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처리, ‘시간낭비’ 현대건설 닮은 꼴

금리보전식 금융지원 언제까지 … 시장원리에 맞게 처리해야

지역내일 2001-04-30 (수정 2001-04-30 오후 3:47:21)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에 대한 금융지원 처리가 구체화되고 있다.
금리보전식 채무의 만기연장을 골자로 한 금융지원이 핵심내용이지만 6개월의 시간낭비 끝에 출자전
환됐던 현대건설의 전철을 밟게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높다.
정부와 채권단은 30일 협의회를 개최, 하이닉스의 채무조정을 위해 금융지원문제를 협의 중이다. 이
처럼 하이닉스이 처리가 빨라지게 된 데는 하이닉스와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올 하반기 신속인수대상 회사채 1조9000억원의 만기연장 요구를 철회하고 수정안을 제시했기 때문.
SSB는 2002년에 운전 및 시설투자용으로 1조원+알파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1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조달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조8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돌아올 회사채 등 차입금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1조6000억원의 대출금
추가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30일 채권단 회의는 이같은 하이닉스와 SSB의 수정 요구안을 집중 검토, 금리보전을 핵심으로
한 금융지원안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SSB의 수정요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1조원의 회사채를
전환사채 또는 같은 규모 회사채(3년만기)로 인수 △외화대출금 7275억원과 설대출금
544억원의 2004년말까지의 만기연장 △신디케이트론 8000억원 2003년까지 만기연장
△D/A(수출환어음) 14억달러 2002년 6월말까지 유지 △L/C(수입신용장) 4500억달러
2003년 6월말까지 유지 △일반성 여신 3500억원 2003년 6월말까지 연장해줄 것을 정부와
채권단에 수정해 요청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하이닉스반도체 지원 규모=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 따르면 3월말
현재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채는 7조2000억원 규모다. “99년말 9조3000억원이던 부채규모가
이처럼 준 것은 하이닉스가 자구계획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여왔기 때문”이라는게 변양호 국장의 설
명이다.
그동안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지원 규모는 △시티은행 주관으로 모집한
신디케이트론 8000억원 △3월말까지의 회사채 신속인수 실행액 8400억원 △D/A한도확대 6억달러
(약 8000억원) △L/C한도유지 5억3000만달러(6890억원) △당좌대월 등 일반여신의 만기연장
3000억원 등 총 3조429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제 시티은행그룹의 SSB가 나서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채무조
정’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지원 기간도 대부분 2003년에서 2004년말까지다.

◇하이닉스반도체, 자구계획 추진상황=하이닉스 반도체는 지난해 채권은행과 별도의 재무개선 약정
체결없이 자체 계획에 따라 1조3036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했다.
올해에는 전체 자구계획 총 1조621억원 가운데 3월말 현재 농구단 매각(72억원)·현대택배 주식매각
(75억6000만원)·수처리시설 매각(2077억원)을 통해 2225억원(20.9%)을 이행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우선 SSB에 현대오토넷 1000억원·두루넷 211억원·신세기통신 355억원·
온세통신 620억원·현대정보기술 789억원 등 총 2975억원어치의 유가증권 매각을 의뢰했다.
다음으로 구의동마트 20억원·Lonstar 등과 접촉 중인 영동사옥 1000억원·웨일즈공장 480억원·
지난 3월 31일 매각완료한 수처리시설 2077억원·금강고려화학에 지난 2월 27일에 매각한
마북리체육관 70억원등 3647억원어치의 부동산 매각이다.
또 오토넷 등 사업부 분사 423억원과 MMC 984억원·ChipPAC 216억원·Maxtor 2376억원 등 해외자산
3576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출자전환, 닮지 말아야=재경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자구계획
총 1조5532억원 가운데 1조3144억원(84.6%)을 이행했다. 올해들어서도 당초 계획 7485억원
가운데 3월말까지 811억원(10.8%)을 이행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3월 29일자로 MH의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 소유로 전환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기존 여신 1조4000억원을 조기 출자전환하고 전환사채(CB)를 포함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자금 1조5000억원도 지원하는 등 총 2조9000억원을 출자해 현대건설을
살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현대건설이 출자전환된데에는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한 결산 결과, 자산 7조2577억원,
부채 8조1149억원으로 자본금은 무려 8572억원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호황으로 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결산은
5000억원의 경상적자였다. 지난해 결산에서는 2조486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하이닉스가 99년말 현재 9조3000억원의 부채를 자구계획을 통해 지난해말 7조7000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결산결과 2조548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출자전환된 현대건설과
너무나 많이 닮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해 현대건설 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6개월여를 끌다 결국 출자전환했던
‘시간낭비’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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