 있다. 지나치게 천박하거나 비열한 표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대변인을 시작했었다. 상대방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거나 할퀴는 일은 하지는 말아야 한다.

■ 정치권 모두를 향해 국민의 불신이 높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국회가 싸운다지만 국회에서 적당한 정도의 대결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일 어업 협정의 경우 한나라당은 기를 쓰고 막았다. 텔레비전에는 싸우는 걸로만 비춰진다. 하지만 어업 협정이 통과되면 독도가 언젠가는 일본으로 넘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저지하지 않겠는가. 야당의 역할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바라는 것은 질책을 하되 사랑으로 질책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라에 국회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국회가 존경받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면 그 나라의 민주정치는 없는 것이다.
길소연 리포터 buddli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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