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서 레미콘업체를 20년째 경영하고 있는 김모(62)사장은 사업 할 의욕을 잃었다. 사업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시설투자 등 기업확장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까 두려워서다.
그는 “회사를 연명하는 것이 가장 목표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원유가격 인상으로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공급가격은 그대로 받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거래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을 매출감소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업체간 헐값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투자 등 신규투자는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 신규 인력을 채용한지도 4년이 지났다. 하루하루 연명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는 것은 사치행위인 셈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유현 정책기획팀장은 “중소기업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의 복지부동 상황을 설명했다.
조 팀장은 또 “기업들이 경제위기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생존의 방식을 달리해야 함을 터득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고 싶어도 중소기업들이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사장들이 내년 지방자치단체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자금을 쏟아 부었다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조팀장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지난 98년에 10.89%였다. 99년 8.03%, 지난해 7.82%, 지난 2월 7.73%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의 설비투자비율은 지난 1월 15.1%, 지난 2월에는 12.4%로 떨어졌다. 시중이 자금이 넘쳐도 기업 현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기피는 자금의 문제 라기 보단 비젼 부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개속에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에서다. 길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면 발걸음을 움직이겠다는 것이 중소기업 사장들의 일반적인 정서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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