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매각 문제점 투성이

부동산 움켜쥔채 설비 먼저 매각

지역내일 2001-05-11 (수정 2001-05-11 오후 2:23:50)
정부의 공기업 및 재벌그룹들의 기업매각 방식이 국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미래 성장의 잠재력
을 약화시키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재계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빚더미에 몰린 재벌그룹들이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제조설비는 헐값
에 처분하고 미래가 없는 사옥 등 부동산은 움켜쥐고 있는데다 일부 기업은 공장매각대금을 금융산
업 또는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배구조 강화 등에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쌍용 현대 LG 한화 등 재벌그룹들은 그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최고 95%에 달하는
공장설비를 무차별 매각했으나 오히려 국민경제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는 건물 토지 등 매각은
극히 부진하다.
특히 일부 중견기업들은 공장을 매각한 뒤 파이낸스 금융업으로 아예 업종을 전환하면서 제조업을
포기하고 있다.
문제는 헐값 매각과 매각방식이다. 밀어붙이기식 부채비율 200% 의무조항과 공기업 민영화의 시한부
구조조정으로 초읽기에 몰린 기업이나 정부가 기업매각에 덤핑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증시가 기력을 찾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의 자산이 외국인들에게 장기적 자산 또는 장부상
가치에 최저 25%에 팔려‘수익성’있는 부(富)가 대거 유출되고 있다. 재벌그룹 우량기업과 한국중공
업 포항제철(정부 보유지분) 등이 자산가치에 비해 훨씬 낮게 급 매각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매각조건에도 문제점 투성이다. 일부 선금만을 지급하고 잔액은 벌어서 갚는 방식으로 우량기업이
처분됐다. 때문에 차액을 낸 뒤 되파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자본은 제조업을 가급적 외면하
고 유통 금융 서비스 등 투자보다 투기 쪽으로 흘려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IMF 이후 기업매각은 불가피했지만 민영화란 명분아래 초우량공기업이 헐값에 팔아치워지고 재벌그
룹 우량계열사들이 채권단의 반강제적인 매각 요청으로 핵심사업이 외국계 기업에게 무차별 덤핑가
격으로 넘겨져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 경제성장의 지랫대인 핵심사업의 처분 열풍이 심각하다. 채권단이 사업성이 탁월한 기업에 대
해 정상화 수준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보다 당장 알짜기업 기업매각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은 19개중 건설업 1개만 남겨둔 채 핵심사업인 공조 시멘트 만도기계 등 15개기업을 외국자
본에 무더기로 매각했다.
쌍용그룹 역시 13개계열사중 정보통신 중공업 정유 등 핵심 9개를 처분하고 해운 정공 등 수익성이
빈약한 업종만 붙들고 연명하는 처지다.
LG그룹은 미래 성장사업인 LG니꼬동제련 LCD 하니웰 쉬플리 등 사업을 매각했다. 한화그룹도
에너지 기계 자동차부품 베어링 주력 핵심사업을 대부분 처분했다.
이들 기업은 겉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모범기업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기업성장모토를 사실상 상실
한 것이다.
또 특히 내수업종의 기업이 매각되면서 기존업체들이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다. 브라운관 유
리(시장점유율 90%), 제지(70%) 맥주(50%대), 광고(30%), 할인점(23%) 등 분야의 시장이 외국자본
기업에 넘겨지고 있다.
이를 두고 IMF(국제통화기금)은 며칠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부실기업 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장 유동성(현금흐름)위기를 모면했지만 다국적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한 경제회복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보고서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위탁경영 ‘해외 매각’‘국내 매각’‘국민기업화’ 등 매각원칙도 마련하지 못
한 채 갈팡질팡 허송 세월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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