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법 정치외풍에 본질 훼손

개혁법안 실적에 급급한 정치권 '7월 시행설' 흘려

지역내일 2001-05-10 (수정 2001-05-10 오후 3:54:23)
대표적인 민생개혁법안으로 분류되는 모성보호법이 개혁입법 실적 꿰맞추기에 급급한 정치권에 의
해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된 모성보호법은 9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신계륜(민주당)
의원에 의해 7월 시행설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한 여성계 인사는 “지난달 임시국회때 각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끝났는데 갑자기 7월
부터 시행하겠다고 서두르면 법안이 제대로 통과가 되겠느냐”며 “출산휴가를 90일로 확대하는 것
외에 유·사산휴가 신설, 야간근로 금지, 육아휴직 유급화, 가족간호휴직 신설 등의 조항에 대해서
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채 법안 통과에 급급해 모양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는 9일 소속 단체들이 모여 회의를 갖고 7월 시행을 촉구하기로 의견
을 모았다.

◇성과에 급급한 정치권 모성보호법 다시 거론 = 모성보호법 7월 시행은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
고 하더라도 실무적인 어려움으로 현실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지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급여지출 등의 업무를 7월부터
시행하기에는 촉박한 일정”이라는 주장했다. 신 의원 또한 “여성부 등은 출산휴가기간에 지급될
임금문제 처리 등 준비기간이 3∼4개월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6월 임시국회가 아직 멀었고 4월 임시국회가 끝난 것이 불과 열흘전인데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
은 민생개혁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자 황급히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 아니
냐는 관측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 유용태(민주당) 의원은 9일 현재까지 상임위에서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에서 모성보호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아 제기된 사실만 확인됐
을 뿐이다.

◇모성보호법안 전면 재검토 필요 = 만약 6월 임시국회에서도 모성보호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현재
계류중인 법안에 연연해하지 말고 모성보호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계
한 인사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혜택을 받을 대상자는 직장 여성의 39.5% 정도, 즉 대기업 여성
이나 사무전문직들”이라며 “이들보다 더 시급한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지속적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탁아와 관련된 제도 보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법안을 재검
토해야 할 이유중 하나로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이 1.45명 수준이며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모성보호법이 꼭 필요하다
고 주장하지만 이는 탁아문제에서 그 심각성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아이
를 낳기 위해 출산휴가로 석달을 충분히 쉰다하더라도 그 후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이
를 어디에 맡겨야하는지 문제가 남아있다”며 “비용도 문제지만 안심하고 맡길곳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성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모성보호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농촌여성이나
저소득층 여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형평성도 여성·노동계가 관심을 갖고 보완해야
할 점이다.
저소득층을 위해 방과후 공부방 운영을 지원하는 한 복지법인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엄마
가 일하러 가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밥을 제대로 챙겨먹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허
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성보호법이 통과돼 출산휴가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길거리
에 방치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운영되는 방과후 공부방 등 거리를 헤매는 아이를 위한 정부의 지
원도 모성보호의 일부가 아니냐 ”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심이 더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늘어나는 유급휴가의 현실적인 재원을 찾아야 할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모성보호법과 관
련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 이인영 기자 inyo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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