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보세요. 이렇게 마음껏 주무르고 빚기만 했는데도 가마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멋진 작품이 탄생하니 정말 신기하죠"
경기도립도서관 김포분관 '생활도자기반'은 30여명의 예비 주부 도예가들이 두 팔을 걷어붙인 채 주병과 술잔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흙장난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채, 흙을 빚는 작업에 정성을 쏟는 주부들의 표정이 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만든 이 병에 술을 따라 남편에게 권할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는 한 회원의 말에 모두들 흙을 빚던 손을 잠시 멈추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수강료는 무료, 재료비와 가마비만 본인 부담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주1회 2시간씩 열리는 생활도자기반 강좌를 개설한 것은 지난 3월. 강의 내용은 도예의 기초이론과 실습 등 초급수준의 과정이다. 회원 대부분이 도예를 처음 접하는 주부들이라, 작품은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흙을 빚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생활 용품이 대부분이다. 이제 겨우 3개월 10회 과정을 배운 실력이지만 머그컵 라면기 벽걸이 컵받침 등 집안의 장식장 한 곳을 자신의 손맛 나는 작품으로 장식할 만큼 많은 생활도자기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주제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북변동에서 '모형만들기' 공방을 운영하는 유관옥(38)씨가 그런 경우. 다들 주병과 술잔을 만드는 시간에 그는 드라마 왕건의 주인공중의 한 사람인 궁예의 두상을 빚고 있었다. 이유는 "그저 만들어 보고 싶어서"였다. 지난 주에는 올해로 8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가족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선물을 만들었다. 흙을 빚어 가족들의 이름과 남편에게 바치는 사랑의 자작시를 새겨 넣은 하트 모양의 예쁜 벽걸이를 만든 것. 아직 가마에 굽는 과정이 남아 있었지만 완성된 작품에 거는 기대가 대단했다.
이곳에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가마가 없다. 때문에 주부들이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면 지도강사가 작품을 그의 작업실로 옮겨 구워온다. 지도강사인 도예가 최재일씨는 "기본적인 과정만 배워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생활도자기들은 쉽게 만들 수 있다"며 "회원 대부분이 도예를 처음 접하는 주부들이라 전문적인 도예과정을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는 생활속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문화 휴식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최 강사는 사우고등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예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생활도자기반의 수강료는 무료이며 도자기 흙을 사는데 필요한 재료비와 1kg당 만원의 가마비 정도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조금희 리포터 hada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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