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롯데마트 자체제작 핸디북 돌풍
작고 저렴해 인기 … 일반 서적가 긴장
“작고 가볍고 저렴해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해요.”
직장인 정인교(38)씨는 최근 할인점 서적코너에서 판매하는 ‘핸디북’을 구매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핸디북’은 최근 할인점에서 직접 기획해 제작 판매하는 PB상품 같은 서적이다. 일반 책 크기의 75% 수준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예쁘고 독자들이 선호하는 책을 중심으로 제작한다.
핸디북은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선을 보여 인기를 얻자 롯데마트도 지난해 12월부터 핸디북을 제작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마트 핸디북은 현재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사람을 얻는 기술’ ‘경청’ 등 총 57종이 이마트 서적 코너와 계산대 앞에서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소설, 육아교육, 경제경영, 재테크 등 분야별 인기 상품 20종을 핸디북으로 기획 제작해 정상규격 상품의 약 60%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핸디북은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점이 강조된 책들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베스트셀러 작품 중 일부 서적의 판권을 구매해 보급판으로 만들었다. 원래 책보다 30~40% 정도 저렴해 아무리 비싸도 8000원을 넘지 않는다.
박태훈 신세계 이마트 주임은 “하드커버와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서적 사이즈 자체를 줄여 종이 사용을 줄여 원가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핸디북 제작을 임프린트코리아 출판사에 위탁 의뢰해 판매하고 있다. 임프린트코리아 측은 “판매 정가의 20%를 출판사 인세, 20∼25%를 이마트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주부 김진순(34)씨는 “해외에서는 문고판이 대중화 되어 있지만 국내에는 문고판 서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핸디북이 나와 싸게 보고 싶은 책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핸디북의 ‘사람을 얻는 기술’ 등 상위 10위권 기준 평균 누적 판매량이 종당 1만5000부에서 2만부를 넘어서고 있다. 매출도 이마트 핸디북의 경우 누적 판매 매출액이 30억원을 돌파했고 2008년에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임프린트코리아는 잠재적인 핸디북 시장을 1조원 정도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서점과 출판시장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핸디북에 가장 속이 끓는 건 서점가. 교보문고 관계자는 “그간 양장본과 문고판을 이중으로 내기 힘든 출판사 사정을 고려해 문고판을 적극 고려하지 않았다”며 “상당한 비용을 들여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더니 할인점이 무임승차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관계자도 “문고판이 활성화되면 해외처럼 저자와 이중계약을 해야 해 제작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프린트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독자들은 문고판 출시에 상당한 갈증을 느껴 왔다”며 “대형마트들의 참여로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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